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7_0903_월요일_06:00pm
갤러리 숲 초대전
갤러리 숲 서울 마포구 창전동 6-42번지 Tel. 02_326_1255
흔들림과 애매함 ● 주은희의 작업은 작년의 작업과 올해의 작업은 많은 차이를 갖고 있다. 작년과 올해 둘다, '낯설게 하기'가 주제였다. 같은 광경이라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형태를 보려는 시각놀이를 그리려고 하였었다. 작가는 가까운 정물, 붓통, 이젤 등의 사물들을 보면서, 일부러 눈의 초점이나 쳐다보는 작가의 눈을 변화시켜, 사물을 '다르게 보거나, 희미하게 보려고 하였다. 그래서, 작가는 희미한 풍경과 같은 사물을 만들어놓아, 외곽선의 분명함을 잃게 하며, 복수적이거나, 뿌연 형태를 파생시켰다. 이러한 형태들은 '애매함'의 철학을 제시한다. 이러한 애매함이란 불안정한 상황을 제시하거나, 인간의 자유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작가는 단순한 불안의 마음만을 나타내기보다는 시각적인 진실성에 대한 해석을 시도한다.
이러한 애매함으로 그려진 존재는 '한정하기 힘든 존재'의 의미를 보여주기도 하며, 하나의 사물을 제시하려는 뚜렷한 시각적인 개념을 반성하게 한다. 낯설게 함으로써, 새로운 형태를 만들려고 하고, 같은 존재라도 보기에 따라 달라 보이는 일종의 '놀이'를 만들어낸다. 비트겐스타인이 말놀이로 제시했던 것처럼, 애매한 형태가 다양한 형태 속에서 만들어낸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는 것일 수도 있으면서도, 그녀의 작품에서는 희미한 형태 속에서 무엇인지를 모르게 하는 요소가 더 강하다. 여기서, 그녀는 '비가시성'과 '가시성', 즉 사물과 사물 넘어서의 추상 사이의 조형세계를 연구한다. 때로는 이 비가시성은 '알 수 없음'이며, '감춤'이고, 이 감춰내는 것은 현실을 넘어서려는 또 다른 욕망의 재현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들 작업을 통해서, 과거 멈춰섰던 정물이나 대상을 눈의 초점의 변화나 바로 보는 자세의 변화로 그렸던 이전의 작업에서 움직임의 진실성을 모아내는 작업으로의 바꾸어내고 있다.
작가에게서의 형태의 자유는 심리의 자유이며, 낯설게 하기는 '새로운 형태'이고, 자기의 갇혀진 틀을 벗어나려는 의도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형상성은 왜곡의 형상이며, 프로이드적인 무의식의 반영과도 연관되는 면이 있으며, 기억의 어두움과 파편을 읽게 한다. 작가의 그림은 항상 검은 색과 밝은 색이 나뉘어져 구성되며, 검은 색은 하얀 화면 속에서 반을 자르거나, 강하게 화면을 비틀어댄다. 이 비틀어대는 화면에서의 조각내고 파편화시키는 것은 감춰진 또 하나의 어두운 그림자를 형상화(Darstellung)시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형상화는 심리적인 욕망을 현실화시키는 독특한 어둠이며, 희미함으로 조형적인 가면처럼 제시된다. 이러한 작가의 노력은 발라나 비형상적인 형태를 위반시키는 데에서 벗어나 더 적극적으로 심미적 형태를 만들어내고 있고, 필자는 작가가 이러한 조형성들을 더 발전시켜, 새로운 창의적인 형태를 이뤄내기를 기대한다. ■ 강태성
Vol.20070903h | 주은희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