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비빔밥이야기

김진욱 회화展   2007_0829 ▶ 2007_0904

김진욱_풍요-비빔밥이야기_캔버스에 유채_130.3×162cm_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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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829_수요일_06:00pm

갤러리 아이 서울 종로구 낙원동 283-13번지 Tel. 02_733_3695 www.egalleryi.co.kr

김진욱의 비빔밥 ● 김진욱은 비빔밥의 재료들이 섞여 들어가는 모습을 그린다. 한가지의 소재에 매혹되어 작년부터 지금까지 줄곧 비빔밥을 그리고 있지만, 그 의도는 여러 방향의 줄기를 길러 내고 있다. 이를테면 '비빔밥'이라는 소재는 소재 자체만으로 쉽사리 어떤 가치들과 결합할 여지가 있고, 작가는 그러한 여지를 적극적으로 도입해보는 방식으로 실험해보고 있다. 이를테면 비빔밥의 이미지가 가진 통상 '한국적'이라는 가치가 그의 그림 속에 오방색, 단청과의 연결로 드러난다거나, 갖가지 다채로운 색과 형이 있는 재료들의 특성을 추상화시키는 작업으로 발전시키는 시도를 한다거나 하는 것들이 그 예이다. 또한 그러한 시도들은 거듭 실험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씩 시도되고 배제되는 과정을 거친다. 요컨대 그는 비빔밥의 이미지가 가진 모든 가치적 요소들을 조합하는 경우의 가짓수를 실험하고 있으며, 그것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김진욱_풍요-비빔밥이야기_캔버스에 유채_72.7×91cm_2006

'비빔밥'의 통상적 이미지 해석으로부터 출발한 그의 실험들은 다소 상식적인 선에서 이해될 만하다. 그러나 그것을 넘어서 있는 작품들만이 눈길을 끌거나 발길을 멈추게 하는데, 언제나 그렇듯 그림은 도식적이거나 계몽적일 때, 간단히 말해 그림이 관객을 가르치려 할 때 관객은 그 앞에서 얼른 도망치고 싶어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의 작품이 담지하고 있는 미술내적인 실험들은, 그의 의식선 기저, 혹은 이면에 존재한다.

김진욱_풍요-비빔밥이야기_캔버스에 유채_38×45.5cm_2007

그의 그림을 볼 때 먼저 주목하게 되는 지점은, '사진과 같이 잘 그린' 그림이라는 점이다. 실제 인간의 눈이 비빔밥을 그토록 집요하게 주목하기는 불가능한 바, 그의 그림은 사진기의 눈을 빈 그림이다. 그러나 초첨이 맞추어지는 지점 외의 부분이 흐려지는 외눈박이 사진 렌즈의 결과물에 완전히 의지해 그린 것은 아니다. 그가 사용하는 방법은, 그리고자 하는 대상의 부분 부분을 근접 촬영해 사진기가 제공하는 세부들에 대한 기억을 '조합'하여 그리는 것이다. 그 조합된 장면들이 이루어낸 결과는, 일별하기에 사실적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볼수록 낯설고 기이한 감상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것이 다름 아닌 그것을 바라보는 방식이 사진을 통한 것이기 때문이고, 친근하고 익숙한 것의 확대물이기 때문이다.

김진욱_풍요-비빔밥이야기_캔버스에 유채_60.6×72.7cm_2007

크기의 확대나 변형에 의한 낯설게 하기는 현대미술에서 흔히 사용하는 방식이다. 어른의 두배로 확대된 갓난아기의 형태를 귀여움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며, 백배로 확대되어 모공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인물 앞에서 그의 생김새를 논하게 되지는 않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주먹만한 밥알이 그려진 그의 그림 앞에서 식욕이 자극되어 입맛을 다시는 관객이 존재하지는 않을 것이다. 비빔밥을 보고 식욕에 따른 예측되는 쾌감을 자극받는데 익숙한 관객에게, 푸드 코트 앞의 플라스틱 모형 비빔밥에도 그 익숙한 자극을 떠올리는 관객에게, 그의 비빔밥 그림은 비빔밥을 낯설게 하여 처음 보는 대상처럼 바라보게 한다. 그것이 그의 비빔밥 그림이 가진 첫 번째 효과이다.

김진욱_풍요-비빔밥이야기_캔버스에 유채_130.3×162cm_2007

비빔밥 연작의 근작으로 올수록 처음 획득한 효과를 계속 고집하기보다는, 작은 성과들을 버리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그것은 흔히 가질 수 없는 그의 작가적인 미덕이라 생각된다. 관객의 반응에 도리어 반응하는 현대의 미술가들에게 있어서 '효과적'이라는 것만큼 큰 매혹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끊임없이 보는 방식을 바꾸고 의심한다. 비빔밥이라는 소재를 선택하고 천착하면서 '왜 비빔밥인가'를 묻고 의미를 구했던 시기를 지나, 최근에는 '어떻게 대상을 바라보는가'를 묻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 물음은 아직 완료되지 않았고 스스로 언어화되지 않았으며 다소 징후적이다. 그의 그러한 태도는 관객이 그 내적 의미를 자발적으로 해석하고 재구성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둔다.

김진욱_풍요-비빔밥이야기_캔버스에 유채_60.6×72.7cm_2007
김진욱_풍요-비빔밥이야기_캔버스에 유채_60.6×72.7cm_2007

그는 아직도 얼마간은 더 비빔밥을 그리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그러한 그의 태도는 종국에 어떤 결과를 이루겠다는 목적의식의 발로가 아니라 끝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는 사다리를 한 칸 한 칸 디디고 올라가는 모양이다. 그 때문에 그 과정에 산출되는 작품들 한 점 한 점이 관객을 일희일비(一喜一悲)하게 하지 않는다. 그 태도의 지점이야말로 그가 가진 무기가 될 것이며, 무기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 이윤희

Vol.20070829d | 김진욱 회화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