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가에 놓는 꽃 혹은 화분

김난영 회화展   2007_0901 ▶ 2007_0910

김난영_선인장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41×31cm_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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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901_수요일_04:00pm

부산 미광화랑 부산시 수영구 광안2동 160-6번지 Tel. 051_758_2247 www.mkart.co.kr

귓가에 놓는 꽃 혹은 화분 ● 귓가에다 대고 꽃을 심으려는 간절함의 심연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는 엎드려 무슨 얘길 하려는 것일까. 꽃이 활짝 핀 화분을 들고 왔으니 귀 좀 열고 내 말을 들어보라는 것일까. 아니면 다른 전할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화면 가득 귀 하나를 그리고 그 귓가에 엎드린 한 남자를 배치한 이 작품은 이번 전시의 전체적 맥락을 잘 보여준다.

김난영_꽃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00×80cm_2007
김난영_Drawing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38×45cm_2007

귀가에 대고 무어라 전하고 싶은 말이 있듯, 그는 편지를 붙이고, 새장을 벗어나 또 다른 새에게 날아가고자 한다. 그가 전하고자 하는 말은 연연함이지만 정작 그 연연함은 어떤 이상적 얘기가 아니라 너무나 일상적이라 무어라 완성될 수 없는 것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고상하고 이상적이고 변하지 않는 것들이 아니라 너무나 친근해서 때로 천박하기조차 한 일상어로 드러난다. 모두가 ♡로 보이고 ♡로 드러낸다. 귀에 대고 속삭이는 이 노골적인 욕망은 무엇일까.

김난영_편지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33×53cm_2007
김난영_Heart collection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81×227cm_2007

화면 가득 담긴 열쇠. 자물쇠. 항아리, 수도꼭지, 물방울, 선인장, 파, 시계, 거미줄, 담배연기, 보석, 지구본, 안경, 가위. 볼펜, 튜브에 비어져 나오는 약, 어느 것 하나 연연함을 담을 만한 것들이 아닌데도 그는 그 속을 숨기지 못하고 드러낸다. 너무나 비근한 일상을 분홍빛 사연으로 화사하게 제시해준다. 범상한, 하찮은, 우연한 사물들에 엄숙하고 이상적인 연정이 아니라 완결될 수 없는 일상의 것들에, 일상의 진부함을 도안화를 그리 듯 편지를 쓰거나 귀엣말로 속삭이려 한다. 회화적 아우라를 없애버리고 비근하고 천박한 일상의 제스추어로 말을 걸어보는 것이다. 일상의 잡다한 욕망을 귀하지 않은 사물들의 시선으로 드러내본다. 그것은 "확실성, 절대적 진리, 무시간적 지혜가 아니라 회의적이고 실험적이며, 예측불가능한 경험들에 열려 있는" 세계의 본질로서 산만한 일상에 대한 이해이다.

김난영_Lov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0×72cm_2007
김난영_Lov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2×91cm_2007

귀가에 대고 꽃을 심으려는 이 일상의 욕망에 대해 눈을 줘 보자. 시가 가진 함축이나 서정보다 산문이 가진 일상과 비근함을 하나의 화두로 잡고 있는 김난영이 아닌가. 영원히 사랑한다는 고백보다 알사탕 같은 잠시의 달콤함이 일상이자 삶이 아닌가. 가혹한 삶에서의 연정은 시보다 산문에 가깝지 않은가 싶다. ■ 강선학

Vol.20070902b | 김난영 회화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