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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830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공근혜갤러리 서울 종로구 팔판동 137번지 Tel. 02_738_7776 www.gallerykong.com
박소영 _ 窓을 통한 思惟의 視點 ● 박소영은 '창(窓)'을 통해 미지의 세상으로 향한다. 그에게 있어서 窓은 문(門, 입구와 출구)과 같으며, 새로운 환영을 꿈꾸는 통로이자 구멍이며, 지루한 일상에서 일탈하기 위한 좋은 도구로서 활용된다. 또한 窓은 경계를 의미한다. 그 경계에서 박소영은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망각(妄覺)의 세계에 빠져들기도 하며, 망각(忘却)되어진 현실을 씨줄삼아 허공을 향해 외줄타기를 한다. 그의 외줄타기는 인간 세상의 제도화 속에 통용되고 있는 주체와 객체 사이의 이분법적 사고에서 늘 고립되었다는 작가의 생각에서 비롯된다. 작가적 속성일까. 역설적이게도 박소영은 고립된 '방'(자기만의 안식처, 자잘한 에피소드를 축적한 생성소)을 가설해 놓고 서서히 자신으로부터 비롯된 기억과 환상의 미로 여행을 즐긴다. 그 고립은 스스로 함정을 파놓은 착각이자 환각이 아닐까. 이러한 망각(妄覺)은 창작을 고취시키기 위한 무의식적 몸부림으로, 2004년도에 그려놓은「화가의 방」,「침실」,「단절」,「책 아닌 책」에서 암시한다.
박소영은 삶의 여행을 통해 고립되어진 중간자(어느 쪽에도 位置하지 못하는)의 입장에서 어떤 막연한 소통을 위해(아니면, 저자로서의 죽음을 피하기 위해) 현실에서 걷어 올린 온갖 대상과 '관계 짓기'를 해왔다. 처음은 서로 알고 지낸 주변 사람들과 관계해보고(2002), 그 후 자신을 타인과 겹쳐보거나 그대로 드러내보고(자신과 자신을 관계하는, 2003-2004), 작업실과 침실의 방을 관계해보거나 동시에 그 방에 갇힌 나와 또 관계하는(2004) 등의 '나-그-공간(방)-프레임'의 연결고리를 물고물리는 연속성을 드러냈었다. 2005년부터는 공간 안에 사람(나-그)은 빠지고 사물과 관계 짓는다. 窓의 변화에 따라 자연과도 관계한다. 나(주체)와 그(객체)는 관계 짓는 공간 밖에서 응시자 역할만 한다. 선물로 받거나 직접 사온 여러 물건들은 회화로 옮겨진 오브제로서 작가에 의해 다양한 위치와 역할, 에피소드를 부여받는다. 그러니까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사람을 가장한 동물?사물처럼 말이다. 모든 작품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작품들을 엮어서 총체적으로 상상해보면, 마치 작가가 혼자서 연출, 시나리오, 무대설치, 배우선정 등 모든 연극(영화, 뮤지컬)적 상황을 만드는 그러한 환타지를 설정하게 만든다. 1인 多역을 할 수 있는 상상적 놀이 공간. 이것이 바로 1mm밖에 되지 않는 캔버스 천의 두께에 엄청난 환영을 불러일으키는 회화적 힘인데, 박소영은 그 힘의 욕망과는 무관하게 사물에 대한 끊임없는 상상에 매달리며, '窓'을 매개체로 관계 짓기를 지속한다. '만남과 고립'을 반복하는 박소영에게 있어서 '窓'은 없어서는 안 될 모티프로 작용한다. 그림의 숨(호흡) 기능을 하며,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역할을 한다. 무한한 공간을 향하여 질주할 수 있는 출구인 수많은 窓들에 의지하는 만큼, 박소영은 공간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 그리고 환경이 바뀜에 따라 그림 속 공간적 풍경이 달라진다. 그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곳)에는 상상력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것 같다. 보여지는 대상이 우선하고, 그에 따라 (찰나적)상상을 하며, 그 이면의 상황을 들여다보는데서 그의 창작은 시작된다. 또한, 갇힌 공간이 아닌 열린 공간이 그에게는 무한한 환상을 가져다주며, 그 경계인 '사이 공간'에서 사물(인간의 에피소드에 비유)과 자연을 관계 짓게 된다. 따라서 작가는 안과 밖의 일체로서의 리얼리티를 추구하게 되는 상황을 맞는다.
창문이 작고 답답했던 지하작업실에서 천정이 높고 창문이 큰 난지창작스튜디오 2층 공간으로 옮긴 후(2006년 4월 입주), 그의 그림이 달라졌다. "창문이 크니까 밖을 보게 되고, 나무, 숲, 산을 보게 된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밖으로 나가 전체의 풍경을 보게 되고, 이리저리 산책하게 된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박소영은 보여지는 대상에 따라 인식과 상상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유용성을 지녔다. 그러한 특성으로 인해 前 그림(2002-2005)은 갇힌 공간 안에서 밖의 공간과 관계하는 맥락이었다면, 이곳에서 그린 그림은 안과 밖뿐만 아니라, 안에서 밖을 동경하는 절실함과, 이를 실천하는 밖의 풍경과 교접(交接)하는 관계까지 보여준다. 관계 짓기의 확장이다. 그렇다면 그의 관계 짓기의 영역은 어디까지일까? 자못 궁금해진다. 窓 너머 시선의 움직임과 환상, 그리고 오브제들에 대한 스토리 부여, 복잡한 인간사-개인사의 상징물(사람관계에서 보고 듣고 말하는 것들의 오해나 상처, 주부로서 겪는 후유증 등)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그의 그림은 구성이나 내용적인 면에서 복잡하지 않다. 적당히 여백을 두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어떤 기억이나 사건, 에피소드, 꿈들의 또 다른 환상의 출구를 열어 놓는다. 그림에 등장하는 산, 나무, 오브제, 구름, 달, 별 등의 모양들은 그녀의 성격답게 정답고 여유로우면서, 모나지 않고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하고 있다. 사실 그의 환상물들에 대해서는 일일이 설명하고 싶지 않다. 그 자체로서 조형적 언어가 너무도 명징하기 때문이다.
장소와 위치, 시간을 달리하며, 주체의 이동 시점에 따라 보여지는 窓의 세계는 다양하다. 시선에 따라 변모되는 다양성에 녹녹히 향유하고 찰나의 영감을 채는 박소영의 재치는 얼핏 보기에는 합리주의적 사고에서 오는 비주얼처럼 여겨질 수 있지만, 그 단계적 과정을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 '窓'의 구조와 세계를 자연스레 접하는 과정에서 초기부터 최근의 작업에 이르러, 점차 多時點으로 이동하는 것을 보여준다. 하나의 시점인 '나'로부터 시작되어(「類似構造」, 2002), '나-그'의 1:1 시점을 넘어(「화가의 방」, 2004), '공간-사물(사람)-자연'이 연결되는 思惟의 시점(「난지일기」,「컬렉션」, 2007 ; 여기서 '나'와 '그'는 프레임 밖으로 이동하여 사유의 주체로 자리매김)으로 향하게 되는 것이다. 시점의 이동은 곧 동양적 사유를 가능케 하는 근본적 태도와 맞닿아 있다는 견해에서 보면, 이제야 밖으로 나온 그의 시선과 그 이면의 態의 잔영을 사유하는 태도에 가능성을 엿본다. 공간 환경의 중요성을 앞서 밝혔듯이, 그의 작업에 있어서 난지 스튜디오 공간의 경험은 중요한 매개점이 된다. 갇힌 시선의 해방을 만끽하여 앞으로 무수히 많은 窓을 통해 더 많은 세상과 교접하게 될 것이고, 따라서 물리적인 窓이 아닌 '몸=사고=마음'의 窓, 즉 무한대로 겹쳐진 자유로운 인식의 막을 형성하게 되지 않을까한다. ■ 이관훈
Vol.20070902h | 박소영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