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7_0912_수요일_05:00pm
갤러리 영 기획초대
갤러리 영 서울 종로구 삼청동 140번지 Tel. 02_720_3939
스타일을 통하지 않고선 그 곳에 다다를 수 없다. 꿈을 꾸었다. 내가 밤새 헤매고 다녔던 그 건물은 분명 지중해 풍이었다고 기억된다. 아무래도 모든 재현 의지는 스타일로 말미암아 생겨나던가 아니면 그 반대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나는 그 꿈에 다가가기 위해 지중해 풍의 건물을 현실에서 찾아야만 했다. 지중해 풍, 바로크, 영국식, 뉴욕 스타일... 주위에 널려 있는 양식에 대한 분류 방식에는 통일감이 없다.
내가 그 꿈을 꾼 것은 목수 이정섭의 목공소를 방문하던 무렵이다. 그도 스타일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와 대화를 시도해 보는 것이 어쩌면 양식의 문제에 집착하게 된 지금의 나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혼란스럽게 기억 속 여기저기에 박혀 있는 스타일들. 양식보다는 스타일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은 것도 하나의 말하기 스타일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꿈은 나의 경우, 빈번하게 좌절되는 경험이다. 꿈속에서 뒤따르는 누군가에 이르는 길은 거의 항상 엉뚱한 길로 접어들어 벼랑 끝에 서거나, 높은 담벼락에 매달려 그 곳이 서서히 무너져 내릴 때의 공포를 경험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그럼 현실은 어떠한가. 생시에 찾은 그 느낌은 꿈에 느꼈던 그 것과는 사뭇 다르므로 잠재적인 좌절감을 안겨준다. 절박함이 덜하니까 조금 더 편안하게 느껴지는 것 뿐 이리라. 이 전시는 좌절된 재현 의지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모든 작품들은 하나의 끈으로 묶여 있다. ■ 김태진
Vol.20070916a | 김태진 영상설치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