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7_0903_월요일_06:00pm
갤러리 숲 초대전
갤러리 숲 서울 마포구 창전동 6-42번지 Tel. 02_326_1255
일상도피로의 눈을 감다 ● 생각하고 상상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답을 찾을 수가 없을 때면 우선 눈을 감곤 하는데, 그것은 나에게 일시적 안정을 주고 때론 잠으로 이끌어, 좀 더 긴 쉼으로 데려가 주곤 한다. 내게 있어 '눈을 감는다'는 것은 외부와의 가장 직접적인 단절이고, 소통을 거부하는 최초의 행위이자 도피이며, 내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작이 된다. 눈을 감으면 생각 이외의 많은 것을 느낄 수 있고, 온 몸 구석구석의 세포들이 잠에서 깨어나 자신들을 알리려 하는 듯 움틀댄다. 이는 본다는 것에 우선순위를 빼앗긴 다른 감각들이 더욱 예민하게 자신을 알리려 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눈을 감는 행위는 잠으로 빠져들게 하여 신체와 뇌 운동, 행위의 속도가 멈추거나 혹은 느려짐의 상태에 머물게 되며,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외부 현상과의 일시적 분리 상태를 만들어 준다. 눈이 감긴 채 의식 활동이 쉬는 상태를 말하는 잠을 잔다는 것은 주기적으로 되풀이되는 생리적인 의식상실과 흡사하며, 수면 중이어도 신체의 운동은 지속되고 있음으로 멈춤이 아니라 부분적 일시 정지인 것이다. 공공장소에서 이러한 행위는 너무나 바쁜 현대인이 쉬고 싶음을 나타내는 최소한의 표현 방식이고 의무로부터 도피인 동시에 나를 외부 상황으로부터 분리시킨다. 누구나 자신의 일상에서 잠시 도피하고 싶어질 때가 있을 것이고, 가장 원초적인 도피는 눈을 감음으로써 지금 눈앞에 있는 것 과의 일시적 단절이다.
우리는 눈을 감음으로써 모든 시각적 소통과 단절을 할 수 있지만, 언제든 눈을 뜸과 동시에 세상과 다시 마주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진다. 이는 다시 말해, 볼 수 있다는 능동성과 보여진다는 수동성이 공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할 때 눈을 뜨고 감을 수 있음은 주변과 소통의 반복을 경험하게 하지만, 그 반복의 자연스러움만큼, 볼 수 있음으로 인해 겪는 피로함 또한 경험하게 된다. 내가 봄과 보여짐이 눈을 감음으로써 주변과의 일시적 분리, 즉 피로한 일상으로부터의 도피를 꿈꾸어 본다. ■ 윤인아
Vol.20070908b | 윤인아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