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시의 꿈 - Over the rainbow

정원 사진展   2007_0919 ▶ 2007_1002

정원_도로시의 꿈 - Over the rainbow - #06_캔버스에 잉크젯 프린트_80×128cm_2006

초대일시_2007_0919_수요일_06:00pm

갤러리 토포하우스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4번지 Tel. 02_734_7555 www.topohaus.com

베리 메리 '메리고라운드'very merry 'merry-go-round'! ● 회전목마, 그러니까 메리고라운드(merry-go-round)는 17세기 서양에서 유행했던 마상시합에서 착상되었다고 한다. 18세기 초에 프랑스의 어느 완구상이 회전판 위에 목마를 붙이고 움직이게 해서 구경거리로 삼은 것이 당대에 우리가 놀이공원에서 만나는 메리고라운드의 시초라는 얘기다. 당시 기사(騎士)들은 회전하는 말 위에서 실제로 창던지기를 연습하기도 했다는데, 이때 말에는 화려한 마구를 주렁주렁 달았다고 한다. 오늘날의 메리고라운드가 더없이 화려한 근거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메리고라운드가 세상에 등장했을 때 시민의 반응이 어땠는지를 알 길이야 없지만 적어도 오늘날의 그것은 흥분을 고조시키는 '어트랙션'으로서 명함을 내밀지 못한다. 날고 기는 이 테크놀로지의 시절에 회전목마가 인기종목이 되려 한다면 비명소리 나는 360도 단독회전쯤이라도 시도하든가, 그게 어렵다면 저 소박한 원운동의 궤도만이라도 벗어나야 할 것이다. 그런데 어디 그런가? 메리고라운드는 우리가 매일 탑승하는 지하철이나 에스컬레이터보다 재미있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사정이 이러하니, 올라타기도 조금은 부끄러운 엉거주춤한 자세의 말 모형에다 하품 나올 법한 단조로운 움직임을 가진 메리고라운드로서는 기상천외의 궤도와 스피드를 뽐내는 롤러코스터 따위 앞에서 입을 열 도리가 없다. 그런데 문제는 지나치게 안전하고, 그래서 재미도 별로 없는 이 놀이기구가 300년이라는 세월 동안 끄떡없이 생존해왔다는 점에 있다. 초창기의 발달을 제하면 기계적인 진화도 별반 없어 보이는 메리고라운드의 세계엔 대관절 무엇이 숨어 있기에 그 긴 시간 뭉근한 사랑을 지켜올 수 있었던 것일까? 영화나 소설처럼 상상력을 집합시켜야 하는 장르에 메리고라운드가 자주 등장하는 걸 보면 분명 뭐가 있기는 있는 거다. ● 사진가 정원이 궁금해 하는 것도 그 점이다. 그의 사진을 메리고라운드의 초상이라 부른다면, 그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메리고라운드의 세 가지 얼굴을 보여준다. 메리고라운드는 우리를 비현실의 세계로 데리고 간다. 메리고라운드는 고도의 테크놀로지 위에 귀엽거나 날렵한 껍데기를 씌운 여타 어트랙션의 반대편에 서 있다. 기계적인 고졸함 위에 비할 바 없이 사치스러운 외관을 지닌 유일한 어트랙션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예컨대 여타 어트랙션이 빠르고 활달한 명랑만화이거나 SF라면 메리고라운드는 순정만화다. 그래서 그 책을 펼치는 '나'는 입보다 눈이 큰 바로크의 아가씨, 로코코의 기사가 되어버린다. 세간의 지탄대상인 '명품족'은 그런 꿈을 일상에서 꾸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사람들이며, 메리고라운드는 상하운동과 원운동으로 바로크·로코코의 호사스러운 꿈을 충족시켜주는 솜사탕기계인 셈이다.

정원_도로시의 꿈 - Over the rainbow - #01_캔버스에 잉크젯 프린트_80×128cm_2006
정원_도로시의 꿈 - Over the rainbow - #02_캔버스에 잉크젯 프린트_80×128cm_2006

메리고라운드는 우리를 일상 밖으로 데리고 간다. 휘황찬란하게 불 밝힌 한밤의 메리고라운드는 이미 일상에서 분리된 공간이기도 하거니와 목마를 탄 사람과 목마를 타지 않고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 이 쌍방은 회전하는 메리고라운드가 원점을 지날 때마다 '나'를 찾고 있는 상대와 눈을 마주치며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매우 희한한 체험을 하게 된다. 언어는 증발하고 시선과 표정으로 스치듯 대화하는 애절하고도 이상한 시간을 제공하는 이때의 메리고라운드는 최면술사의 몽롱한 회중시계처럼 알 수 없는 세계로 직진한다. 메리고라운드는 우리를 근거 없는 행복감에 젖게 한다. 그것은 공기를 가르는 쾌감이다. 목적지 없이 자전거를 타고, 폭주족이 밤거리를 주름 잡는 이유도 마찬가지 쾌감 때문이다. 다만 메리고라운드의 탑승자는 직접주행의 불안이 없는 지극한 평화 속에서 그 쾌감을 즐긴다. 거실에서 무중력을 즐기는 상상이라면 비슷할까? 메리고라운드나 자전거를 타다가 얼빠진 듯이 스멀스멀 웃어본 사람은 그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다.

정원_도로시의 꿈 - Over the rainbow - #04_캔버스에 잉크젯 프린트_80×128cm_2006
정원_도로시의 꿈 - Over the rainbow - #09_캔버스에 잉크젯 프린트_70×140cm_2006

Supercalifragilisticexpialidocious~! 세상에서 가장 길지 않을까 싶은 이 괴상한 단어는 영화『매리 포핀스』(Mary Poppins, 1964)의 주인공 줄리 앤드루스가 그림 속에 들어가 메리고라운드를 타다가, 하나씩 분리되기 시작하는 목마를 타고서 그림 속 캐릭터들과 경주를 벌이는 장면에서 흘러나왔던 노래의 제목이기도 하다. 경주에서 우승한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매리 포핀스는 지금의 기분을 표현할 말이 있다면서 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해 끝내는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한바탕 잔치를 벌인다. 우승이 엄청나게 기뻤는지 노래는 더할 나위 없이 흥겹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매리 포핀스는 착각을 했던 것 같다. 그를 설레게 했던 것은 우승의 기쁨이 아니라 메리고라운드 고유의 정서였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 김승현

정원_도로시의 꿈 - Over the rainbow - #11_캔버스에 잉크젯 프린트_70×140cm_2006
정원_도로시의 꿈 - Over the rainbow - #13_캔버스에 잉크젯 프린트_80×128cm_2006

도로시의 꿈 - Over the rainbow ●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당신의 꿈은 무엇이었습니까./ 내가 네 살 땐 무엇을 제일 좋아 했을까.내가 여섯 살 땐 어디에 제일 가고 싶어 했을까.내가 여덟 살 땐 무엇이 제일 싫었으며 내가 열 살 땐 무엇이 되고 싶었을까./ 이상하리만치 어렴풋하게도 떠오르질 않는다.내가 너무 어른이 되어 버린 걸까. / 오즈의 마법사라는 동화를 보면 도로시는 갑자기 불어 닥친 회오리바람으로 인해 아름답지만 낯선 곳에 떨어지게 된다. 그 후 도로시는 사악한 동쪽 마녀의 은 구두를 신고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길 부탁하기 위해 오즈를 만나러 험한 여행을 떠난다. / 뇌를 원하는 허수아비와 마음을 갖길 원하는 양철 나무꾼, 그리고 용기를 원하는 사자와 함께. / 서른아홉이 되던 여름. / 도로시를 데려간 회오리바람이 내게도 불었을까? 난 커다란 여행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섰다. 프랑스라는 낯선 나라로. 한 달 반이라는 조금은 긴 여행을... / 생각지도 못했던 커다란 선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모른 채... / 파리의 거리에 덩그러니 서 있는 회전목마... 빙글빙글 돌아가는 회전목마를 타며 해맑게 웃고 있는 아이들... /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 네 바퀴... 빙글 빙글 빙글 빙글... / 회전목마가 한 바퀴 돌 때마다 타임머신을 얻어 탄 것처럼 나의 시간도 조금씩 과거로 돌아가고 있었다. /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주인공이 마들렌을 맛보다가 유년시절 기억을 떠올렸던 것처럼. / 우연히 라도 다시 회전목마를 보게 된다면 서른아홉이 되던 여름의 즐거웠던 파리에서의 시간들과 그때 나를 꿈꾸게 해주었던 회전목마를 떠올리게 될까. / 그리고 나의 꿈이 무엇이었는지도... / 꿈과 환상. 빙글빙글 돌아가는 회전목마에는 그런 것들이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 정원

Vol.20070919c | 정원 사진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