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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914_금요일_06:00pm
갤러리 쿤스트독 「2007' 역설과 현장 .'무엇과 어떻게'에 관한 배치적 (背馳的) 질문들」
갤러리 쿤스트독 서울 종로구 창성동 122-9번지 Tel. 02_722_8897 www.kunstdoc.com
마인드스케이프(mindscape)로 곱씹는 자기 반영의 서사 ● 최중원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일상의 풍경을 카메라로 담아낸다. 빽빽하게 밀집한 아파트 주변의 허름한 건물, 인근의 한가한 놀이터, 도시 변두리의 골목, 그 곳에서 장기를 두는 노인들 혹은 잡담을 나누며 걸어가는 학생들의 무리, 지하철 계단을 바쁘게 오르내리는 소시민들... 일견, 그의 사진들은 현대문명이 밀쳐낸 소소한 주변의 삶을 기록하는 것 자체에 강박적으로 집중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일차적으로 그의 작업은 일상의 단편들을 프레임 안에 무수히 가두어 들여 아카이브화하는데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존 버거(John Berger)의 '보기의 방식'이 일깨우는 시지각 담론을 확증하려는 듯이 보인다. 즉 본다는 것은 대상의 선택이고 그 선택은 결국 한 주체의 사물을 지각하는 태도를 구체화한다는 것 말이다.
최중원은 자신의 두 눈으로 세상을 응시하고, 하나의 눈, 즉 카메라의 앵글로 세상을 기록한다. 그가 우연적이고 우발적인 이미지의 포착을 카메라로 수없이 반복한다 할지라도 그곳에서 우리는 대상에 대한 그의 일관된 시선을 읽을 수 있다. '문명의 주변, 한가하지만 지독한 일상'과 같은 공통분모는 수많은 사진들 속에서도 쉬이 찾아지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그의 사진은 형식상 스트레이트포토가 감당하는 현실의 재현이라는 차원에 자리하고 있다. 그 곳에서는 꾸밈과 거짓이 없는 '재현적 서사', 혹은 '미메시스 서사' 체계가 작동한다. 현실에 대한 그의 다큐멘터리적 조감 방식은 일견 그의 사진을 현실의 흔적, 자국과 같은 지점으로 치닫게 해서 퍼스(Charles S. Peirce)나 크라우스(R. Krauss)가 언급하는 '인덱스'의 가치를 훌륭히 재생산해내고 있는 듯이 보이게 만든다. 그러나 최중원은 카메라의 '한 눈'으로 기록하는 풍경(landscape)을 '재현적 서사'에 묶어두길 원치 않는다. 그는 기억과 마음이라는 '또 다른 눈'으로 기록하는 '자기반영의 서사(narration)'를 감행하고자 시도한다. 즉 눈으로 보는 풍경(landscape)에 마음으로 보는 풍경(mindscape)을 덧입히고자 하는 것이다. 그는 실제로, 무수히 찍어 아카이브화한 디지털 사진들을 그의 표현대로 '몇 개월 동안의 숙성기간'을 거친 다음에야 끄집어내어 다시 살피면서 작품화할 사진을 고른다. 작가는 '마음이 동(動)해' 선택한 사진을 컴퓨터에 입력하고 실제 눈으로 본 당시의 감정과 기억이 되살리는 이미지로 만들어내기 위해서 사진 보정의 과정을 거친다. 그는 화면의 미드톤만을 살려 사진 전체의 명도를 한 단계 가라앉히고 세부 이미지들을 포토샵으로 따내어 그것의 명도를 높이거나 낮추는 식으로 보정을 행하며 기억과 감정을 더듬는다. 이런 방식은 프레임 내부의 단일한 빛의 효과를 깨뜨려 자연스러운 풍경 이미지를 해체시키고 우리로 하여금 낯선 현실의 이미지에 직면케 한다. 수고스러운 노동의 시간을 들여 마음의 눈으로 어루만지고 되살려내는 그의 마인드스케이프는 우리에게 낯선 현실로 드러나지만 그에게는 기억과 감정이 작동하는 익숙한 현실이 된다. 달리 말해 최중원에게 있어 그의 마인드스케이프는 '자기반영의 서사'가 되는 셈이다. ■ 김성호
Vol.20070919e | 최중원 사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