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7_1004_목요일_06:00pm
디자인_권혁수_김경균_김낙훈_김도희_김명선_김상욱_김소정_김영철_김지혜_마츠다 유키마사_박연주_박주용_백창훈_손희재_스즈키 히토시_신경숙_양시호_원승락_윤현이_이광수_이나연_이동훈_이소영_이인영_이정민_장문정_전가경_정재욱_조주연_조희정_최지섭_황일선 ● 사진_김영종_노순택_손승현_양철모_오준호_정강_정주하_토다 츠도무_한성필 ● 일러스트_곽영권_김경진_김대중_김윤한_김은정_김준철_민은정_박나역_박순용_배장은_신성남_옥희진_우소영_이경국_이유진_이혜란_이혜선_정은희_조은영_조재석_황유리
주최_AGI Society ● 주관_디자인사회연구소 ● 책임기획_김태현 ● 후원_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_한국시각정보디자인협회_한국문화관광연구원_한국예술인총연합_민족미술인협회_네오룩닷컴_출판도시문화재단_아름다운재단_서울문화재단_세종문화회관 ● 협찬_EPSON Korea_사계절출판사_그레이트북스_휴머니스트_아지북스_AP korea ● 관람시간_11:00am~08:30pm
세미나_시민과 디자인
주최_디자인사회연구소, 커뮤니티디자인연구소 장소_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1층 일시_2007_1006_토요일_02:00pm
1부 The Designer / Citizen : 시민으로서의 디자이너 1990년대 이후 한국사회의 시각표상_발제 김태현(전시 큐레이터) 사회를 향한 이미지 생산의 인문학적 지층_발제 김상규(커뮤니티디자인연구소 소장) 2부 Exhibition Review : 상상, 행동 그래픽 상상의 행동주의 / 문화행동의 인문주의_발제 김영철(AGI Society 디자이너) 문의_AGI Society Tel. 02_3141_9902
세종문화회관 별관_광화문갤러리 서울 종로구 세종로 81-3번지 Tel. 02_399_1114 www.sejongpac.or.kr
저항하라. 그리고 상상하고 행동하라!-1990년대 이후 한국사회의 시각표상과 AGI Society ● 1. 주인 없는 문화 ● 한국의 문화에는 주어가 없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곧 우리의 문화에는 내용이 없다는 것을 뜻하며, 동시에 정체성의 부재를 의미한다. 분명 문화생산자들은 수많은 문화 생산물들을 만들어 왔다. 그러나 문화생산자들 대부분은 그 속에 자신이 있다고 당당히 말하지 못한다. 시각문화 생산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왜 일까? 그것은 문화를 상상하기 이전에 대상이 주어졌고, 주어진 대상을 해석할 여지없이 먼저 꾸며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시각문화 생산자들은 자신이 스스로 문화의 주체가 될 수 없었다. ● 어쩌면 지금까지 우리의 문화는 국가가 필요했던 것으로만 채워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국가가 주도했던 산업화와 국가를 장악했던 독재 권력의 미명 아래 동원되어 온 문화가 바로 그것이다. 1980년 여름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된 '미스 유니버스 서울대회'는 1980년 5월 광주학살을 숨기고 싶어하는 군사정권의 욕망이 개입된 스펙터클이었고, 1981년 여의도에서 열렸던 '국풍81'은 시민들의 민주주의적 요구를 잠재우기 위해 동원된 대형 문화 이벤트였다. 국가 주도의 문화는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2005년 광복60주년 기념 문화 행사뿐만 아니라 올해 개최되었던 6월민주항쟁 20주년행사까지도 국가가 관리하는 문화가 되어 버린 것이다. 국가권력에 저항하며 만들어 왔던 우리의 역사와 문화까지도 국가문화라는 틀 속으로 포섭되어 버렸다.
자본이 만들어 내는 문화는 소비자본주의로 수렴된다. 기 디브로가 지적했던 것처럼 소비자본주의는 그 자체로 구경거리의 문화(스펙터클의 문화)가 되어 갔다. 이제 자본은 공공장소까지 점령해 오고 있는데, 그것은 소프트하면서 매혹적인 시각 이미지라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 거리의 버스 정류장이나 빌딩의 옥상, 지하철역까지도 자본이 만들어 낸 시각 이미지들로 가득 차 있다. 뿐만 아니라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이면서 사적인 공간인 가정까지 자본의 시각적 표상이 스며들어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주택이라는 사적 공간에서 삶을 영위하는 것이 아니라 來.美.安이라는 브랜드 안에 거주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자본의 시각적 표상과 인간의 삶을 구분할 수 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 이처럼 우리는 국가와 자본이 만들어 내는 문화 안에서 주체적으로 존재할 수 없었다. 우리는 단지 '국민'이거나 '소비자'로 호명되었을 뿐이다. '국민 문화'와 '소비자 문화'의 주체는 우리가 아니라 국가와 자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각문화 생산자는 국가와 자본의 대행자 역할에 머물러 왔고, 그들의 대행자가 만들어 내는 시각문화 안에 우리의 목소리를 담을 수 없었던 것이 현실이었다. 주어는 주체의 입을 통해서만 표상될 수 있다.
2. 상상하고 행동하라! ● 국가와 자본에 의해 표상되던 시각문화에 대항하여 저항의 몸짓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부터였다. 한국 민주주의운동이라는 역사적 물결이 그들만의 문화를 향해 거부의 기지개를 켰던 것이다. "현실과 발언"을 비롯해 하나 둘 세상에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민중미술운동이 바로 그것이었다. 국가와 자본의 문화가 아닌 제3의 시각문화를 상상하고, 상상한대로 행동했던 것이 바로 민중미술운동이었다. ● 한국 민주주의운동의 역사는 국가와 자본이 표상하지 않아 세상에 모습을 보일 수 없었던 사람들을 사회적 주체로 만들기 시작했다. 국가가 만들어 내고자 했던 순응적인 '국민'이나 재벌의 자본 축적에 필요했던 '소비자'가 아니라 스스로 역사를 만들어 가는 새로운 주체가 등장한 것이다. 그 주체는 먼저 '민중'이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을 시각적으로 표상했는데, 그것이 바로 민중미술이었다. ● 6월민주항쟁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는 좀 더 폭 넓게 퍼져 나갔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라는 이념과 민주화운동이라는 행동 안에서 스스로 주체가 되어 갔다. 그리고 이제 세상에 발언하는 사회적 주체는 '민중적' 계층을 넘어 전사회적으로 광범위하게 확대되기 시작하였는데, 그들 중 일부는 자신을 국가와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시민'이라 불렀다. ● 민주주의의 발전과 함께 사회는 분화되기 시작하였고 분화된 사회의 새로운 '민중적' 주체들과 '시민적' 주체들은 발언의 범위를 넓혀 나갔다. 사실 6월민주항쟁이 국가.자본에 대한 계급적 저항이 아니라 독재와 반민주주의에 대한 계층적 저항이었고 바로 이어진 7.8.9노동자대투쟁이라는 계급적 저항에 추동력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계층적 민주주의의 확산은 예견된 일이었다. ● 이처럼 우리의 역사에서 스스로 주체가 되어 문화적으로 발언할 수 있었던 사람들은 '저항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스스로 보다 나은 세상을 '상상'하고 그러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행동'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그들의 행동강령은 '저항하라. 그리고 상상하고 행동하라!'였다. 시각 문화 생산자 집단 AGI도 바로 이러한 사람들이다.
3. 그래픽 상상의 행동주의 Activism of Graphic Imagination ● 시각문화 생산자집단 AGI가 결성된 것은 1997년이었다. 디자이너 김영철과 장문정, 사진가 손승현 등 6명으로 시작한 AGI의 관심은 처음부터 사람에 있었다. 그래서 세상을 구성하고 있고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과 함께 하려는 AGI의 시선이 국가나 자본으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이나 노동자, 실업자들에게 향해져 갔던 건 자연스러운 결과다. AGI는 이런 사람들의 동시대성을 시각적으로 표상하는 것을 첫 작업으로 삼았는데, 그것은 「동시대 사람들(1997)」과 「실업대자보(1998)」였다. ● 1997년 첫 번째 작업인 「동시대 사람들」은 사진가와 6명의 디자이너가 함께 작업한 포토 저널니즘 매거진이다. 이 작업에서 AGI의 작가들은 소록도 나병환자와 서커스 단원, 선박 노동자, 체르노빌 아이들, 무속인 같은 사람들을 그래픽적 상상력과 동시대적 현실성으로 재현하고 있다. ● 「실업대자보」 시리즈는 서울지역 지하철역에 붙였던 포스터 작품들이다. 이 작품의 시리즈는 우리에게 갑자기 찾아 온 IMF 금융환란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1998년부터 시작된 국가적 경제 위기는 기업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졌으며, 대량의 실업문제를 야기했고 그것은 동시대 시민의 위기가 되었다. 시민에서 실업자로 전락한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사회적 민주주의는 후퇴의 조짐까지 보이기 시작하였다. 국가나 자본은 언론을 통해 어쩔 수 없는 '정리해고'와 경제회복을 위한 '고통분담'만 강요하면서 연일 세상 사람들을 위협하고 있었다. 그 자리에서 실업자들의 목소리는 작을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AGI 작가들이 주목했던 것은 실업자들의 삶이었다. 소수자의 작은 목소리를 일러스트와 손글씨로 작품화하고 그 작품을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지하철역에 전시함으로써 사라져 가고 있던 그들의 주체성과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했던 것이다. "실업자 김씨"는 IMF 금융환란 당시 우리 모습의 또 다른 시각적 판본이었다는 점에서 「실업대자보」 시리즈는 AGI 자신들의 발언이기도 하다.
이후 이어진 10년간 AGI의 작품 활동은 많은 영역에서 발전해 왔다. 6명으로 시작한 회원은 프로젝트가 진행될수록 늘어났고, 작가들이 늘어나는 만큼 그들이 발언 하고자 하는 영역도 넓어져 갔다. '사상의 자유'(비전향장기수, 2002)와 '정치적 민주주의'(총선연대, 2000 / 탄핵반대, 2004)의 기본권을 옹호하는 작품에서부터 '학력차별 반대'(나비의 꿈, 2004), '여성문제'(여성신문, 2003 / 가족과 호주제, 2003), '대중문화'(라이브 공연 활성화, 2003), '일본교과서 왜곡 문제'(狂國니뽕~, 2000), '미술관 프로젝트(2003~2007)' 등 우리가 살아가는 삶과 문화, 정치, 사회 등 일상의 모든 영역에서 자신의 발언을 작품화 해 간 것이다. 동시에 이들의 작품 시연의 공간은 '디자인미술관'이나 '광주비엔날레'라는 공적인 미술영역으로까지 확대되어 나가갔다. ● 지난 10년간 시각문화 생산자 집단 AGI의 작품 활동은 민주주의의 회복과 확산이라는 우리 사회의 역사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실제로 AGI 작품의 대부분은 시민사회단체나 공공기관과 연대하고 대중들과 소통하는 가운데 탄생해 왔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연대와 소통은 "상상, 그리고 행동"을 통해 AGI 작품의 힘이 되었다. AGI 작품들은 우리의 사회문화적 현실에 대한 '그래픽적 상상력'과 그 상상력에 바탕을 둔 '문화행동'이었기 때문이다.
4. 밥과 자유 ● AGI Society 작품은 언제나 동시대적이었다. 그래서 AGI의 작품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지난 10년 우리의 역사가 주마등처럼 머리 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AGI 작품의 동시대성은 바로 우리의 역사였고, 그 역사는 한동안 잊고 지내던 사회적 기억을 다시 끄집어내어 작품의 내면 안으로 투사시킨다. AGI 작품 안에는 그 동안 우리가 집단적으로 경험하면서 축적해 온 기억의 회로가 내장되어 있다. ● 김대중 정권 이후 10년 동안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는 발전하였다. 그리고 그 발전의 폭만큼 AGI 도 변화하였다. 각자의 직장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모여 시각문화 생산자 동인으로 출발하였던 AGI(tation)는 좀더 적극적인 사회적 시각문화 활동을 위해 AGI(Activism of Graphic Imagination) Society라는 프로덕션으로 변화하였고, 이들은 여기서 '그래픽 상상의 행동주의'라는 이념을 현실 속에서 실천해 가고 있다. 열혈청년으로 세상에 첫 발을 내딛었던 사람들의 분기탱천憤氣?天이 시각문화 생산 기업이라는 형태로 외화 되었던 것이다. ●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는 "밥과 자유"를 위한 투쟁과 저항의 역사가 만들어 낸 것이다. 그리고 근대적 삶을 살아가는 우리는 인간적인 자본주의를 꿈꾼다. 그래서 시각문화 생산자 집단 AGI Society가 합리적인 기업을 추구하는 것은 "밥과 자유"를 위해 진보주의자가 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실험이면서 동시에 유일한 대안이다. "밥"을 핑계로 "자유"를 억압해 온 독재자의 역사가 지나간 우리의 과거라면 "밥과 자유"의 조화로운 균형을 상상하는 진보주의자들의 희망은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 지금 현재 AGI Society는 지난 10년의 성과물이다. 그리고 앞으로 10년 후 AGI Society의 모습은 "밥과 자유"의 균형이라는 역사적 교훈을 어떻게 현실에서 구현하고, 우리 사회에서 진보적 시각 문화를 얼마만큼 녹음방초綠陰芳草할 수 있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진보적 시각문화 생산자 집단의 기업인 AGI Society가 만들어 낼 시각 문화 생산물, 즉 다양한 형태의 작품을 통해 나타날 것이다. "밥과 자유"를 억압하는 모든 것에 대한 저항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이것이 "투쟁하는 민중"과 "자유로운 시민", 그리고 "저항하는 대중"이 만들어 온 우리의 역사이며 미래다. AGI Society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까지 우리의 역사가 보여줘 왔듯이 조용히 사라지게 될 것이다. ■ 김태현
Vol.20071001a | 상상, 행동-AGI Society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