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에 그리다

이승연 회화展   2007_1003 ▶ 2007_1009

이승연_無爲自然_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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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1004_목요일_05:00pm

이승연 교수 정년퇴임전

목인 갤러리 서울 종로구 견지동 82번지 Tel. 02_722_5055 www.mokinmuseum.com

'흙에 그리다' 展 ● - 흙판을 화폭으로 삼아 상감기법으로 그린 '아낌없이 주는 나무'- 한국화의 현대적 해석에 평생 매진해온 중진 화가 이승연 교수 개인전

이승연_無爲自然_2007
이승연_無爲自然_2007

목인갤러리는 흙이란 소재의 물성을 살린 독특한 '상감 회화'를 개척해온 이승연 교수의 개인전을 10월 3일부터 9일까지 연다. 전통 한국화의 소재를 새로운 마티에르로 표현하는 이승연의 그림은 화선지에 갇혀있던 한국화가 흙이라는 소재와 만나 만들어내는 새로운 미학을 선보인다. 국내 유일의 '흙판그림 작가'인 이 교수의 작품들은 그가 평생 추구해온 '무위자연'이란 주제 의식이 가장 원초적이면서 가장 질박한 흙으로 환원되어 인간의 원초적 향수를 자극하는 날것 그대로의 자연스러움을 담아내고 있다.

이승연_無爲自然_2007
이승연_無爲自然_2007

새로운 소재, 새로운 기법 ● 이승연의 회화는 흙을 주무르는 것으로 시작한다. 손작업으로 기포를 없애가며 얇게 눌러 판을 빚고 표면에 손자국이 은근하게 남은 흙판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이렇게 만든 흙판 위에 상감기법으로 그리려는 형상을 선으로 파내고 그 파낸 음각부분에 물감을 넣는다. 전통 도예의 상감기법으로 그림을 그리고 주위여백을 박지문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리고 흙 특유의 질감을 잃지 않기 위해 유약을 바르지 않고 구워내게 된다. 이런 특유의 '상감 회화'는 이승연이 20여 년 동안 매달려온 작업방식이다. 흙이란 소재가 화폭이 된다는 점에서 공예와 회화의 영역 사이에 존재하며, 평면인 동시에 입체인 독특한 회화가 탄생한다. 그렇지만 작품의 느낌은 공예적인 것은 아니다. 흙을 초벌 구워낸 그의 작품들은 오히려 더욱 회화적인 효과를 낸다. 그동안 국내에서 흙판 작업을 했던 화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승연만한 크기로 흙판 작업을 시도한 경우는 없었다. 이승연의 흙판은 얼핏 보기에는 크지 않아 보이지만 실제 흙을 그림판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한계 크기에 가깝다. 다른 작가들의 경우 흙 위에 그림을 그릴 경우 상감기법으로 하지 않고, 그 크기도 작아 보통타일 형태로 만들어 이어붙이는 식이었다.

이승연_無爲自然_2007

노년 작업에서 얻은 여유, 의무감에서 벗어나 만들어낸 아낌없는 나무들 ● 흙이란 소재와 나무는 하나로 이어지는 철학적인 유대관계를 지닌다. 인위적인 기교보다 소박한 자연미를 추구할수록 작가는 흙과 나무에 빠져들게 되었다고 말한다. 날것 그대로의 아름다움에 대한 천착은 미니멀하면서도 강한 이미지로 구현된다. 일상적인 생활에서 무채색은 검정과 흰색, 그리고 회색의 모노크롬이지만, 자연에서의 무채색은 자연의 모태인 흙 색 그대로의 흙빛이다. 이 흙빛 위에 단색으로 그려낸 나무 그림은 그래서 자연의 원초적인 색감의 본원을 추구하는 의미를 지닌다. 그리고 다시 이 흙과 나무 그림에 열을 가해 굽는 작업은 흙빛에 다시 새로운 물리적, 화학적 변화를 이끌어낸다. 그래서 단순한 흙빛이 아니라 그 안에서 여러 단계의 갈색이 혼재하는 독특한 계조의 세계를 만든다. 그리고 그 흙빛 위에 구현한 나무의 밝은 색들은 더욱 도드라지면서도 바탕 흙빛과 연결되는 조화를 이룬다. ● 이번 전시회는 이승연에겐 40년 화력을 정리하는 자리이자 동시에 평생 몸담아온 교직을 떠나는 정년 기념전시회이기도 하다. 국내 화단에서 그는 아카데미즘 작가들이 교육이란 업무로 작품세계에 매진하지 못했던 것과는 달리 꾸준하게 작업을 해온 몇 안되는 교수 작가다. 그럼에도 최근 몇 년 동안은 전시회로 관객들과 만나지는 못했다. 그런 탓에 이승연은 작가로서의 자신을 돌아보고 채찍질하며 이 정년전 전시회를 준비하게 됐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그런 책무감이나 의무감은 전시 준비와 함께 사라졌다고 한다. 평생 몸바쳐온 교수직을 떠나는 정년이 오히려 창작에는 새로운 자유로움을 불어넣어 준 것이다. "나이 먹어가면서 흙과 나무가 점점 더 좋아진다. 정년을 맞으면서 의무감에서 훌훌 벗어나 마음껏 하고 싶은 대로, 손 가는 대로 즐기면서 작업했다."고 작가는 말한다. 이런 마음의 여유 덕분에 그의「무위자연」연작 시리즈들은 작가가 추구해온 '자연스러움'의 세계로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었다. ● 나이 먹어가면서 흙과 나무가 점점 더 좋아진다. 정년을 맞으면서 의무감에서 훌훌 벗어나 마음껏 하고 싶은 대로 손 가는 대로 즐기면서 작업하였다. 학교에서 정년을 맞이하는 행운에 감사하면서... ■ 이승연

Vol.20071003d | 이승연 회화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