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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912_수요일_05:30pm
학고재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0-5번지 Tel. 02_739_4937 www.hakgojae.com
民謠로 추구한 회화적 境界 ● 고완석의 그림은 民謠의 세계를 회화적으로 변용하는 작업이다. 민요의 음악적 경계가 회화적 경계와 어떻게 만나고 또 어떻게 변용되는지 탐구하는 작업이다. 고완석의 그림에 대한 이런 자세는 동양회화의 역사성을 존중하면서 이 시대 회화의 새로운 발현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동양회화의 본질은 회화의 조형적 표현보다 사물의 다양한 境界를 탐색하는 것이었다. 동기창은 禪宗의 세계에서 회화적 平淡의 境界를 찾았고, 조맹부는 儒家에서 회화적 졸박한 境界를 보았다.
고완석은 民謠에서 이 시대의 새로운 회화적 境界를 제시한다. 민요의 대중성, 반복성, 즉흥성, 일상성, 소박성 등을 이 시대의 회화적 감성과 결합하여 새로운 화면을 창출하고 있다 그가 민요에 관심을 보이고 그 회화적 변용을 추구한 데는 이 시대 회화는 모두가 공유하고 함께 느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에 동의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역사속 동양회화는 소수 문인들의 사물에 대한 높은 격조와 경계에 대한 담론이었다. 그가 동양화 화면의 최고목표점이었던 본질적인 境界論에 근원을 두면서도 대중적인 美感에 깊이 천착하는 것이 독특한 그만의 화면을 만들어낸 근거일 것이다.
음악과 회화의 만남은 동양회화에서 늘 있어온 일이다. 詩와 그림의 만남이 곧 음악과의 조우라 할수 있다. 소동파가 말한 "詩中有畵, 畵中有詩"는 詩와 그림은 본질적으로 같은 경계라는 뜻이다. 시에 곡을 붙이면 음악이 되었다. 모두 같은 세계를 다른 형식으로 표현할 뿐이다. 고완석의 민요그리기는 이런 동양화의 역사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 다만 화면의 경계를 추구하는 태도는 다르다. 이전의 동양화가 사물의 철학적 경계를 탐색했다면 고완석은 실존적 경계를 탐구하고 있다. 조형요소의 메인으로 등장하는 사람들의 형상이 그것을 증명한다.
고완석의 畵路를 보면 조형요소의 변천이 있는데, 초기에는 춤추는 鶴의 형상들이 등장하고 이후 화면을 분할하여 둥근 원들과 다양한 선들이 교합하는 추상적 형태로 변화된다. 이것은 민요의 음률을 표현하고자 한 시도로 보이는데, 반복적이고 즉흥적인 민요의 旋律을 체계적인 화면 분할과 자유분방한 활달한 筆線의 상반적인 방식으로 표현하였다. 이 시기는 민요의 미묘하고 다양한 운율 즉 큰울림, 작은울림, 중간울림, 예리한 울림,가는울림등을 둥근원들과 직선, 곡선의 체계적 배치로 나타난다. 이것은 민요의 가창 방식을 회화적 경계로 표현하고자 한 의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는 기존의 방식에 다양하고 많은 인물들의 형상이 등장하는 것이 새로운 점이라 할 수 있다. 그 모습은 거의 함께 손을 잡고 춤추는 모습이다. 이것은 이전작품에서 주로 관심을 가젔던 민요의 반복성과 즉흥성에서, 함께 부르며 형성되는 민요의 다양한 합창의 소리가 작가에게 가장 본질적인 민요의 境界라는 인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여럿이 일렬로 손을 잡고 있거나 강강술래 같은 원형을 그어 가며 춤추는 사람들의 모습이 일견 단순한 도식으로 볼 수 있으나, 시각적으로 결코 느슨하지 않은 것은 고완석이 화면재료로 사용한 스테인리스 스틸이 한 부분 공헌하고 있다. 스테인리스 스틸은 반짝이는 표면으로 감상자에게 자신의 얼굴이 비춰지기도 하는 거울의 효과를 보인다. 거울이라는 장치를 이용하여 음악과 회화의 조합된 경계를 구현하고자 하였다. 孔子는 " 그림은 우리를 비추는 거울이다" 라고 인식하였다. 고완석은 민요의 역사가 우리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발언하고 있다. 감상자는 고완석의 그림에서 민요의 흥겨운 세계를 만나면서 그 속에 함께 서있는 자신도 발견한다. 그린사람과 보는사람이 한 화면에서 만나게 하는 독특한 회화적 시도이다. 함께 부르는 민요의 세계를 시각적으로 절묘하게 조합하기 위하여 선택한 화면 재료는 칭찬할 부분이다
또한 스테인리스 스틸의 재료적 차가움은 인간의 실존적 고뇌를 상징한다고 볼수있다. 그러나 그 차가운 재료 위에 펼처지는 민중들의 흥겨운 노래부르기는 구전으로 끈질기게 전해내려온 우리 모두의 삶에 대한 건강한 합창이다. 고완석의 그림에서 스테인리스 스틸이 거울의 작용을 할 때는 우리 모습을 비춰왔던, 민요와의 또 다른 화합과 만남에 대한 희망이며, 그 차가운 성질이 화면에서 드러날 때는 민중들이 건너온 매서운 실존적 흔적이 되는 바탕이다. 이런 이중적 상징성을 사용하여 시각적으로 새로운 읽기의 즐거움을 던져주고 있다. 재료적으로는 현대적인 이 시대의 물질을 이용했으나 회화적 표현방법을 보면 동양화의 다양한 筆線을 지키고 있다는 점이 또한 주목되는 점이다. 스테인리스 스틸표면에 화선지를 붙이고 활달한 필선으로 형상을 그린 후에 나머지 부분을 오려내어 그림을 완성하고 있다.화면에 종이를 붙이고 오려내거나 필요한 부분을 날카로운 공구로 긁거나 문지르는데, 완성된 線들은 전통적인 동양화의 筆線이다.
이상으로 볼 때, 고완석이 추구하는 그림은 동양회화 미학의 본질적 세계였던 境界추구, 그 사물의 정서적 氣勢를 표현했던 筆線의 미묘한 세계에, 이 시대의 실존적 물음을 추가한 것 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민요의 대중적 境界로 이 시대의 새로운 한국화를 모색한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동양화의 우주적인 사유 태도와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의 화면에서 민요의 함께 부르기는, 함께 그리기가 되고, 함께 이 시대를 느끼고 , 함께 서로 바라보는 회화적 변용이 된다. 한국적 정서를 가지고 긴 역사 속에서 전해온 민요에서 이 시대 새로운 실존적 해답을 제시하고, 그 새로운 회화적 境界를 추구하는 고완석의 작품세계가, 이 시대의 다양한 대중과 만나서 새로운 합창이 되기를 기대한다. ■ 장정란
Vol.20070915c | 고완석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