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ashback

권순영 회화展   2007_0912 ▶ 2007_0918

권순영_차가운 인사 scary greetings_한지에 혼합재료_60.5×73cm_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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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912_수요일_06:00pm

관훈갤러리 본관 3층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5번지 Tel. 02_733_6469 www.kwanhoongallery.com

"한 소녀가 있었더랬습니다." ● "이 글은 한 소녀의 체험을 바탕으로 쓴 다큐_어른 동화랍니다. 권순영씨의 첫 번째 전시를 위한 설명이기도 하지요. 그녀의 작업은 열나 불편했던 자전적인 경험과 기억을 바탕으로 합니다. 이상하게도 그녀의 작업을 유심히 관찰하다가 문득, 이런 요상한 형식의 글이 나왔답니다. 요즘 한창 유행하는 블로구나 쌰이의 엽기, 발랄, 명랑 만화체와 유사한 듯 합니다. 즐독하셈!?" ■ 이추영

권순영_악몽 a nightmare_한지에 혼합재료_60.5×73cm_2007

Flash Back-Scene1 ● 어린 소녀입니다. 소녀는 아빠랑, 남자형제들이랑 부대끼며 살았습니다. 오빠 옷만 입고 다녀서인지 학교 친구들은 소녀인지 소녀-ㄴ인지 몹시 헷갈려했답니다. 조용하고, 말없던 소녀는 친구들의 즐거운 장난감이었습니다. 아마도 왕따의 초기 모델이었나 봅니다. "쟤네들이 시켜서 한 거예요." 가끔은 억울해서 잉~잉~잉 울기도 했답니다. 소녀는 '얼룩말'이란 별명도 갖고 있었답니다.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와 선물이 가득한 방에서 수염 난 덩치 큰아저씨가 가죽 허리띠를 멋지게 들어서 채찍질을 합니다. 피부가 푸르딩딩, 얼룩덜룩해진 얼룩말 소녀가 바닥에 쓰러져 울고 있네요, 어두운 창밖엔 이상하게 생긴 못난이 언니가 이 장면을 바라봅니다. 무지, '뜨거운 성탄절'입니다. '선물'이라는 두 글자가 붉은 색 핏물을 흘립니다. 이 집의 가훈은 성실과 정직입니다. 소녀가 가훈을 어겼나 봅니다. 가부장제의 껍질뿐인 권위가 무쟈게 힘을 쓰던 시절 마쵸적 '남성다움'은 종종 폭력의 훈육으로 실현되었답니다. 이즈음부터 소녀는 자신의 '존재의 이유'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을 하게 되었답니다.

권순영_상당히 나쁜 pretty bad_한지에 혼합재료_32×32cm_2007

Scene2-3 ● 순백의 눈이 소복이 쌓인 겨울 풍경입니다. 고즈넉한 저녁 나무 한그루, 외딴 집이 보입니다. 안방에선 아빠와 친구들의 즐거운 화투가 한창입니다. 전화하는 엄마의 모습도 보네요. 한쪽 방엔 애들이 캔디 만화를 시청합니다. 화려한 금발, 명랑 소녀 캔디는 우상이었습니다. 아무리 '외로워도, 슬퍼도' 절대 울지 않는 캔디는 정말 멋집니다. You are my HEROINE! 게다가 열라 멋진 꽃 미남 테리우쓰와 안쏘니는 캔디의 든든한 친구들입니다. 이 시절 소녀들은 모두 비슷한 꿈을 꾸었답니다. 일부 부모님들은 일본 만화의 탁월한 교육효과로 인해 힘들지 않게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도록 자녀들을 훈육할 수 있었습니다. '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고 소녀는 쪼금 생각했답니다. 즉 애들(자녀), 엄마, 아빠 모두 자기 할 일을 먼저 다해야 세상 꼴이 제대로 된다는 것이죠. ● 세상이 몇 바퀴 돈 후, 쭈글쭈글 늙은 못생긴 소녀가 캔디를 향해 외칩니다. "이게 다 네년 때문이야!" 소녀가 쫓았던 캔디의 환상을 세상 속에서 이루기가 그리 쉽지 않았나 봅니다.

권순영_나쁜 bad_한지에 혼합재료_60.5×73cm_2007

Scene4 ● 따뜻한 불을 구멍구멍 활활 토해내는 예쁜 리본을 단 연탄 케잌입니다. '축, 생일' 입니다. 이 날은 소녀가 다시 태어난 날입니다. 겨울을 따뜻하게 지켜주는 연탄은 때론 방바닥 틈으로 못된 까스를 내보냅니다. 옛날 TV는 종종 일가족 까스 중독 사건을 보도하곤 했었답니다. 그땐 누구나 한번쯤 까스마시고, 김칫국물 들이키던 경험을 미덕으로 알던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소녀는 구사일생 살아났고, 연탄 케잌으로 생일을 축하합니다. "정말, 정말 축하해요"

권순영_아름다움 beauty_한지에 혼합재료_60.5×73cm_2007

Scene5 ● 마음이 따뜻했던 소녀는 혼자 사는 옆집 아저씨가 넘 불쌍했더랍니다. 어느 날 소녀는 아저씨가 좋아했던 '안성땡면'을 맛있게 뽀글뽀글 끓여서 갖다 드렸습니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다음날 아저씨는 갑자기 저 세상으로 떠나셨답니다. 소녀는 너무너무 무섭고 슬펐습니다. 마치 자신이 한 일 때문에 아저씨가 돌아가신 게 아닌가하는 죄책감도 들었고요, 죽음이 무엇일까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기도 했답니다. "음, 그랬었구나!", "흑흑흑, 아저씨 미안해요."

권순영_기쁜 날 a happy day_한지에 혼합재료_32×32cm_2007

Scene6-∞ ● 공부는 못했던 소녀는 이상하게도, 그림을 열씨미 그렸습니다. 책과 공책도 까맣게 만들었고요, 무지 많이 혼나기도 했답니다. 아빠가 책들을 모두 태우기도 했데요. 우여곡절 끝에 미술을 전공한 소녀는 테리우쓰나 안쏘니와는 전혀 비교를 할 수 없는 등급의 한 늙은 학생을 만나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어허, 이 남자가!" 나름의 지식과 논리와 궤변으로 무장한 이 인간이 가끔 너무 냉철한 비판과 무쟈비하게 객관적인 언사로 소녀의 가슴을 아프게 했더랍니다. ● "공교롭게도 그 문제에 대해선 내가 더 이상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그러게 내가 이야기 할 때 진작에 들었어야지!" 그런데 이 남자, 소녀의 정신 깊이 숨겨진 씩씩하고 못된 또 다른 자신의 모습과 많이 비슷했나 봐요. 남 눈치 안보고, 할거 다 하는, 참지 않고 터트리는 씩씩한 인간, 적들의 칼날에도 꿈쩍하지 않고, 복수의 칼날을 휘두르는, 한마디로 '누구나 되고 싶어 하지만, 아무나 될 수 없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죠! 이상하게도 소녀는 이 남자에게 자신의 상처를 조금씩 드러냈고, 상처들이 조금씩 아무는 신기한 경험을 했답니다. 그리고 이 남자는 어느 순간부터 테리우쓰보다 더 머찐 소녀의 '우상'이 되어, '찬란한 태양'처럼 빛나게 되었답니다. You are my HERO!

권순영_우상 an idol_한지에 혼합재료_32×32cm_2007

"어른 여러분 잘 읽으셨나요, 이상은 30년 이상 묵은 작가가 첫 개인전시를 준비하면서 회상했던 '경험 삶의 현장_어린 소녀의 옛날이야기'였답니다. 이 소녀는 이제 못된_사랑스런 남자와 한 몸을 이루었고 둘이 함께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답니다. 오, 생육하고 번성하라!"■

Vol.20070916b | 권순영 회화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