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7_0906_목요일_06:00pm
갤러리 126-1 초대展
갤러리 126-1 서울 종로구 사간동 126-1번지 Tel. 02-733-2798
작가는 길을 갈 때 길만 본다고 한다. 그리고는 길의 부분에다가, 그 한 단면에다가 감각의 레이더를 맞춘다. 그 시선은 부분적으로 그 표면의 아스팔트 조각이 떨어져 나간 도로의 한 단면, 부분적으로 그 표면의 석회조각이 떨어져 나간 오랜 벽의 한 단면, 그렇게 떨어져 나간 부분을 땜질한 흔적에 머문다. 그리고 길이나 벽의 표면에 나 있는 얼룩과 스크래치 같은 우연한 흔적과, 면과 면이 만나는 부분에 생긴 벌어진 틈에 머문다. 그러고 보면 작가는 길에서 길바닥에서 길모퉁이에서 온전한 형태로 재구성된 회화적 화면은 보고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길의 편린들이 작가에게 말을 걸어오는 계기 속에는 단순한 회화적 콤퍼지션만 들어있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는 그 길을 지나쳤을 사람들의 소리와 그 사람들이 흘렸을 사사로운 사연들과 상처들. 그리고 그 사람들이 남긴 우연한 흔적들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말하자면 길은 그저 무의미한 질료 이상의 유의미한 계기들과 미처 형상화를 얻지 못한 무형의 계기들을 포함하고 있는 시간의 지층인 것이다. 여기서 길의 의미를 생성하는 계기는 다름 아닌 사람에 의해서이다. 그러므로 작가는 길에서 정작 길을 보는 것이 아니라, 익명의 사람들을. 그네들의 상처를. 그 상처를 기억하고 있는 흔적을 본다. 그리고 그 흔적을 떠낸다. 트라우마 즉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 간직하고 있는 우연적이고 필연적인 그리고 존재론적인 상처를 떠내는(회화적으로 재구성해내는)것이다. 그리고 그 길에 흔적으로 남겨진 상처는 익명의 주체에 속한 것이기도 하지만, 이와 동시에 작가 자신의 것이기도 하다. 이는 자기 자신에게도 되돌려진 물음들에 맞닿아 있는 자기 반성적인 계기로 작용하며, EK라서 작가의 작업은 마치 자신이 걸어온 길을 거꾸로 추적하는 한 편의 로드무비처럼 읽힌다. ■ 고충환
Vol.20070911c | 박상남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