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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919_수요일_06:00pm
갤러리 스케이프 서울 종로구 가회동 72-1번지 Tel. 02_747_4675 www.skape.co.kr
고정적이며 지속적인 이미지를 갖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회화를 통해 느린 속도로 발전되어 오다가 사진의 발명과 사진기의 보급에 힘입어 실물과 같은 이미지를 신속히 얻게 되면서 결실을 맺게 된 듯 보인다. 회화에 비해 짧은 역사를 갖고 있는 사진은 (이미지를 실제와 똑같이 복사할 수 있다는 특징에 힘입어) 기록, 실증, 다큐먼트의 맥락에서 발전되어 회화, 조각이 대변하는 '순수 예술'이라고 일컬어 지는 장르와는 다른 기술적, 사건 서술적 장르로 고착되면서 순수미술과 이질적인 입장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컴퓨터의 발달, 포토샵 등의 소프트웨어의 발명,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과 보급, 인화 기술의 발달은 사진의 장르적 한계성의 폭을 넓히기에 이르렀다. 사진과 순수미술을 나누던 명확한 기준은 모호함에 이르렀고, 이는 오히려 사진 장르 자체를 다큐적 사진과 '순수미술적 사진'으로 나뉘게 하였다. 현대 모든 장르의 미술은 이웃 장르들과 기술적 교배를 통한 복합적 방법으로 이미지를 형상화하고 있다. 일찍이 서양의 중세 회화 작가들은 사진기 원리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는 카메라 오브스쿠라(Camera Obscura)와 거울, 렌즈, 카메라 루치다(Camera Lucida)등 의 기술적 도움을 받아 그림을 그렸다. 이러한 기술의 교류들이 예술가의 '천재적 능력'에 대한 논의를 불러일으키기도 하였지만, 기술의 도움은 제작 기술의 진보를 가속했을 뿐 작가의 재능에 대한 오점으로 작용하지는 않았고, 지금도 이 사실은 부정적 의미로 작용하지 않고 있다.
갤러리 스케이프의 이번 기획전은 순수 미술로서의 현대 사진이 갖고 있는 다양한 특성을 내포한 두 작가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통적 사진 기법'에 어느 정도 충실한 윤정미는 사진의 기법적 변형(포토샵을 이용한다는 이제는 평범한 사실)에 관심을 두기 보다는 사진의 전통적 역할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미 자연사 박물관 시리즈와 공간-사람-공간 시리즈에서 보였듯이 작가는 인간의 환경과 그것을 나열하고 정리, 분석하는 방식에 관심을 둔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Pink & Blue Project와 Yellow & Red 연작은 색상의 사회학적 상징 체계와 성역할의 기원이 타자에 의한 강압인지 젠더가 본연적으로 타고난 힘에 의한 자연성인지에 대한 일종의 분석을 시도한다. 동서양 아이들을 대상으로 작가는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물건을 그들의 방에 나열하고 핑크와 블루로 이분화된 이들의 주거환경을 이미지화 한다. 작가는 이 '현상'을 사진으로 보여줄 뿐, 남자아이는 푸른색 물건들을 여자 아이는 핑크색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통해 색상이 이미 지정되어 강요된 남녀성 등에 대한 사회학적 비판과 주장을 하려는 것은 작가의 의도에서 비껴간 듯 보인다. 윤정미의 작품은 '? 이지않을까?' 하는 의문에서 시작한 체집 집단에 대한 조사 결과(핑크와 블루의 이분법적 상황이 압도적이나 옐로우와 레드의 변이적 상황도 있음)를 보여주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학적 토론의 장을 연다.
장유정은 오브제를 형상화 함에 있어서 오브제 자체의 물질성과 그 오브제가 표출하는 이미지의 물질성을 사진과 회화라는 두 가지 기술을 사용해 형상화 한다. 오브제의 본질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사진과 오브제의 이미지를 담아내는 회화는 작가에 의해 각각의 기능에 반하도록 지정되어 장유정의 작품은 보는이로 하여금 '혼란'을 일으킨다. 작가의 의도대로 채색된 실재 오브제들은 2차적으로 카메라에 담기고 작가는 이를 사진 인화지 대신 캔버스 천에 프린트함으로써 여러가지 '공정 과정'을 거친 작품은 사진과 회화의 경계와 무경계를 넘나든다. 이는 원래 사진 기술(이미지를 인화하는 것)과 회화 기술(물감으로 캔버스 천에 그리는 것)간의 교류 또는 반작용으로 가능한 것으로 작가의 재치과 위트, 미쟝센(mise en scene)에 의한 의도된 '혼란'과 그것이 유발하는 경이로움이다. 완성된 작품에서 묻어나는 고요함, 서정성은 사진 매체의 고정적 단단함을 부드러움으로 승화시킨다.
이번 전시는 사진이라는 공통분모에서 시작되었지만 이질적인 접근 방식을 통해 서로 다른 방향성을 제시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윤정미와 장유정의 작품은 현대 순수 미술이 포괄하고 있는 탈장르적이며 혼합장르적인 작품 제작 방식을 통해 스토리 텔러로서의 사진, 회화적 서정성을 내포하는 사진, 현상의 증거로서의 사진등 다양한 시선을 제시한다. ■ 김윤경
Vol.20070926b | 윤정미_장유정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