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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929_토요일_06:00pm
2007 갤러리킹 기획 초대전
갤러리킹 서울 마포구 서교동 327-15번지 2층 Tel. 02_6085_1805 www.galleryking.co.kr
커다란 창이 있는 공간 속으로 햇빛이 커튼을 타고 보드랍게 내리 쬐인다. 나무향이 솔솔 풍기는 바닥을 밟으려 하니 뭉클뭉클한 구름 한 덩어리가 다리를 감싸 안는다. 후다닥! 인기척에 놀라 고개를 들어보니 가녀린 다리 하나가 벽 뒤로 삐쳐 나온다. 이곳은 벽 뒤로 숨어 슬며시 고개를 내민 누군가의 환상이 시작되는 자리이다.
'검은 아이는 그렇게 또 다른 공간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어딘가에 쉴만한 곳이 있을 거야" 라는 희망을 안은 채... ' ● 작가 노트의 한 구절에 보듯이 공간은 우울함으로 고개를 숙인 검은 아이의 독백으로 시작된다. 양최남의 초기작에서 등장했던 검은 아이는 그림자 진 공간에 숨어 쉬고 있었다. 상처받기 쉬운 내밀한 감성을 움켜지고는 화려한 색감의 천 속 에 보호색으로 위장하듯 공간에 기대이던 검은 아이가 자신만의 커튼을 열어젖힌 것이다. 그 바람에 창 밖 너머의 햇빛과 바람과 구름이 공간 속으로 스미었다. 그곳엔 커튼이 드리운 커다란 창이 있고, 창을 타고 내리쬐는 빛은 공간을 따스하게 비추며 안도감을 준다. 쿠션 하나를 괴고 소파에 앉아 쉬고 싶은 그런 공간이다.
작품의 감성적 변화는 천을 사용하는 작가의 작업 기법과 병행하여 진행된다. 그는 나무 화판 위에 물감을 칠하는 대신 다양한 문양과 질감의 천을 드로잉과 병치시켜 화면을 구성한다. 사각 틀이 지닌 평면성을 고수하면서 공간감을 부여하는 작업이다. 나무 바닥의 질감, 패브릭 천의 문양이 돋보이는 벽, 드로잉이 조화로운 표면은 회화적인 촉감에 깊이를 느끼게 한다. 여기에 공간을 더욱 다층적으로 구성하는 것은 인물이 향하고 있는 시선이다. 벽 뒤에 숨어 어딘가를 몰래 훔쳐보고 있는 듯한 바라봄으로부터 욕망이 일어난다. 저 너머 어딘가, 구름 아래의 무언가인 미지의 공간이 시선으로부터 열리는 것이다.
양최남의 공간 작업에는 개인의 내밀한 내면이 세상 밖과 은밀하게 공존한다. 누구나 한번쯤은 빼곡하고 바쁘게 흘러가는 지금으로부터 도피하고파 지기에 작가의 작업은 몽환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Here, Somewhere'이라는 전시 제목에서 엿보이듯이 그의 공간은 시간을 타고 다른 공간으로 향하는 중이다. 비워진 지금의 공간은 공백이 되어 쉼을 찾아 헤매인 이에게 상상력의 공간으로 선사될 것이다. ■ 갤러리킹
Vol.20071005d | 양최남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