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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914_금요일_06:00pm
갤러리 카페 브레송 서울 중구 충무로2가 고려빌딩 B1 Tel. 02_2269_2613~4 cafe.daum.net/gallerybresson
벽의 이미지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처음엔 인간과 자연과 시간에 의해 그려진 매혹적인 형상에 이끌려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작가가 스튜디오에서 머리를 싸매고 뭔가를 만들어 내지 않더라도 우리 인간의 삶 속 곳곳에는 이미 우연에 의해 만들어진(혹은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초월적인 무엇일 수도) 작품으로 둘러 싸여 있다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그러다 작업을 하면 할수록 벽이 담고 있는 다른 의미들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The Wall은 처음엔 평범한 한 폭의 추상화처럼 보여 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 형상의 아름다움이나 조형성에 초점을 두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벽의 안쪽에는 누군가의 작은 세계가 자리를 잡고 있다. 인간은 자신과 가족 그리고 재산과 문명 등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 벽을 세웠다. 인간과 함께 했던 그 벽을 바라보다 벽이 그 험난한 시간들을 버티어오면서 나무의 나이테처럼 스스로 변화하고 성장하며 스스로를 드러낸다는 사실에 빠져들게 되었다. 벽은 이중적이기도 하다. 나와 가족을 지키는 소중한 수단이기도 하지만 때론 단절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 벽은 분단을 낳고 이념에 의해 마음 깊숙이 형성되기도 한다.
벽의 표면에는 인간과 자연과 시간의 흔적이 그대로 드러난다. 때론 긴 세월을 뛰어넘어 그 표면에 숭고함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최근에 만난 아프간의 벽들은 달랐다. 벽에는 인간의 분노와 잔인함 어리석음을 표현한 모든 행위가 잔인하게 그대로 담겨져 있었다. 그 벽에는 분노와 파괴 살의만이 가득했다.
벽은 결코 절대적인 모습이 아니다. 그 수많은 벽 중 작가에 의해 선택되어진 벽들이다. 그리고 그 벽의 한 순간을 화면에 담고 있을 뿐이다. 벽은 꾸준히 이 시간에도 아주 느린 속도로 그 형상을 바꾸어 간다. 벽은 그런 면에서는 마치 살아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때론 송두리째 부서지기도 하고 다시 새로운 옷으로 단장을 하기도 한다. 이 세상에 절대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영원한 문명과 제국은 없다. 모든 것은 생성과 소멸의 과정에 있을 뿐이다. 벽은 인간을 보호하며 동시에 서로를 경계하기도 한다. 인간은 벽을 만들고 뭔가를 붙잡기 위해 발버둥을 치지만 끝없는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고 있는 자연과 지구에게는 우습게만 보일 것이다. 벽 위에서 펼쳐진 한 폭의 회화는 우리를 생각에 빠지게 한다. 그 속에는 아름다움도 있지만 추함도 있고 때론 어떠한 구체적인 형상이나 역사가 보여 지기도 한다. 벽 위에서 생성과 소멸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다양한 벽의 형상 속에서 인간과 자연의 공생 그리고 나와 타자와의 공존의 메시지를 찾아내기를 희망한다. ■ 강제욱
Vol.20070914a | 강제욱 사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