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7_0903_월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8:00pm
갤러리 꽃 서울 마포구 서교동 337-36번지 B1 Tel. 02_6414_8840
예술 작품은 의식과 무의식을 드러내며 조형적 미학으로 구현된다. 화면 깊숙이 담고 있는 메시지가 우연적으로 혹은 필연적으로 발현되는 것은 '나'로부터 시작되고 다시 작업을 통해 '나'로 돌아온다. 개인적 경험이나 기억 그리고 근원이 되는 사상이 공존하는 의식과 무의식은 나의 작업에 녹아있다. 개인의 영역이 확장되어 어떤 사상이나 매체의 접함을 통해 자신의 본질로 다가가고자 하는 것이다. 사람들, 스치는 풍경, 여행, 사소한 일상 등 나와 만나는 모든 요소들을 흡수하고 깊이 간직한다.
살아 있는 전통이란 '기억 속의 심상'이 지금 이 순간에 새롭게 되살아난 것이다. 설날 아침 차가운 대청마루를 총총 뛰어 건넛방으로 들어가기. 뉘엿뉘엿 지는 해가 땅으로 퍼져 창호지까지 번진 방문. 이렇게 소소한 기억들이 모여 나의 정체성을 돌아보게 하고 기억으로 하여금 시간을 초월한 공간으로의 방문을 가능하게 한다. 나는 운 좋게도 어릴 적 한옥 생활을 경험하였다. 경상남도 합천의 작은 시골마을의 할아버지 댁은 고조할아버지부터 자리 잡은 본가(本家)이다. 100년 동안 할아버지, 아버지를 지나며 본인에 이르기까지 말 그대로 전통의 흔적이 깃든 곳이다. 낯설지 않은 전통의 경험은 본인에게 전통에 대한 시선을 즐기게 해주었다.
현판작업은 명륜당에서의 감동에서 시작되었다. 궁전이나 사찰, 한옥 등 옛 건물을 즐겨 찾던 나는 현판이라는 대상에 집중적인 시선이 머물게 되었다. 현판을 바라보면 화려한 문양과 글들이 쏟아질 것 같았고 그 웅장함에 압도되었다. 건물의 이름을 표기해놓은 오늘의 간판 같은 역할을 하고 있지만 단순 이름표에 지나치지 않고 그 속에 빨려 들어갈 것 같은 하나의 공간으로 느껴졌다. 공간 속의 글자들은 주술적인 힘을 갖고 보는 이로 하여금 그 기운을 전하는 부적 같은 힘도 지닐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현판의 이미지를 재현하며 그 속에 메시지를 담았다. 메시지의 공간은 또 하나의 공간으로 보이기도 한다. 개인의 의식을 의미를 지닌 단어나 글로 대변하고 조형적으로 재구성 하였다.
공간 의식과 공간 취향이 인간의 정체성과 직결되는 미의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들에게 공간이란 시간과 함께 객관적 대상일 수밖에 없지만 본인의 의식 속으로 들어와 재구성된 주관적 공간은 새로운 의미를 갖는다. 행위와 기억이 동반되어 공간이 확장된다. 기억 속에 자리 잡은 공간적 심상, 자꾸 머릿속에 떠오르는 기억은 현판에서 확장된 공간으로 나타난다.
기억과 의식을 화면에 투영시켜 나를 되돌아보고 본질에 다가가는 수련의 과정으로서 보이지 않는 것을 바라보는 눈을 갖게 되길 바란다. 공존하는 의식과 무의식이 진실 된 상으로, 이것은 다시 자신의 구현으로 순환되며 그 순간을 즐기며 지속될 것이라 믿는다. 이러한 가치를 갖는 작업은 작업행위를 통한 자신의 구현과 감정의 표현이고, 미의 추구는 행위를 지속시키고 본인의 삶 또한 풍요롭게 하는데 의미가 있다. ■ 구세진
Vol.20070911e | 구세진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