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am Plamodel

주연(김현숙)展 / ZUYEON / 朱延 / painting   2007_0901 ▶ 2007_1007

주연(김현숙)_Plamodel 12_혼합재료_59.3×45×1.5cm_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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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김현숙) 홈페이지_https://www.zuyeon.com

초대일시 / 2007_0901_토요일_05:00pm

갤러리 윌리엄 모리스 William Morris Gallery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59-6 (법흥리 1652-136번지) Tel. +82.(0)31.949.9305 www.heyribookhouse.co.kr

삶은 다양한 물건으로 가득 차 있다. 아침에 눈을 떠서 다시 잠드는 그 순간까지 단 하나의 물건 없이 생활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잠시 그 여정을 쫓아가보자. 침대, 베개, 이불, 자리끼가 담긴 컵, 알람시계, 슬리퍼, 스위치, 전등, 문, 손잡이, 세면대, 칫솔, 치약, 비누, 머리빗, 수건, 화장품, 밥그릇, 접시, 가스레인지, 전자레인지, 프라이팬... 겨우 아침 시간 10분을 찬찬히 돌이켜보더라도 내 몸을 거쳐 가는 물건은 수도 없다. 그런데 하나하나 따로 떼어 놓으면 그저 하나의 물건일 뿐인 이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움직임과 서로 짝을 이루기 시작하는 순간 단순한 '물건' 그 이상의 것으로 변한다. 각각의 물건은 어떤 활동과 관계를 맺는가에 따라, 또한 누군가와 어떠한 조합을 이루어내는가에 따라 서로 다른, 그들 나름의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각각의 물건을 사용하는 방식, 저마다 다른 일상을 겪으며 쌓여온 추억, 되돌아볼 겨를도 없이 몸에 배어 있는 익숙함 같은 것은 객관적인 사물들이 지니는 사전적 의미와는 거리가 먼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이러한 물건은 우리들 모두에게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의미 있는 무엇인가를 만들게 한다. 같은 재료를 가지고 만드는 요리가 저마다 다른 것처럼 시장에서 구입한 레디메이드라 할지라도 어떤 이의 손을 거쳐 쓰이는가에 따라 그 다양한 물건들은 개개인의 역사에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주연(김현숙)_Dream Plamodel_2_혼합재료_135×82×2cm_2007
주연(김현숙)_Plamodel 梅_실크스크린_90×60cm_2007

작가 주연은 '플라모델plamodel' 연작을 통해 바로 이러한 일상의 사물들이 제각각 다른 맥락을 갖추어가는 순간, 사물을 매개하는 방식, 그것이 만들어내는 저마다의 의미에 주목한다. 다들 알다시피 플라모델은 어린 시절 누구라도 한 번쯤은 갖고 놀았던 기억이 있는 장난감으로, 사각의 틀 안에 조각조각 늘어서 있는 플라스틱 부품을 하나씩 떼어 순서대로 조립하면 하나의 모델이 완성되도록 고안된 것이다. 상자 겉면에 인쇄된 완성품의 근사한 모습을 상상하면서 작은 부속품들을 조심스럽게 맞춰가다 보면 어느새 부품이 늘어서 있던 사각 틀은 그 뼈대만 앙상하게 남고, 눈앞에는 제 모습을 갖춘 완성품이 나타난다. 처음에는 어디에 쓰이는지도 몰랐던 낱낱의 부품들이 저마다의 맥락에 따라 의미 있는 것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김현숙은 바로 이러한 플라모델과 개개인의 삶이 영글어가는 방식의 유사성을 발견했다. 그 둘 사이에는 '놀이'라고 하는 프로세스가 공존한다. 놀이하는 인간, '호모 루덴스'는 놀이를 통해 삶을 구성해 나가고, 나아가 문화를 만들어낸다. 모두에게는 아닐지라도 개개인에게 의미 있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놀이는 단순한 놀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생을 통틀어 한 사람의 의식 세계와 삶의 경계선을 그려나갈 만큼 영향력을 갖는다. 플라모델이 이미 완성품이 어떤 것인지 뻔히 알면서도 그것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즐기게 하는 장난감이라면, 사람의 일생은 종국에 다다를 모양새가 어떠한지는 알 수 없으나 그 막연함을 넘어 다양한 사물을 통해 생각하고 이루어가는 모든 과정을 겪으며 얻게 될 즐거움을 찾는 여정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인간에게 놀이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일깨워주는 지표이다.

주연(김현숙)_Plamodel i_lithography_55.5×38cm_2005
주연(김현숙)_Ladder Plamodel_2_혼합재료_56×47×1.5cm_2007

작가의 아버지는 기와를 만드는 도공이었다. 어린 시절 그는 기와 가마터에서 아버지가 사용하던 이름 모를 수많은 도구들을 장난감으로 삼았다. 가마터의 연장들은 아버지에게는 유용한 도구였으나 그에게는 본래의 용도를 벗어난 도구였던 셈이다. 하지만 아버지가 기와를 만드는 일, 그녀가 도구를 가지고 노는 일 그 둘 모두는 각자에게 의미 있는 '놀이'였고, 이것은 훗날 작가가 다양한 도구와 물건들을 하나의 플라모델로 만들어내는 원형이 되었다. 그의 작품 속으로 들어가보면, 플라모델이라는 틀 속에 들어앉은 사물은 사소하기 그지없다. 그가 처음으로 만든 것은 작업실의 열쇠였다. 작업실은 그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며, 즐거운 상상이 둥둥 떠다니는 꿈의 공간이자 가장 치열한 현실의 공간이다. 그토록 중요한 공간으로 들어가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열쇠는 작업실 문을 여는 것과 동시에 작가의 내면으로 향한 문을 열어, 그가 가장 중요한 것이라 여기는 모든 것과 마주하게 한다. 이를 시작으로 그동안 작업할 때 사용했던 톱, 가위, 망치, 경첩, 프레스기 같은 도구들이 작품 속에 등장하고, 휴대전화, 빗, 안경, 구두, 머리끈 같은 생활 도구들도 하나의 맥락을 이룬다. 김현숙의 플라모델 작품은 실제 플라모델 장난감처럼, 완성된 하나의 형태를 애초에 상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House plamodel', 'Ladder plamodel'같이 평소에 작가가 꿈꾸던 형태로 근사한 조합을 이루어, 작품으로 재구성된다. 특히 플라모델의 틀과 함께 다양한 물건들이 공간을 구성하는 'Play-plamodel'과 같은 설치작품들은 거대한 공간을 마치 드로잉을 하듯 메워나가는 작품인데, 그 구성 방식은 시각적인 조형물이 기본적으로 지녀야 할 균형, 조화와 같은 다양한 덕목들을 성실히 따르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그러한 덕목을 이루는 데 사용되는 사물은 철저히 작가 개인의 역사와 그가 사물에 부여하는 개인적인 의미에 충실하다는 것이다. 각각의 위치 선정 또한 작가 스스로 중요하다고 여기는 순서를 따르는데, 사실 그것이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작가는 하나하나의 사물이 갖는 의미나 중요도를 관객에게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구성되는 방식 그리고 그 누구의 삶에도 각각 의미있는 사물이 존재한다는 것을 지극히 사사로운 것을 통해 객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작품이 바로 플라모델의 빈 틀만을 캐스팅해 놓은 'Plamodel 5'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사물이 배제된 프레임을 전면에 부각시켜 완성 혹은 결말로 향하는 여정을 은유적으로 사색할 수 있게 한다.

주연(김현숙)_House Plamodel_plastic casting_84×100×2.5cm_2002~4
주연(김현숙)_Plamodel 竹_실크스크린_90×60cm_2007

작가 주연에게는 플라모델을 만드는 것 자체가 놀이이고, 그렇게 만든 플라모델을 다시 조합해 다음 단계의 완성품을 상상하는 것 또한 놀이이다. 그리고 이러한 놀이는 다름 아닌 예술 작품을 만드는 일이다. 그녀가 그녀만의 놀이를 통해 만들어낸 작품들이 또다시 객관적인 '사물'로 존재하는 순간, 그것은 작품을 바라보는 이들에게 '당신의 인생을 예술로 만들어라'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삶을 둘러싼 다양한 물건, 그들과 호흡하는 일상, 그것이 만들어내는 제각각의 의미들이 개개인의 성격, 사고방식, 경험치에 따라 서로 다르게 조합되는 현실은 결코 하찮은 것이 아니다. 그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가 하는 것은, 삶을 꾸려가는 사람들 스스로가 그것을 얼마나 가치 있게 여기는가에 달린 문제일 뿐이다. 작가는 예술 작품을 만드는 놀이를 통해 그 스스로의 삶 자체를 예술로 만들며, 자신의 작품을 통해 그 누구의 삶도 예술이 될 수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 황록주

Vol.20070902g | 주연(김현숙)展 / ZUYEON / 朱延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