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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901_토요일_06:00pm
제1부 대지의 초상展 / 2007_0901 ▶ 2007_0906 제2부 바람의 노래展 / 2007_0901 ▶ 2007_0913
갤러리 카페 브레송 서울 중구 충무로2가 고려빌딩 B1 Tel. 02_2269_2613~4 cafe.daum.net/gallerybresson
바라보기와 거리두기 ● 풍경학(風景學)의 권위자인 일본의 나카무라 요시오의 말을 빌려서 풍경을 정의내리면 풍경은 객관적 존재가 아닌, 대지에 대하여 사람들이 품고 있는 주관적 표상을 가리킨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객관적인 존재와 인간의 심리가 만나는 곳에서 생겨나는 일종의 수수께끼다. 풍경을 이루는 두 개의 한자에 바람風이 포함된 사실은, 그 바뀌기 쉬운 특성을 기가 막히게 잘 집어내고 있지 않은가라고 덧붙이고 있다. 그의 표현처럼 풍경은 항시 그 곳에 자리 잡고 있는 불변의 것이 아니다. 풍경이 지니고 있는 외면의 견고함으로 인해 자칫 고정과 불변의 존재로 파악되고 있을 뿐이다. 풍경의 내면은 바라보는 자, 주체의 마음 상태에 따라 수시로 변화하는 수동태와 같은 것이다. 끊임없이 유동(flow)하고 변모(change)하는 풍경은 보는 자의 내부에 들어와 가슴에 각인되지 않는 한 한낱 의미 없는 사물에 지나지 않는다. 보는 자의 바깥에서 머물고 있는 풍경은 다만 그곳에 객체로써 침묵하고 있을 뿐이다. 풍경을 바라본다는 것은 시야에 들어온 망연히 펼쳐진 풍경을 집중시키고 정돈시키는 것이다. 즉 풍경을 찍는다는 행위는 분산되어 혼돈스러운 시선을 바라보는 자의 시점에서 드러내어 해체시키고 다시 재구성하는 것이다.
풍경을 가리키는 영어의 Landscape에는 멀리 바라본다는 전망(展望)과 널리 바라본다는 조망(眺望)의 뜻이 내포되어 있다. 저기 멀리에 있는 대상들을 여기에서 넓게 바라보는 것이 풍경이고 풍경화인 것이다. 풍경이란 그것을 바라보는 자 사이에 놓여있는 거리에 따라 풍경 읽기가 달라지는 것이다. 특히 사진에서의 풍경은 이처럼 대상과 적절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서 보는 것에 따라 해체되고 드러내어져 마음 속에 인식되었을 때만 존재하는 것이다. 풍경은 이를테면 바라보는 자의 거리두기에 의해 새롭게 발견되고 인식되었을 때 비로소 탄생한다고 할 수 있다.
정기준의 풍경의 탄생展은 풍경을 나무, 바위, 바람, 물이라는 네 가지 기표로 파악하고, 1부 대지의 초상(肖像)에서는 나무와 바위를 반다잌 갈색 인화(Vandyke Brown Print)로, 2부 바람의 노래에서는 바람과 물을 사이애너타입(Cyanotype)으로 각각 인화 방식을 달리하고 있다. 그가 선택한 풍경의 네 가지 기표로만 그의 사진을 파악한다면 인간의 마음 속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원풍경(原風景)에 가깝다. 그러나 정기준의 사진 속 풍경들은 결코 아름답고 조화로운 경관들만 찍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흉물스럽게 잘려나간 나무 기둥, 넓은 바위 위에 널브러져 있는 나무줄기들, 바람에 넝마조각처럼 휘날리는 비닐하우스의 비닐들, 바닷가의 이름 모를 경직된 인공구조물 등은 결코 좋은 풍경 소재들이 아니다. 작가의 표현대로 풍경을 찍는다는 것은 풍경을 거듭 나게 하는 의미 있는 행위와 다름 아닐 것이다. 항상 내 곁에 존재하여 왔기에, 늘 함께 하여 왔기에 무관심하였던 자연과 자신만의 아우라를 형성하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정기준의 풍경에는 눈으로만 바라볼 수 있는 것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고, 때로는 풍경을 듣기위해 청각을 동원하기도 하고, 바위의 숨결을 느끼기 위해 촉각을 동원하기도 한다. 바라보고, 들어보고, 건드려보면서 풍경을 새롭게 발견하려고 하고 있다. 풍경에 접근하고 해석하는 태도로 미루어 볼 때, 앞서 언급한 나카무라 요시오의 말을 다시 빌려 정기준의 풍경사진을 규정짓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의 사진은, 오로지 바깥에서 바라보고 정확한 형태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안에서부터 청각. 미각. 촉각 등 시각을 제외한 감각을 총동원하여 느끼는 풍경, 즉 태내경(胎內景)이다. 정기준은 자궁 안에서 느꼈던 풍경 즉, 태내경을 찍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 김남진
Vol.20070902a | 정기준 사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