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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912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일,공휴일_11:00am~07:00pm
갤러리 룩스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5 인덕빌딩 3층 Tel. 02_720_8488 www.gallerylux.net
s나 여경계에 선 시선 ● 장명근이 보여주는 공간은 일반적인 도시의 외관이다. 그가 거주했던 파리의 풍경들이지만 사진 안에서는 특정 지역이나 공간에 대한 특정한 표식은 없다. 그것은 일반적인 풍경, 도시이미지로 차용되었다. 복도나 주차장, 지하철, 실내정원 그리고 치솟은 빌딩들이 대부분이다. 한결같이 인간의 흔적이 부재한 오로지 건물의 외관과 내부만이 존재한다. 미니멀하고 단조로운 풍경이다. 벽과 창, 유리와 프레임 들이 공통적으로 들어와 있을 뿐인데 이는 보편적인 도시의 피부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획일적이면서도 거대하고 더러는 현란한가 하면 모호하고, 추상적이고 이 도시의 외관은 분명 이곳에 사는 이들에게 심리적 상흔을 남긴다. 그는 도시의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다. 그 걸음과 보폭은 정서적, 심리적 그늘을 짙게 드리우면서 진행된다. 그렇게 심리적 동요를 일으키는 대상과 주변에 대한 자조적인 질문을 던지고 또한 그로 인해 불거진 심리적인 감정을 작가는 시각화하고자 한다. '그는 도시공간의 투명한 유리문, 복도의 유동성, 출입 구조 등에서 느껴지는 가시적인 안과 밖의 경계에 스스로 의문을 던지고 배회하면서, 결국 숨겨진 또 다른 경계를 확인한다.'(에르베 르 고프) 19세기의 현상인 모더니티는 주지하다시피 도시의 산물이었다. 그것은 신경을 예민하게 만드는 정신적인 자극이 공공연한 풍토 안에서, 낯선 사람들 사이를 지나가는 새롭고 복합적인 사회적 존재에 대해, 허구적이거나 이념적인 형태로 반응하는 것이다. 이러한 모더니티의 공공 경험에 대한 새로운 형태들을 구체화하는 주요 인물 유형 중 하나가 바로 '한가로운 소요자', 즉 무기력하게 어슬렁거리는 사람이다. 이러한 소요자는 관찰하기는 하지만 결코 끼어들지 않고, 바라보기는 하지만 진실 된 시선을 주지 않으며, 팔기 위해 내놓은 상품을 바라보듯이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도시의 공공장소들을 돌아다니는 특권과 자유를 상징한다. 그들은 탐욕적이면서 에로틱한 모더니티의 시선을 구체화한다. 그 시선의 연장선에서 도시에 사는 이들은 한결같이 소요자의 운명을 지녔고 작가 역시 그러한 시선과 소요를 내재화하고 있다.
그는 도시의 내부에서 밖을 바라본다. 안은 밖의 두려움과 공포를 유예시키는 안락한 보호를 허용하는 공간, 철저하게 개인적인 비밀과 위안으로 마련된 공간이다. 닫혀진 구조 안에서 외부를 본다. 창을 통해서, 실내에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찍은 사진은 풍경을 보는 주체의 시점이 흔들리고 불안해하며 헷갈리는, 그렇게 겹쳐진 시선의 주름을 보여준다. 실내 공간은 사람들을 보호하고 은폐시키고 은닉하는 동시에 끝없이 밖을 의식하고 엿보는 모순적인 영역이다. 두려움과 호기심이 교차하는 착잡한 시선이 건물, 실내공간의 경계에 놓여져 있는 셈이다. 그 안은 또한 갇힌 공간이자 밖으로 확장되어 나가는 길목이기도 하고 안과 밖, 내부와 외부가 겹쳐진 사이의 공간이다. 그 사이에 놓인 작가의 카메라는 모두를 아우르는 풍경을 전개한다. 이쪽과 저쪽이 교차하고 안과 밖이 동시에 공존하는 다소 기이한 풍경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방향감각을 상실하게 하거나 자신이 보고 있는 곳, 직립하고 있는 곳, 바라다보는 방향이 어디인지 잠시 헷갈리게 한다. 묘한 공간에 처해 있다는 불안감도 심어주고 반사되고 겹쳐지는 몇 겹의 공간 안에 빠져있다는 당혹감도 든다. 특정 장소를 명확하고 인지 가능하게 보여주는 일반적인 풍경사진과 달리 이 사진은 미궁에 처해있다는 느낌을 준다. 특히나 작가는 상하가 뒤집힌 사진을 보여주면서 가상과 현실의 경계 또한 대립시킨다.
그 공간은 도시인들에게 낯설음과 공포를 심어준다. 사실 우리는 낯선 공간에 있을 때 불안해한다. 대로가 아닌 골목길, 출구가 안 보이는 밀폐된 장소, 익숙하지 않은 주변건물, 완강하게 닫혀있는 문들과 경계 너머로 자리한 숨겨진 장소를 볼 때 파생되는 미묘한 감정의 흐름이 있다. 작가는 바로 그러한 감정이랄까, 심리적인 파문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 사진은 심리적인 풍경사진에 해당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결국 자신의 실존이랄까, 자의식을 풍경의 외피에 투사하는 형국이다. 그러니까 그는 공간을 재현하기 보다는 공간의 느낌을 보여준다. 그는 늘 도시의 건물외관과 안과 밖의 경계에 서서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인가?"을 질문한다. 도시 공간에서 이 실존적 질문은 파생된다. 근대 이전에 자연 풍경 앞에서 인간적인 고뇌와 실존적 자의식의 질문이 가능했다면 근대 이후 도시인들은 도시라는 낯설고 거대하고 자폐적인 덩어리 앞에서 그 같은 질문을 던질 것이다. 도시는 하나의 거대한 닫힌 공간, 그리고 그 외부는 차갑고 투명한 유리 벽이며 다만 그 유리창에 비친 한 조각구름처럼 모호하게 부유하는 영혼들을 가둔 장소일 수 있다는 것이다. ■ 박영택
Vol.20070917e | 장명근 사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