多색多감 - 오색풍경

박상희_박은하_박형근_이명호_장희진展   2007_0906 ▶ 2007_1010 / 추석연휴 휴관

多색多감 - 오색풍경_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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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906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추석연휴 휴관

갤러리 잔다리 서울 마포구 서교동 370-12번지 Tel. 02_323_4155 www.zandari.com

多색多감. 그리고 五色風景 ● 多색多감 색과 감성이 엮어내는 다양한 변주 ● 정이 많고 감정과 감성이 풍부한 사람을 가리켜 다정다감하다고 표현한다. 그렇다면 다양한 이미지들과 흥미로운 감성들로 구성된 작품들은 뭐라 표현할 수 있을까? 多정을 多색으로 살짝 바꿔 多색多감이라 불러본다. 본 전시는 매 해 가을에 열리는 갤러리 잔다리의 연례기획전으로 多색多감 이라는 제목 아래 해마다 그 색과 감성을 달리하며 변주한다. 지난 해 50여명 작가들의 오색영롱한 작품 170여 점으로 구성된 마치 색색의 조각 천 하나하나가 모여 만들어진 아름다운 조각보와 같았던 多색多감이 이번에는 가을 바람에 펄럭이는 조각보가 걸린 창가 저 너머에 아스라이 보이는 풍경 속으로 유혹한다. 익숙한 듯 낯선 오.색.풍.경 ● 바라보이는 곳의 모습을 담기에 풍경은 늘 왠지 모르게 익숙하다. 나무와 숲, 산이 그러하고 하늘과 바다가 또 늘 그러하다. 자연 풍경만이 아니라 집과 빌딩 숲, 거리나 학교, 음식점과 사무실 등 생활 속의 일상적 경치들 또한 그러하다. 이러한 풍경이 친숙하게 느껴지는 건 우리가 그 풍경 속에 함께 하기 때문이라기 보다 그 풍경을 구성하고 있는 사물이나 자연적인 요소에 익숙하고 특정 공간에 대한 고정적이고 상징적인 개념을 갖고 이것을 먼저 인식하기 때문이다. 너른 벌판에 서 있는 한 그루의 나무를 담고 있는 풍경(이명호), 나뭇가지가 엉켜 빡빡한 숲을 이루고(장희진), 작은 숲 속에 뉘어있는 죽은 새 한 마리(박형근)가 그려내는 풍경은 일견 그저 그렇게 익숙한 나무고 숲이고 새가 있는 풍경일 뿐이다. 과연 그럴까?

이명호_Tree-1_종이에 잉크젯 프린트_100×80cm_2005
이명호_Tree-4_종이에 잉크젯 프린트_62.5×50cm_2005

그리 독특한 종(種)의 나무도 아니고 특이한 형태로 변형된 것도 아니며 벼랑 끝에 아슬아슬 뿌리를 박고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렇다면 사진으로 담아낼 만 할 듯 한데 전시장의 조명을 받으며 프레임 속에 있는 평범한 나무는 공원 같아 보이는 곳에 늘 그 자리에 있었던 듯이 관람객을 향해 서 있다. 단 하나 우리에게 익숙치 않은 것이 있다면 나무 뒤로 쳐있는 흰색 스크린뿐이다. 여기에 이명호의 작업의 매력이 있다. 너무나 평범하거나 익숙해서 인식 조차 하지 못했던 풍경 속 대상에게 그의 자리를 부여하고 풍경으로부터 분리시켜 낯 설은 공간을 만들어낸다. 사진 속에 담긴 이 공간은 주변의 최소화된 풍경으로 인해 나무의 크기도 거리도 감지해 내기 어려운데, 그는 이러한 시각적 교란을 배경 속 대상(positive)을 잡아내는 것이 아닌 대상 밖의 공간(negative)를 강조하여 이용한다.

장희진_a space_캔버스에 과슈_130.4×194cm_2007
장희진_a space_캔버스에 과슈_130.4×194cm_2004

이러한 포지티브 공간과 네거티브 공간 사이의 관계의 풍경을 보다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장희진의「a space」연작이다. 그의 캔버스에서 색을 차지하고 있는 공간은 나무들 사이의 실재하지만 인식의 차원에서 제거되어 버리는 네거티브의 공간이다. 엄연히 존재하는 이 공간은 인식의 대상을 나무에 맞추는 순간 네거티브의 공간으로 분리되지만 그는 이 사이의 공간에 색을 입히며 숨은 그림을 찾아가고 있다. 또한 캔버스 표면에 일정한 간격과 높이의 요철을 만들어내어 또 한번 그림의 표면에서 포지티브의 공간과 네거티브의 공간을 만들어내고 그 사이의 풍경을 주목한다.

박형근_Tenseless_16,Falllen cherries_라이트젯 C타입 프린트_100×125cm_2006
박형근_Untitled_6 A paper horse_라이트젯 C타입 프린트_100×125cm_2004

앞선 두 명의 작가가 실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주목 받지 못했던 공간으로 만들어낸 풍경을 드러내는 숨은 그림 찾기를 하고 있다면 박형근의 작업은 실재하듯 드러낸 이미지에서 실재하지 않는 이야기를 그 긴장을 찾아 볼 것을 조장한다. 그의 사진 속 숲에 놓인 죽은 새 한 마리는 비상 중에 이곳으로 곤두박질 친 것이거나 사나운 짐승에게 목덜미를 잡힌 것이 아닌 마치 이 곳으로 날아들어와 생을 마감한 듯 고요한 모습이 우연히 발견된 듯 하다. 그러나 목이 뒤틀리고 날개가 꺾인 부자연스러운 모습은 다른 사건을 추측하게 한다. 그러고 보니 이 숲과는 어울리지 않는 붉은 꽃과 굳은 피라고 생각했던 끈적해 보이는 액체는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확실한 건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있을 법한 사건의 풍경이 사실은 조작된 실재였다는 것이고 그것이 너무나 잘 조화된 색과 구도로 아름다운 풍경으로 보여질 수 있게 하는 그의 사진이 뿜어내는 힘이다. 이렇듯 그의「Tenseless」연작은 시공간의 경계가 없고 동시에 너무나 팽팽하다.

박상희_Orange cafe am 10:26_캔버스에 유채_112×162cm_2006
박상희_Burgerking pm 4:28(3:11)_캔버스에 유채_112×162cm_2006

조금은 다른 긴장이 다른 풍경 속으로 들어온다(박상희, 박은하). 바쁜 일과로 점심도 놓친 채 잠깐 쉬어가기 위해 들른 패스트푸드점 또는 카페의 테이블 한 쪽 끝에 앉아 소란스러운 풍경을 바라보자면 갑작스레 혼자만이 고립된 듯한 소외감과 고독감이 밀려온다. 늘 앉던 테이블의 끝은 점점 더 길어지고 좁아져 공간의 모서리 저 한쪽으로 나를 밀쳐내고 너무나 익숙한 공간이 일순간 생경한 느낌의 공간이 되어 버린다. 공간감을 알 수 없는 아주 평편한 날카로운 경계를 가진 색면들이 화면을 과감히 구획하고 그 경계 참에 혹은 화면 밖에서 화면 안으로 빼꼼히 고개를 들이민듯한 인물들이 있다(박상희). 그가 만들어내는 풍경은 익숙한 일상의 풍경 속에서 한 개인이 순간순간 느끼게 되는 고독감과 소외감 그리고 이로 인해 경험하는 심리적인 풍경이다.

박은하_Planarian-The Guest III_캔버스에 유채_196×261cm_2007
박은하_벽화_아크릴채색_2007

그가 존재하지 않고 보이지 않지만 느껴지는 심리적 풍경을 절단되고 매끈한 색면으로 표현해 냈다면 박은하는 끊임없이 흐르고 움직이는 유동적인 패턴으로 표현한다. 사무실과 집안의 이곳 저곳을, 책상과 책장을, 탁자와 의자를 휘감고 창문을 타고, 계단을 타고, 벽과 천정을 타고 흘러내리는 색 물결의 흐름은 마치 물위에 떠있는 유성물감의 띠처럼 공간 속으로 절대 흡수되지 않고 현실과 가상의 경계 위를 아슬아슬 타고 흐른다. 이는 마치 몸은 현실 속 삶과 생활 속에 있지만 끊임없이 현실을 파고들고자 하나 융합되지 않는 작가의 환상 속 욕망의 색소들이 자리 잡을 수 있는 공간을 찾아 헤매는 듯이 보인다. 그가 플라나리아 패턴이라 부르는 유동적인 색 물결이 작가의 상상 속에서 흘러나와 캔버스를 누비고 넘쳐나 전시장으로 스며 『多색多감』展의 오색 풍경을 따라 흐른다. ● 눈에 보이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은 색으로 명명할 수 있고 실재하는 풍경과 사건은 그려내고 찍어내고 설명해 낼 수 있다. 이에 더하여 있을 법 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있을 수 없지만 있는 듯 느껴지는, 있지 않지만 만들 수 있는 풍경이 사진과 회화 작업을 하는 5명의 개성 넘치는 젊은 작가들이 만들어내는 多색多감한 오색풍경으로 전시장에 펼쳐졌다. ■ 송희정

Vol.20070913f | 多색多감 - 오색풍경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