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7_0929_토요일_06:00pm
채송갤러리 경남 진주시 수정동 17-9번지 영채메디컬센터 9층 Tel. 055_747_8082
그룹 Breath(無聲音) 창립전에 부쳐 ● 아직도 일반인에겐 현대미술이라 하면 그저 난해한 것이라는 선입관부터 든다. 이러한 오래 묵은 선입관이 미술과 일반인 사이에 거리를 만드는 요인이 되어 왔지만, 그 거리는 현대미술이란 것이 자유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금방 사라져 버린다. 미술의 자유란 미술이 자유로운 창작 활동이라는 사실뿐만 아니라, 오늘날 현대미술은 예술작품과 일상적 사물의 경계를 넘어 벌어짐을 뜻하는 것이다. 흔한 말로 현대 미술가는 모든 것이 미술이고 미술작품이 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이들의 자유를 실험한다.
미술작품의 전시에서도 현대적 방식은 종전의 방식과는 많이 다르다. 과거에는 미술작품이 그 자체로 완결된 전체로서 미적 감상의 대상으로 전시되었었다. 하지만 미술작품의 의미가 최종적으로 관람자에 의해 완성된다는 사실은 우리 시대 전시회의 상식이 되어 있다. 그래서 요즘에는 전시회를 개최하는 작가들이 중요하게 고려하는 점은 자신의 작업을 통해 감상자와 소통하려는 적극적 자세다. 미술 전시회도 현대미술의 다양한 모습을 소개한다기보다는 현대미술의 다양한 어법들을 갖고서 감상자와 공감할 수 있는 어떤 주제에 대하여 소통하려 한다. 또한 미술 전시회를 펼쳐내는 장소도 현실로부터 떠난 미적 허구의 공간보다 우리의 일상적 공공적 생활 현장을 더 애호하는데, 이는 미술과 삶의 분리를 극복하려는 현대적 작가의식이 도달한 결론이기도 하다. ● 진주라는 지역에서 새로 결성된 현대미술가 그룹이 펼쳐내고자 하는 작업들도 이러한 동향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이번 전시회에 참여한 작가들은 경상대학교 미술교육과의 교수와 졸업생으로 구성되어 있다. 7인 모두 서양화 전공자들이다. 서양화라고 하지만 이들의 활동은 유화와 캔버스라는 좁은 한계에 국한되지 않고 온갖 다른 매체들을 넘나드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참여 작가들이 과거에 벌여온 작업들을 살펴 보면 이들이 제각기 여러 전시회에 참여하면서 이루어낸 성과들이 앞으로 그룹으로 엮인 집단 활동을 통해 새롭게 발전될 것임을 추정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 김한선의 작업은 캔버스에 오브제를 결합시킨 부조적 회화에서부터 캔버스 자체가 물질이라는 사실을 강조함으로써 평면과 입체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초기부터 그는 신표현주의적이라 할 수 있는 젊은 기백에 찬 드로잉의 분방함과 풍부한 색감을 유지해 왔는데, 요즘들어 색채의 강렬함이 전통적 미의식과 더불어 순화되면서 원숙한 감각을 선보이고 있다. 이를테면 토기의 형태 및 질감과의 융화를 모색하면서 우리의 전통적 미감에 깊이 다가간다.
백종기의 백색 미니멀의 기하학적 부조 캔버스는 정제된 형태의 단순성을 위주로 한 착시적 입체 화면을 구사한다. 여기다가 성적인 내용을 조형적으로 풀어 담아 관객에서 순진한 농담을 거는 등 그의 작품에는 항상 밝고 긍정적인 해학의 정신이 묻어난다. ● 박현곤은 구상적 회화에서 표현적인 회화로, 또한 평면으로부터 입체와 설치 등으로 다양한 스타일의 변천 궤적을 보여왔다. 이를 통해 그는 물신숭배가 지배하는 현대 문명과 일상 현실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표명해 왔는데, 다양한 매체들을 구사하는 기법들 속에서도 노상 묵직한 주제들이 형상화되어 전시장이 좁게 느껴질 만큼 폭발적인 감각을 함축한다. ● 한편 이창열은 최근에 지도의 등고선에 대한 공간적 독법을 화면에 구사하여 평면의 환영적 깊이감과 인체의 입체감을 실현하는 가능성을 모색한다. 이를 통해 인간과 자연, 그리고 인간과 환경의 조화라는 인간 실존의 근본적이면서도 어려운 과제에 대하여 나름의 해결책을 찾는다. 온갖 발전 가능성을 지닌 그의 독자적인 조형 어법에 많은 기대를 걸어본다. ● 조영진은 알루미늄과 스테인레스 강판을 판금 기법을 응용하여 기하학적 반입체적 형태의 화면을 제작한다. 그는 우연성을 최대한으로 활용한 드로잉으로 무의식의 창조성에 대한 오랜 믿음을 잇고 있는 한편으로, 평면성과 부조성의 결합, 분할된 화폭들의 집합으로 다원주의적 세계관을 강조한다. 이렇게 해서 현대적 재료와 미술어법으로 작가의 주관성을 천착한다.
강윤현은 가족사와 연관된 낡은 기억의 오브제를 활용하여 초현실주의의 데페이스망 기법을 구사한다. 하지만 이러한 사물들끼리의 우연한 만남이 작가의 가족사와 관련된 추억의 정서로 물든 개인사적 의미를 담고 있지만, 이를 감상자도 일상 생활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인에게 보편적인 정서를 느끼도록 하는 묘미가 있다. ● 정상섭의 작업은 우리 민족의 삶 속에서 벽사진경을 상징하는 부적을 이용한 작업이다. 특히 삼재부로 사용되는 삼두일족의 매의 형상처럼 순색의 극단적 색감과 거침없는 붓질이 강조된 화면은 강렬한 인상을 풍기며, 공업적 재료들을 이용한 화편의 면적인 처리 기법이 다양하다. 특히 이러한 전통적 상징의 도상을 이용한 이벤트 작업으로 우리의 일상 속에 엉뚱한 요소를 등장시켜 유희적 상황을 연출하기도 한다. ● 이들은 각자 나름대로 개성이 넘치는 작업들을 하면서 오늘날 현대미술의 다양한 양식과 매체, 기법들은 물론이고 특히 주지적인 모더니즘과 이를 극복한 다채로운 표현적 양식들을 구사한다. 말하자면 유채 캔버스라는 종래의 매체의 한계를 넘는 장르의 확산적 경향이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이들이 모두 진주라는 작은 문화권 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공통점이다. 따라서 이들의 현대적인 미술 의식과 양식에 의한 작업에는 모두 진주의 전통적 문화의 분위기 내지 지역의 생활 감각이 관류하고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 이러한 의식은 이번 전시회가 내세운 '진주'라는 공통 주제 내지 지역적 문제의식과 관련된다. 도농복합의 자연, 환경, 생태 도시이자, 전통과 현대의 문화가 어우러진 혁신도시인 진주의 일상과 생활과 결합된 그들의 작업이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지 자못 궁금하다. 이들이 현대적인 미술 어법에 의한 감상자와의 소통 작업이 지역 사회에 많은 자극과 공감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다. 나아가 지역과 지역을 잇는 미술문화 활동에도 이들이 진주의 대표적인 미술가 그룹으로서 나서기를 기대한다. ■ 김수현
Vol.20070929c | Breath 창립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