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흔적

김윤수_김호득_박기원_김택상_청화백자展   2007_0904 ▶ 2007_0924

최소한의 흔적_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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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904_화요일_06:00pm

국무총리 복권위원회 복권기금지원사업

스페이스몸미술관 충북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 1411번지 제1전시장 충북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 633-2번지 제2전시장 Tel. 043_236_6622 www.spacemom.org

전통과 현대는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주고받는다. 현대의 것을 통해 전통의 재해석이 이루어지기도 하며 혹은 그 반대가 되기도 한다. 물론 우리의 전통과 현대는 서구 모더니즘의 세례로 큰 단절을 내포하고 있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한국적인 모던은 무엇인가 하는 계속적인 물음으로 서구 모더니즘과의 차별성을 주장해왔고 실제 미술운동에서도 증명이 되어왔다. 더 나아가 전 지구적인 현시대에서 있어서 우리의 모더니즘을 찾으려는 시도는 더 이상 의미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여타 많은 시도들이 그래왔듯이 한국적인 모던은 무엇인가에 대한 정립을 위한 논쟁보다는 우리의 현대미술에 녹아있는 한국의 정신성, 우리의 전통에서 찾아볼 수 있는 현대의 미학들을 실제 작품들을 통해 조망해보는 것이 보다 생산성 있는 시도가 될 것이다. 본 전시도 그 일환으로 조선시대 청화백자와 김윤수, 김호득, 박기원, 김택상의 현대작가 작품을 제시하면서 그 공통분모로 '최소한의 흔적'을 내세우고자 한다.

◁ 김윤수_강과바람 골판지 ▷ 김택상_penetrate(스며들기)_캔버스에 수채, 아크릴채색, 바니쉬_420×20×6cm
김호득_흔들림,문득-사이Ⅰ_한지에 먹
김택상_penetrate(스며들기)_캔버스에 수채, 아크릴채색, 바니쉬_70×70×4cm

'최소'라 하면 '미니멀리즘'을 떠올리게 된다. 작품에서 현상적인 것들, 즉 모든 문학적 도덕적 관념들과 역사적 이야기들을 제거하고 나아가 자연의 형태를 연상시키는 색채와 형태까지도 제거하여 최대의 단순성을 추구하는 것이 미니멀 아트인데, 이때 최대의 단순성은 최대의 다수성을 내포하게 된다. 김윤수, 김호득, 박기원, 김택상 이 네 사람의 작품은 미니멀 아트의 '오브제'를 추구하지는 않지만, 극도의 단순한 형태를 구현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작품에서 보여 지는 단순한 형태는 이를 무색하게 하는 어떠한 '흔적'들을 내포하고 있다. ● 김윤수는 구체적인 사물을 골판지로 감싸는 과정으로 통해 물체를 단순화, 무표정화 시키며 새로운 형을 창조해내는데, 이 기이한 구조물은 다름 아닌 시초의 구체적인 사물의 흔적인 것이다. 김호득은 그린다는 것에 대한 단순한, 그러나 가장 원초적인 물음에서 비롯된 점찍기, 선긋기를 통해 화면을 채운다. 육체로부터 온 가장 기본적인 행위의 필획들은 오랜 사유와 순간의 과정들을 흔적화 시키고 가시화 한다. 박기원회화의 기하학적인 형태들은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무수히 많은 크레용의 흔적들로 이루어진 것을 볼 수 있다. 이 크레용의 표면은 작가의 손을 통한 몸짓의 연장으로, 관람객은 이 차가운 형태에서 하나의 울림을 들을 수 있다. 김택상의 작품은 일견 단순한 색면회화로 볼 수 있지만, 퇴적된 시간의 과정을 찾아볼 수 있다. 각각의 색면들은 물감의 흐름을 순간 고정시켜 놓은 것처럼 얼룩을 지니고 있는데, 이것은 캔버스에 물감이 머문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이 네 사람의 작품들은 일견 모더니즘 회화의 맥을 이은 듯 최대의 단순성을 보이고 있지만 더 깊게 들어가 볼 때 그 안에 변화무쌍한 물질의 흔적, 신체의 흔적, 시간의 흔적들을 이야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김호득_흔들림,문득-사이Ⅰ,Ⅱ_한지에 먹
박기원_평형_푸른빛의 투명 바니쉬
박기원_평형_푸른빛의 투명 바니쉬
△ 김호득_흔들림, 문득-숨 / ▽ 청화백자 조선19세기

본 전시에서 함께 소개하게 될 우리 조선시대 백자는 상기한 미니멀 아트의 단순성의 미학을 극명하고 아름답게 구현 하고 있다. 백자의 정신성에서 베어 나온 단순성의 미학은 그러나 서구의 미니멀 아트와는 달리 엄격한 비례와 좌우대칭, 매끄러운 표면을 추구하지 않으며, 최소한의 어긋남을 통해 오히려 자연스러운 곡선, 자연스러운 미감을 획득한다. '단순성이란 예술에서 목표는 아니다. 그러나 사물의 참된 의미에 접근하면 누구든 자기 자신을 거스르고 단순성에 도달해버린다' 이렇듯, 본 전시를 개최함으로써 현시대의 미학을 발견할 수 있는 우리의 청화백자와 엄격함, 단순함을 감싸 안는 자신만의 흔적들로서 현시대의 미학을 대변하고 있는 김윤수, 김호득, 박기원, 김택상 작가의 작품을 한 자리에 모아 서로간의 작품을 조망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 스페이스몸

Vol.20070917f | 최소한의 흔적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