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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901_토요일_05:00pm
21세기 예술가상 수상기념전
후원_한국미학미술사연구소_소강장학재단_조선화랑
조선화랑 서울 강남구 삼성동 195번지 코엑스 컨벤션센터 인도양홀 2층 Tel. 02_6000_5880 www.chosunartgallery.com
영원한 생명의 힘을 그리는 상징적 회화세계 ● 김영주는 작년에 열린 한국 최초의 지명공모전(指名公募展)에서 '21세기 예술가賞'을 수상하면서 주위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미술계에 등장한 신예 화가이다. 그 당시 김영주가 출품한 작품은「문명의 자화상」이란 제목의 회화작품이었다. 수많은 출품작 중에서 이 그림은 가장 큰 관심과 눈길을 끌고 심사위원단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요즘 젊은 작가들에게서 찾기 힘든, 문명에 대한 깊이 있고 폭넓은 문제의식이 보였고, 그것을 형상화(形象化) 하는 작가의 상상력과 회화적 표현력이 독창적이면서 탁월했다. 이번 수상기념전은 '21세기예술가상'을 받은 화가 김영주에게 관계기관이 특별히 후원하는 전시회이다.
김영주는 이번 개인전에서「문명의 자화상」 씨리즈에 속하는 작품과「신화」씨리즈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들은 모두 정신적 사상적(思想的)인 맥락에서 하나로 통하는 그림들이다. 「문명의 자화상-1」은 3개의 화면이 모여서 하나의 그림이 되고 있는 작품인데, 물질과 지식이 현대사회의 모든 것을 지배함으로써 삶의 순수성과 진실성이 사라지고, 탐욕스런 힘의 논리가 정의와 사랑을 대신하는 비극적인 현대문명을 비판하고 있는 작품이다. 김영주는 이 그림에서 푸르른 잎을 무성하게 달고 뿌리에서부터 싱싱하게 자라나온 상상의식물을 등장시킴으로써, 저 깊은 근원적 생명의 재생에 의해서만 오늘의 문명도 회생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인상깊게 부각시키고 있다. 일찍이 철학자 니체(F.Nietzsche)는 현대를 가리켜, 꿈과 이상을 상실한 시대이며 스스로를 경멸할 수조차 없는 가장 경멸할 만한 시대라고 비판한바 있다. 그리하여 그는 저 깊은디오니소스(Dionysos)적 생명력에 의해서만 현대문명을 위기에서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젊은화가 김영주도 그와 같은 생각을 지니고 그것을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문명의 자화상-1」이 보여주고 있는 대상의 상징적인 깊이감과, 다양한 형상(形象)들을 조화있게 구성하는 밀도있는 조형감각은 이 그림을 호소력 있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 「신화」씨리즈 그림 역시「문명의 자화상」과 연장선상에서 이해될 수 있는 작품이다. 의미 내용상으로「신화」에선 현대문명 사회가 소중히 하고 찾아야 할 정신세계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비전이 전개되고 있다.「신화-1」을 보면 시원한 Light Ultramarine Blue를 바탕색으로 깔고 그 위에 사슴 이미지를 그려 놓았다. 윤곽만을 따서 평면적으로 그린 사슴 이미지들과 입체감 있게 다양한 색으로 그린 사슴 한 마리를 부분적으로 겹쳐놓기도 하면서 변화있게 화면에 그린 작품이다. 김영주는 그가 그린 사슴에서 자연적인 현실의 모습을 적당히 제거한 후, 거기에 비현실적(非現實的)인 상상(想像)의 요소를 도입함으로써 교묘한 현실의 왜곡을 통해, 감상자들이 화면에 그려진 사슴을 단순히 현실적인 동물로 이해하려는 것을 경계(警戒)하고 있다. 실제로 그의 이러한 시도는 작품에 등장하는 사슴에 기묘한 상징성(象徵性)을 느끼게 한다. 작가는 우리에게 현실의 시간성을 초월한 신화적(神話的) 세계, 꿈의 세계를 조용히 열어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김영주의 사슴은 장구한 세월동안 인류의 내면에 각인 되어온 저 깊은 무의식적(無意識的) 에너지로 화(化)하고 있다.
오랜 옛날 신화 속에서 사슴은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신성한 존재였으며, 태양을 싣고 달리는 광명의 존재이기도 했다. 사슴의 뿔은 신성한 나무와 동일시되어, 신성한 나무(聖樹)가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존재인 것 같이 사슴 역시 그렇게 여겨졌던 것이다. 그리고 사슴의 뿔은 떨어져 나가면 다시 자라나곤 했던 데서, 사슴은 끊임없이 재생하는 영원한 생명으로 생각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옛 민화(民畵)에서 십장생(十長生) 그림에 사슴이 등장하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였다. 또한 신라시대의 금관(金冠)에도 사슴뿔 모양의 장식이 등장한다. 하늘과 땅을 이어주고 영원한 생명을 가져오는 사슴뿔 장식을 금관에 부착함으로써 왕의 신성한 권위를 강화시켜 주었던 것이다. 오랜 옛날 스키타이인(Scythians)들의 영역이었던 흑해(黑海) 연안의 노보체르카스크(Novocherkask)에서 출토된 금관(金冠)에서도 숫사슴 모양의 장식물들이 부착되어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이렇듯 사슴은 인류가 문화를 형성해온 이래, 그들의 무의식(無意識) 깊은 곳에서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광명의 존재이자, 영원한 생명(生命)의 상징(象徵)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 화가 김영주는 그의 그림 속에서 새롭게 사슴의 상징성(象徵性)을 부각시킴으로써, 현대인들의 무의식(無意識) 깊은 곳에 잠자고 있던 하늘과 땅, 우주의 모든 존재를 이어주는 근원적 생명(根源的生命)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신화의 숲」이란 제목의 작품이나,「신화-1」,「신화-2」,「신화-3」등등의 작품에서 우리는 작가의 그러한 의도를 느낄 수가 있다. 나무가 울창한 숲속에서 한 소녀가 날아가는 새 같기도 하고 화살 같기도 한 기이한 수수께끼의 존재자(存在者)를 따라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고, 사슴은 홀로 서서 물끄러미 소녀를 뒤돌아보고 있다. 숲속 하늘엔 푸른색 유성(流星) 두 개가 불가사의(不可思議)한 기호처럼 떨어져 내린다. 「신화의 숲」에 그려진 장면이다. 마치 꿈속의 한 장면 같은 이 그림은 불가사의한 무의식(無意識)의 세계를 그린 그림이다. 감상자를 끝없이 생각의 숲으로 인도하는 힘을 느끼게 한다. 그 속에서 우리는 잃어버린 근원적 생명의 투명한 온기에 감싸이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김영주는 칠지도(七支刀)를 뜻하는 금속제(金屬製) 입체물(立體物)을 만들어 그림과 함께 보여주고 있는데,「신화의 숲」앞에 지면에서 수직으로 설치된 칠지도는 그림과 어울려 독특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칠지도는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성스러운 나무에서 유래하는 형상으로서, 고대 백제(百濟)의 왕세자(王世子)가 속국 이었던 일본의 왕에게 서기369년에 하사한 성스러운 검(劍) 이었다. 따라서 역사적 유물인 칠지도는 사슴뿔의 상징성과 통하는 조형물(造形物) 이라고 말할 수 있다. ● 화가 김영주는 이것을 알고 칠지도를 만들어서「신화의 숲」앞에 설치한 것이다. 겨레의 넋이 어린,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영원한 생명의 상징 칠지도(七支刀)는 김영주의 그림 속에서 현대적 조형 언어로 재해석 되어 오늘을 밝히는 생명의 불꽃으로 빛나는 듯하다. 물질이 지배하고 생명의 순수성이 사라짐으로써 온갖 편견에 찬 이념의 대립과 싸움이 그치지 않는 황폐한 영혼의 시대에, 김영주는 우리 모두의 근원인 영원한 생명의 힘을 되살리고자 그림을 그리고 있는 드문 화가인 것이다. ■ 임두빈
Vol.20070902f | 김영주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