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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831_금요일_05:00pm
스페이스 바바 서울 강남구 신사동 514-1번지 5층(포토피아 5층) Tel. 02_3442_0096
모텔투어(Motel Tour) ● 20세기가 기계 복제 시대였다면, 오늘날은 디지털 복제 시대라고 할 수 있다. 기계 복제는 같은 시간에 수천 개의 똑같은 복제물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끊임없는 반복으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여기에는 합리와 계산과 순서와 질서만이 존재한다. 이에 독일 평론가 발터 벤야민은 대량생산된 기계 복제품과 현대 예술이 아우라(혼)를 상실했다고 보았다. 그러나 디지털 복제는 참여와 변형복제를 통해 정신의 표출이 복제되면서 생산자와 소비자의 '혼'을 이어준다. 디지털 복제를 통해 혼과 생각과 아이디어가 전달되고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즉, 기계 복제품이 완결된 닫힌 복제의 모습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간다면 디지털 복제는 타인에게 다가와서야 완성되는 열린 복제인 것이다. 이를 예술품에 적용하면, 디지털 복제를 통해 만들어지는 예술은 파편화된 부분들을 골라 모아 새로운 전체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며, 그 안에 작가의 새로운 생각이 담기는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김천수의 작업은 디지털 시대에 복제를 통해 만들어지는 예술의 전형을 보여 주고 있다.
김천수의『Motel Tour』는 다음 카페 모텔투어(http://cafe.daum.net/moteltour)에 누군가가 찍어서 올린 이미지들을 갖고 작업한 사진들이다. 이 사이트는 회원제 사이트로, 모텔(Love Hotel)을 다녀온 젊은 커플들이 다른 커플들을 위해 다녀온 모텔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공유하는 곳이다. 회원으로 가입하기만 하면 누구나 쉽게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여기에 올라온 사진들은 대부분 사진전공자가 well-made로 찍은 사진이 아닌 일반인이 그들의 관점으로 찍은 지극히 일반적인 사진들이다. 초점이 잘 맞지 않아 흔들려 있거나, 어설픈 앵글로 찍힌 것들이 대부분인 것이다. 그런데 잘 찍지 못했다는 생각이 드는 이러한 사진들은 "모텔"이라는 공간과 맞물려 묘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모텔은 이제 더 이상 숙박업소의 개념이 아닌, 은밀한 성적 공간으로서의 개념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욕구이지만 떳떳하게 드러내지 못한 채 숨기고 감추게 되는 '성(性)'을 자유롭게 향유하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모텔의 특징을, 인물이 등장하지 않은 채 "모텔"이라는 공간이 주체가 되는 흔들리고 잘려나간 사진들을 통해 오히려 더 잘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김천수는 이러한 사진들에 디지털 변형을 가해, 그 특성을 극대화시켰다. 기존의 이미지를 확대하고 잘라내고 수정하여, 모텔의 몽환적인 느낌과 그것을 바라보는 관음증적인 시선이 더 강해진 디지털 복제 사진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화려한 불빛을 밝히는 모텔 사진에서는 현실세계가 아닌 환상의 세계일 것 같은 느낌이 들며 그 안에서 일어나고 있을 일들을 상상하게 한다. 또, 빨간 광택 천을 배경으로 내려온 휘황찬란한 샹들리에 사진이나 꽃잎으로 장식되어 있는 조개모양의 욕조를 흔들리는 초점으로 찍은 사진을 통해서는 성적인 환상을 그리게 되며, 관음증적인 욕구를 유발시키게 된다. 디지털 시대에 인터넷이라는 공간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정보기술을 통합하여 새로운 디지털 지식인을 만들어냈고, 이 지식인들은 그 공간 안에서 서로 수평적으로 연결되는 네트워크를 통해 스스로 연대하게 되었다. 김천수는 이 공간에서 하나의 지식인으로 활동하며, 다른 지식인들에게서 얻은 source를 활용하여 또 하나의 새로운 지식(사진)을 창조했다. 베일에 싸인 공간(모텔)에 대한 지식을 누구에게나 개방된 인터넷 속에서 습득하고, 거기에 자신만의 색채로 그 지식을 더욱 빛나게 만듦으로써 디지털 시대의 예술에 대한 확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 스페이스바바
Vol.20070904e | 김천수 사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