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극

임상빈_백기은展   2007_0912 ▶ 2007_0930

임상빈_score_종이에 아크릴채색, 유리·활석가루_45×53.5cm_2007 백기은_이상한 나라의 동물들-스나크사냥_종이에 펜_14.5×21cm_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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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912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2:00pm~06:00pm

갤러리175 서울 종로구 안국동 175-87번지 안국빌딩 B1(참여연대 옆) Tel. 02_720_9282 blog.knua.ac.kr/gallery175

임상빈; 스타일과 행동양식에 관한 풍속화 ● 화면 안에는 간략히 표현된 작은 사람들과 상대적으로 큰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공허한 배경으로 이루어져 있다. 즉, 공간적/장소적 특성이 소거된 백색의 공간 안에서 인물들은 마치 무대 위의 배우들처럼 되어 있다. 때문에 볼 것이라곤 드로잉적인 인물들의 자세와 강조어법인 듯한 부분적인 색채가 전부이다.

임상빈_나치즘_종이에 아크릴채색, 유리·활석가루_45×53.5cm_2007

한 두 명의 인물들로 구성된 대부분의 그림들은 어떤 사건과의 관계를 암시하는 상황들로 보여진다. 「테러terror」에서 발 냄새를 유발시키는 아저씨(속칭)의 행태와 「나치즘Nazism」에서 문전박대를 당하는 유색인의 경직된 자세는 각기 공공적 장소에서의 타인에 대한 의식적 배려가 결여된 모습들이다. 이것은 관습과 사상에 대한 도덕적인 질문들로 볼 수 있다.

임상빈_약육강식_종이에 아크릴채색, 유리·활석가루_45×53.5cm_2007

반면에, 텅 빈 주위공간은 실제적 공간에서의 일탈 때문인지 인물들이 화면의 중앙에 위치함에도 불구하고 주변으로부터 고립된 느낌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런 연출기법은 인간관계가 소외상태로 머물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점을 또 다른 특이성과 연관 짖는다면 인물의 측면시점이다. 이것으로 인물들은 주변적 상황을 무시한 채 개인의 관심사에만 몰두하게 되며, 관객은 무대 밖에서처럼 객관적 시선을 갖게 되는 효과를 낳는다. 그리고 한쪽다리의 인체구성법은 움직일 수 없다는 불안감, 외로움, 모자람 등의 감정적 수식어를 동반하게 한다. 아마도 이런 것들이 별 볼일 없는 화면을 별 볼일 있는 무대로 변형시켜 작은 인물들에게 우리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장치들인 것 같다.

임상빈_Work_종이에 아크릴채색, 유리·활석가루_45×53.5cm_2007

작은 인물들의 몸짓을 넘어서면 색채로 상징화 시킨 '무늬의 정치학'을 엿볼 수 있다. 단편적인 예로, 「노상방뇨the road pissing」는 우리사회에 만연한 종교적 윤리의식을 폭로하고, 「약육강식the law of the jungle」과「먹이사슬food chain」은 태연한 몸짓 안에 숨기고 있는 남성/여성의 성적 판타지를 드러낸다. 또한 시각적 현상을 기호로 변형시킨「made in China」와「천식주의보a asthma warning」에서는 황사바람을 노란색 별무리로, 봄날의 꽃가루는 질주하는 정자들로 탈바꿈되었다.

임상빈_산소결핍_종이에 아크릴채색, 유리·활석가루_53.5×45cm_2007

지금까지 살펴본 그리고 살펴보지 못한 그림들은 우리의 주변에서 간간이 눈에 띄는 혹은 포착되는 장면들이다. 그 행동들은 반복된 패턴으로 출현하는데, 그림들이 우리들에게 속삭이는 우스꽝스러움만큼이나 TV의 코미디극을 연상시킨다. 때문에 「무언극 시리즈」는 우리들 일상생활이 꾸며지지 않은 아니 오히려 더 잘(정치적으로) 꾸며진 연극적 제스처들이란 점을 시사한다. 이 이야기들은 짧은 단막극으로, 지나치듯 목도하게 되는 그러나 너무나 강열한 광고처럼 우리의 일상에 등장하는 화석화된 장면들이다. 또한 사람들의 행동에 고스란히 녹아있는 관습, 종교, 사상(이데올로기), 욕망 등이 어떻게 표출되고 있는지에 대한 시각적 사례들이다. ■ 임측근

백기은_이상한 나라의 동물들-스나크사냥_종이에 펜_14.5×21cm_2007

백기은 드로잉; 이상한나라의 동물들 -스나크사냥 ● 가상의 시간과 공간 속으로, 혹은 상상과 기억의 저편으로 갈 수 있다면 그 곳의 풍경은 가공된 이미지들의 세상일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 기억하기는 내가 좋아하는 바대로 꾸며지는, 마치 변형이 자연스러운 아메바와 같은 이미지다. 그 곳의 생물들은 현실의 존재감을 가진 채 왜곡과 변형을 계속해 갈지도 모른다. 그러한 상상을 드로잉으로 표현해 보았다. 그리면서 복잡해지고 진지해지고 더 집요해지는 생각들, 그 의미를 담아본다. 머리 속에서 뭉클뭉클 생겨났다가는 다시 사라지고 빨리 움직였다가는 알 수 없이 느려지는 마치 스나크(shark+snake)와 같은 말과 상상 속의 존재들에 대한 탐험을 하려고 한다.

백기은_이상한 나라의 동물들-스나크사냥_종이에 펜_14.5×21cm_2007

이것은 늘 내 주위를 맴돌고 있는 사소한 기억, 꿈, 상상 같은 이야기였지만, 갑자기 빠른 바람처럼 뒤집어지기도 하고 살갗을 비켜가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기분, 그런 것들이다. 흔적 같은 느낌이란 생각 할수록 참 묘한 것 같다. 손에 움켜쥔 물 같아서 잡았다 생각하는 순간 밑바닥으로 쭈~욱 흘러내리고 만다. 사진으로도 그 어떤 것으로도 잡을 수 없는 것, 나에게 있어서 특별하지만 너무도 빨리 지나가는 것, 항상 도망가는 것이다. 말로 하기에는 쉽지 않았고 다 말할 수도, 설명할 수도 없었다. 또 그것이라고 할수록 처음의 그 무언가에서 빠지거나 혹은 더 더해지거나 미궁으로 빠지고 마는 것이었다.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저자 루이스 캐롤이 만든 신조어, 스나크의 느낌 같았다. 여기 있다고 생각하면 저기 있고, 저 멀리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바로 앞에 와있는 역설적인 존재 혹은 그런 논리이다.

백기은_이상한 나라의 동물들-스나크사냥_철사, 구리_가변크기_2007

이것은 내 주의의 이야기, 내 몸의 이야기, 또 나의 생각의 일부일 수도 있는 이것들은 항상 혼자 곰곰이 생각하다 갈피잡지 못하는 모양으로 상상하게 되다가 또 금방 잊고, 또다시 생각하는 것이었다. 진전되지 않고 그 지점에서 머물고 죽고 다시 태어나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 이것은 기억이나 과거 어떤 시간의 이미지였지만 현재 나의 생활 속에서도 살아있는 것, 촉감이나 감각을 가진 살아있는 생명체의 모습이었으면 했다. 몸이나 덩어리를 가진, 세상에서 호흡하며 살아 움직이는 천연덕스러운 존재였으면 했다. 사물의 머리를 지니고 있지만 몸은 상상의 생물로 공간 속에 보일 듯, 혹은 보이지 않는 숨어있는 존재, 생각이나 상상 같은 투명한 존재이었으면 했다.

백기은_이상한 나라의 동물들-스나크사냥_철사, 구리_가변크기_2007

이것은...필요에 있어서 만들어진 것들은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 가려진 또 다른, 피해간 무엇이 있을 수 있다. 이야기할 수 없는 그것은 항상 다른 것으로 대체되어, 다음번에도 다시 말할 수 있는 또 내용이 되고 만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으므로. 이제는 기억 속에 화석처럼 납작하게 눌러진 사건의 뒷모습이 되었지만 그것은 시간이 가도 그 부분과 조각들을 또 다른 모습의 조각으로 다시 만들고 계속 반복하여 조합하고 다시 엮어지는 것 같다. 언젠가는... 그 전부를, 진실을, 진정한 몸을 가질 수 있었으면 했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찾아가야 할 것, 그려가야 할 것, 나의 작업이었으면 하고 생각했다. 이 드로잉은 어쩌면 나의 바램들이 다른 기호로 변신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림 속에서는 무엇을 해도 다 가능하다고... 보이지 않았던 기억의 몸을 채집해 본다. ■ 백기은

Vol.20070925c | 무언극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