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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921_금요일_05:30pm
키미아트 서울 종로구 평창동 479-2번지 Tel. 02_394_6411 www.kimiart.net
눈을 돌리면 어디서나 발견할 수 있는 흐드러지게 핀 꽃잎 하나하나에도 그것을 존재하게 한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처럼 살아있다는 것은 끊임없이 스스로의 생성과 파괴를 반복한다는 뜻이며, 존재 자체는 살아 숨쉬는 소우주라고 할 수 있다. 저마다 다른 풍경을 지니고 살아가는 생명에게 삶이라는 과제는 끝없이 탐구하고 타협해야 할 긴장의 연장선과도 같으나, 내면의 소우주는 현실로부터의 분리로 끝없이 꿈꾸게 하며, 실현될 수 없었던 이상을 재현한다. 따라서 자신만의 세계, 즉 소우주는 일탈의 방법론으로써 일상의 도피처가 되어주기도 하고, 현실과 이상 사이의 공백을 메워주는 변이된 공간으로 작용하기도 하면서 결여되어 있던 심리적 허기를 채워주고 있다. 신과 같은 초월적 존재가 가시적인 매개를 통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가상의 공간에서 이뤄지는 현실과의 분리 역시 어디에도 없는 색과 형태로 타인과 자신을 구분하고, 자신에게만 맞춰져 있는 특별한 공간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생명의 토대가 현실에 있듯이, 이성적 사유로부터 시작된 그 세계는 현실과 분리된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현실과 닮아 있다. 그렇기에 모두가 다른 세계를 가지고 있음에도, 모두에게는 어느 정도의 닮음의 공간이 있다. 삶에 녹아있는 그 공간을 통해 외부를 이해할 수 있는 공감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으며 타협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들의 작품이 매개체가 되어 자신만이 아는 소우주로 가는 통로가 되어주고 있다. 마치 여행을 준비하는 것처럼 순차적으로 길을 나열해 놓음으로써, 공기처럼 고요하고 편안한 공간의 세계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자신만의 세계는 너무나도 소소한 것으로부터 태연하게 자아를 현실로부터 분리해 놓는다. 최종운의 작품은 그 우연의 영역에서 발견해낸 존재의 표상이다. 관객이 다가가면 작동하게끔 되어있는 센서는 작은 컵 속의 밀크 티를 움직이도록 함으로써, 찻잔을 저은 후의 모습을 연출해낸다. A storm in a tea-cup이라고 붙여진 이 작품은, 차를 마시던 중 우연히 발견하게 된 내면의 깨달음을 나타내고 있다. 오래된 영국 속담에서는 하찮은 일이라는 뜻을 가진 문장이지만 작가는 그 곳에서 바다에서 부는 거대한 태풍을 보았다. 차의 움직임이 본연의 지식과 충돌하면서 미처 깨닫지 못했던 진실을 메시지로 각인시켜 준 것이다. 투명하고 울퉁불퉁한 유리를 통과하는 이미지는 실제와는 다르지만 그것이 말하는 것이 거짓은 아니듯이, 박현선과 성인제는 왜곡되어 있으나, 있는 그대로 보여지는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박현선은 날아다니는 침대와, 흩날리는 꽃 등을 그려냄으로써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나 이상의 세계에서는 가능할 법한 이야기들을 표현하고 있다. 발이 닿지 않는 허공을 걷고 있는 듯한 기분을 들게 하는 공간은 꿈 속의 헤메임이며, 안착하지 못한 현실에 대한 그리움이다. 성인제는 우리에게 익숙했던 공간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봄으로써, 현실과 가상을 구분해놓고 그것을 전혀 다른 것으로 혼합해낸다. 닮았으나, 닮지 않은 공간의 재해석은 비틀어져있는 사물의 투영이 존재한다. 이렇듯 현실과의 분리는 서서히 떠오르는 무의식, 혹은 꿈속의 일렁임을 가져오며, 이것은 현실에서의 얽매임을 벗어나려 노력하기보다, 전혀 다른 곳으로 옮겨놓는 것으로 그것을 풀어낸다. 자아의 시선으로만 대상을 바라봄으로써 완벽하게 자신에게 맞춰져 있는 자신만의 소우주에서는 이상적인 평화로움과 묘한 설레임이 있다.
정빛나는 연하게 묻어 나온 바탕 위에 겹쳐지는 선으로써 세계를 표현한다. 복잡하면서도 정갈하게 정돈되어 있는 정원 속에서 감성과 의지의 혼연을 발견할 수 있다. 차마 흐트러뜨릴 수 없는 의연함의 아름다움은 이성적으로 재현해놓은 이상의 공간이다. 4명의 작가들의 작품은 지극히 감성에 충실하다. 가능성의 세계로 이루어진 공간에서는 구름이 흘러가 듯 선이 흘러가며, 바람이 부는 듯 마음이 일렁인다. 투명한 벽으로 완벽하게 세상과 격리되어 있는 자신만의 공간. 현실에서 생존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그 공간은 끊임없이 가꾸어야 할 대상이며, 철저하게 자기에게 맞춰져 있어야 할 휴식의 공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 키미아트
Vol.20070923d | Heavenly Garden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