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zen in time

김흥규 사진展   2007_0926 ▶ 2007_1002

김흥규_롯데월드_디지털 Metallic endura_50×40"_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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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928_금요일_05:00pm

가나아트 스페이스 2층 서울 종로구 관훈동 119번지 Tel. 02_734_1333 www.ganaart.com

시간의 멈춤 혹은 멈춤 속의 시간 김흥규는 잠실의 테마 파크 롯데 월드 풍경을 프레임 안에 담는다.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김흥규의 사진 오브제는 놀이 공간 롯데 월드가 아니다. 김흥규의 사진 프레임 안에서 놀이 공간은 놀이가 멈추어 있다. 붐비며 오가던 놀이객들은 흔적이 없고 쉼 없이 돌아가던 놀이 기구들은 운동을 그만두고 정지되어 있으며 저마다 고유한 기능으로 사람들을 부르던 기구들은 기능을 멈춘 채 비닐 포장 속에 보관되어 있다. 따라서 김흥규의 사진들이 보여주고자 하는 건 우리가 찾아가면 늘 만나던 테마 파크가 아니다. 그건 테마 파크와 가장 먼 무엇, 즉 정적이다. 시각적으로는 놀이 공간을 보여주지만 정작 사진 프레임 안을 깊은 정적으로 가득 채우고 있는 김흥규의 사진들은 보는 이에게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일까? 김흥규의 사진들을 이해하는 일은 아마도 사실상의 사진 오브제인 이 정적을 이해하는 일이 될 것이다.

김흥규_롯데월드_디지털 Metallic endura_20×24"_2007
김흥규_롯데월드_디지털 Metallic endura_20×24"_2007

김흥규의 사진들이 보여주는 정적은 크게 세 가지 기능으로 분류되어 설명될 수 있다. 우선 '사람의 부재'가 불러일으키는 정적이 있다. 김흥규의 사진 공간 안에는 사람의 흔적이 없다. 사람의 흔적을 의도적으로 배제 시킨 사진들은 많지만 김흥규의 사진들에서 그 효과는 특별하다. 거리 또는 실내와 달리 놀이 공간에서 사람이 사라졌을 때 그 공간은 그 어느 공간보다 이질적인 소외의 공간으로 다가오고 그 소외의 특별함은 보는 이를 낯선 시선으로 사진 속 공간을 관찰하게 만든다. 그 관찰의 시선을 통해서 우리가 새삼스레 발견하는 건 테마 파크 공간과 그 공간을 구성하고 있는 개개 놀이 기구들의 기능 시스템이다. 다시 말해서 테마 파크 공간이 얼마나 철저하게 소위 놀이를 위해서 짜여져 있으며 저마다 특별하게 보이는 개개의 놀이 기구들이 그 공간 시스템 부속적 기능 도구들인가를 깨닫게 된다. 하지만 그러한 관찰이 공간과 놀이 기구들의 기능 구조를 깨닫는데서 그치는 건 아니다. 관찰의 시선은 한 발 더 나아가 놀이 기구들과 더불어 그 테마 파크 공간 안에서 하루를 소비했던 우리들 자신의 즐거움들 또한 사실은 그 공간 시스템의 구조를 따라서 기능화 되어 있었음을 새삼 확인케 한다.

김흥규_롯데월드_디지털 Metallic endura_40×50"_2007

다음으로 '운동의 정지'가 불러일으키는 정적이 있다. 김흥규의 프레임 안에서 놀이 기구들은 모두 멈추어 있다. 갖가지 운동을 위해서 고안 된 인공 기구들이 일제히 운동을 그만두고 정지 상태 속에 빠졌을 때 그 기구들은 우선 부여된 기능들의 구조로부터 자유로와진다. 하지만 정지 상태의 놀이 기구들이 기능성을 벗어 난 인공물들의 모습만을 보여주는 건 아니다. 운동의 정지가 불러일으키는 정적 속에서 기능성의 굴레를 벗어난 놀이 기구들은 주어진 기능 공간을 떠나서 보는 이의 심리적 공간으로 옮겨지고 그 심리적 공간 안에서 더 이상 기능성의 인공 도구들이 아니라 보는 이의 시선과 직접 만나는 시각적 대상 자체로 되돌아간다. 그리고 그렇게 소속 되었던 기능 도구성으로부터 사물 자체의 모습으로 되돌아 간 놀이 기구들은 보는 이의 연상 속에서 전혀 새로 운 사물 이미지들로 치환 되어 떠오른다. 예컨대 운동을 멈추고 깊은 잠에 빠져 있는 자이언트 루프는 마치 유적지에서 발굴 된 어느 고대 종족의 거대한 물방아처럼 보이지 않는가? 마찬가지로 빠르게 회전하기를 멈추고 울타리 안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회전 바구니들은 마치 어린아이들이 소꿉놀이를 하다가 남겨 놓고 떠나버린 부엌 놀이용 식기들 혹은 반으로 잘라서 속을 비워놓은 커다란 망고 열매들의 모습 같지 않은가?

김흥규_롯데월드_디지털 Metallic endura_40×50"_2007
김흥규_롯데월드_디지털 Metallic endura_20×24"_2007

마지막으로 '포장 이미지'가 불러일으키는 정적이 있다. 김흥규위 사진 속에서 놀이 기구들은 모두 포장이 되어 있다. 반투명의 비닐로 놀이 기구들을 둘러 싼 이 포장 이미지는 그렇지 않아도 사람의 흔적이 사라지고 운동과 기능이 정지되어 시간의 진공 상태 속에 빠져 있는 사진 속 공간을 더 더욱 깊은 무시간의 정적 속에 묻히게 만드는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조금만 더 오래 응시하면 그 포장 이미지는 또 다른 연상과 의미로 보는 이에게 다가 온다. 정적에 싸인 김흥규의 사진 공간이 일견 그로테스크한 시간의 진공상태처럼 보인다면 그러한 그로테스크의 느낌은 포장 이미지가 야기하는 또 다른 연상 효과와 더불어 김흥규의 사진 공간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역설적 시선으로 바뀐다. 다시 말해서 반투명의 비닐 포장 속에 싸여 있는 놀이 기구들은 値좋仄 위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운동과 기능을 기다리며 잘 보관되어 있는 것처럼 연상되며 정적 속에 묻혀 있는 놀이 공간 또한 시간이 사라져버린 폐허가 아니라 새로운 공간으로 태어나기 위해서 시간을 저장하고 있는, 요컨대 무언가를 준비하고 기다리는 대기 상태의 얼굴로 보는 이에게 다가온다. 그리고 그러한 연상의 역전과 더불어 김흥규의 사진 공간은 시간의 멈춤 상태가 아니라 멈춤 속의 시간을 내장한 살아있는 정적의 공간으로 탈바꿈 한다. 놀이 공간을 오브제로 삼으면서 프레임 안을 정적으로 채우고 있는 김흥규의 사진이 의도하는 바는 시간의 정지가 아니라 다름 아닌 그 정적 속에서 드러나는 준비 된 시간의 얼굴일 것이다. ■ 김진영

Vol.20070926a | 김흥규 사진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