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신나라!

류현미 개인展   2007_0908 ▶ 2007_0923 / 월요일 휴관

류현미_별의별 신나라_디지털 드로잉_30×30cm_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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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908_토요일_07:00pm

2007 갤러리킹 기획 초대전

갤러리킹 서울 마포구 서교동 327-15번지 2층 Tel. 02_6085_1805 www.galleryking.co.kr

오, 신나라! 안녕하세요, 여기는 신나라입니다. ● 신나라연작은 그 어떤 외래종교의 유입도 마다 않고 보듬어 내는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느껴지는 묘한 착란의 상태를 포착하고자 한다. 기실 명실상부하게 다른 세계관, 내세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어느덧 이웃사촌이 되어 앞집 뒷집으로, 그러나 결코 아무 일도 터지지 않는 가정의 형제들처럼 너무도 심드렁하게 그저 거기에 있을 뿐인 그 '공시성의 희극'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한다.

류현미_예향의 약천_디지털 프린트_60×45cm_2007

사진 작업인 '센티멘탈 신나라'는 사춘기소녀들의 책갈피나 책받침에 자주 등장하던 조병화의 시,『공존의 이유』의 '가벼운 눈웃음'과 '잊어도 좋을 악수'를 청하는 우리들의 어긋난 세대처럼 공존의 진짜 이유는 가려져 있다. 나는 그것이 우리들의 삶을 포장하는 장치로서 센티멘탈을 이야기한다. 휴머니즘이나 인류의 대화합 따위가 언제나 삶의 이데올로기로써 감정에 호소하는 방식으로 치러지는 상황, 알맹이의 근저는 동요되지 않은 채 억지 떼를 쓰는 아이처럼, 눈물로 헤어짐을 피하는 연인처럼 우리가 함께 하는 진짜 이유는 알고도 속고 모르고도 속는 낭만적인 이데올로기의 베일에 둘러쳐져 있다.

류현미_궁여의 에벤에셀 종려_디지털 프린트_60×45cm_2007

'당신을 생각하는 나를 이야기할 수 없음으로'처럼 만약에 내가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해 버린다면 우리의 아름다운 이 평화의 공존은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릴 것이므로, 신기루 하나 없는 매정하고 멋없는 삶은 견딜 수 없으므로 우리는 기꺼이 침묵한다. 그 침묵의 광경 속에 펼쳐지는 우리의 값 싼 희망, 허위 따위가 어떻게 조작된 센티멘탈과 손잡고 있는지를 보려한다. 그것은 별의 별 신나라가 모여 있는 장면에서, 로맨스씩이나 하고 있는 신나라에서, 그리고 충만교회의 탑지기가 성불한 이야기에서 웃지도 울지도 못할 희비극의 단편이 도사리고 있는 진짜 신나라를 만날 것이다. ■ 류현미

류현미_충만이 성불한 이야기_디지털 프린트_40×30cm_2007

갤러리킹과 류현미 작가와의 인터뷰 中 ● '오, 신나라!' 이라는 제목이 암시하는 바는 무엇인지요? 뭔가 역설적인 느낌입니다. : 애매한 암시와 복선이 제목의 컨셉이라 직접적으로 밝히기는 좀 그렇지만^^,, 제목의 동기 정도는 얘기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종교 자체에 대한 것이라기 보다 뭔가 근원적인 것에 관심이 있어서 그것을 따라가던 중 종교를 만나게 되었고 우리나라의 종교 역시 그것의 학문적이거나 사회적인 관심보다는 개인들의 '믿음'에 대한 욕구가 먼저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러저러한 종교들을 시대에 따라 비교적 다양하게 품을 수 있는 것은 개인들의 삶을 지탱해 줄 수 있는 믿음이 기준이었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나를 지켜줄 수 있다면 형식적인 틀이 엄청난 장애가 되지는 못하였던 거죠. 그래서 제가 받은 느낌은 참 信나라 구나입니다. 하지만 그것의 여파는 개인에게 끝나지 않고 사회적으로 역사적으로 꽤나 큰 모순과 코미디를 연출하고 있기 때문에 또 역시 참 우습구나입니다. 하지만, 그 상태에 머물지 않고 뭔가 바라고 싶은게 자꾸 생깁니다. 해서 명사와 감탄조, 주문조의 복합적인 어감이 필요했었습니다.

류현미_이름없는 무당의 영광이 제일_디지털 프린트_60×45cm_2007

혹시 종교를 가지고 있습니까? 종교의 유/무에 대한 작가분의 입장은 무엇인가요? : 종교를 철학적으로 대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는 신앙이 없다고 봐야지요. 하지만 '믿싑니까' 작업 때 스스로를 '남몰래 신앙인'과 '멀티 종교인'이라고 했던 것은 믿음의 시비를 가리는 경계가 없을 뿐이고, 그 신神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에서입니다. 저에게 종교의 있고 없고는 중요하지 않고 자신의 삶에 대한 믿음을 구하는 주체가 좀 더 평화롭고 자유로운 선택이길 바랄 뿐입니다.

기독교의 십자가, 불교의 만(卍)자 등의 종교적 문양이 포착된 사진은 괴이하고, 다소 판타지해보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길을 가다 이런 장면들을 마주쳤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요? : 오, 신나라! 지요. 그리고 웬지 씁쓸한 센티멘탈,,, 어느 때는 무섭고 어느 때는 그 둘이 너무나 친근한 남매처럼 보이기도 하고,, 또 어느 때는 언어체계가 완전히 다른 외계인들의 대화 같기도 하고,, 대개 이런 느낌은 방관자의 시선인지라 영역 안에 들어가서 느껴보아도, 역시 이탈하여 거리가 생겨나면 총체적인 슬픔이 엄습합니다. 그리고는 어쩔 수 없이 웃어버리는 것이지요.

류현미_꽃보살의 신영_디지털 프린트_60×45cm_2007

사진 외에 작업을 기록하는 방식이 또 있나요? : '믿싑니까' 때 처럼 소리를 귀담아 들었던 적이 있고, 거리에서 나누어주는 전단지를 모으고 있습니다. 그래서 동네에서 포교하는 아주머니들이 저를 좋아합니다.

종교에 대한 작업을 하다보면 주변의 반응이 예민할 것 같은데 어떤가요? : 사실 예민하지는 않습니다. 작업의 선을 깔고 보기때문인 듯 하고 작업이기 때문에 적당히 무관심한 것 같기도 하고,,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제가 말을 걸어야 얘기가 길어지는 정도입니다. 그리고 제가 이야기하는 입장이 딱히 종교에 대한 발언이 아니고 우리들의 어떠한 풍경이기 때문에 저 역시 종교자체에 초점이 맞춰진 논란은 피곤하다는 생각입니다. 제 작업의 의도는 시비를 거는 것이 아니고 제가 저의 삶에서 강하게 느끼는 환상의 여러 이면들의 하나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류현미_신나라 로맨스_디지털 프린트_30×30cm_2007

충만 교회 작업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나요? : 특별한 것은 없고요, 성불사로 바뀌고 난 뒤 건물 앞에 버려진 충만교회 간판이라던가 교회집기들에게서 받은 인상정도가 기억에 남습니다. 신성이 사라져버린 물건들, 그리고 성불사에 주재하시는 '최고로 정확한 운명, 인생 상담을 해드립니다' 라고 적힌 도선스님의 명함을 하나 챙겨왔다는 정도입니다. 홍은동에도 약천사라는 곳이 교회탑에 卍를 얹혔는데 일층슈퍼주인이 전에 교회기도원이었다고, 머 다 그런거지라는 말씀 정도가 기억납니다.

Vol.20070918c | 류현미 개인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