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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829_수요일_05:00pm
미술공간현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6번지 창조빌딩 B1 Tel. 02_732_5556 www.artspace-hyun.co.kr
기억 속으로의 순간이동 ● 20년이 넘는 작업생활과 공방을 운영한 작가로서의 세월은 결코 짧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수많은 기억의 조각들이 단편이 되어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고 그 기억들 중에 작업을 대하는 나를 돌이켜 본다. 나에게 작업은 지금까지 나를 지탱해주는 삶의 의지요 유일한 나의 길이었으나, 여전히 많은 숙제가 남아있다. 많은 동료들이 이미 자신들만의 조형언어와 색깔을 확립했거나, 만들어 가고 있다. 나 역시 작업을 바라보면서 내 스스로에게 나의 색깔, 나의 조형언어는 무엇인지 물어본다.
내 작업의 시작은 기억하고 싶은 것과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의 되새김으로부터 출발을 한다. 작업을 통해 선택된 기억들을 표현함으로써 지난날에 대한 반성의 시간을 갖거나, 앞으로 다가올 내일을 준비하는 다짐의 시간을 명상하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내가 겪은 추억의 순간이 작업의 주제였고, 작업은 내가 살아온 날들의 일기였다. 그렇게 다양한 소재와 주제를 다루다 보니 나는 아직도 나의 색깔을 배합하며 만들어 가고 있다.
내가 보여주고자 하는 이번 전시는 크게 세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는데, 소년기와 청년기 그리고 장년기를 내가 지금까지 겪어온 작업의 표현방식을 빌어 나타내고자 하였다. 소년기의 구상적인 내러티브식 표현법은 청년기의 추상과 구상이 반반 섞인 환영을 나타내면서 점점 추상화 된 장년기로 발전을 한다. 물론 한 전시에 세 가지 형태의 표현이 공존한다는 것이 자칫 위험한 발상일 수 있으나, 오히려 한 가지 표현법에 얽매이지 않고 전시장을 화폭으로, 내 작업을 그림으로 자유롭게 표현하였다. 내가 하는 미술이란 이런 것이다.
하늘을 나는 사람들을 자주 그렸던 마르크 샤갈에게 누군가가 "어떻게 사람이 하늘을 나는가? "라고 물었더니, "그림이기 때문에 그렇다" 고 대답한 유명한 일화와 같이, 나의 작업은 어떤 형태와 표현방식에 얽매이길 거부한다. 가끔은 주변 동료들이 하루빨리 나의 색깔을 찾으라고 종용하지만, 내게는 그들이 찾았다고 하는 그들만의 표현 방식이 때로는 오히려 그들을 가두고 있는 감옥이 되어 억압하는 듯 느껴졌다. 그러나 작업 자체를 심화하는 연구의 측면에서 그들의 뜻을 충분히 이해하며 동감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므로 이번 전시는 앞으로 내가 심화하여 하고자 하는 세 가지 형태의 개인전을 위한 프롤로그와 같다. 그 전주곡의 서막을 감상하는 이들이 부디 곡 전체를 들을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 주기만을 바라면서 나는 묵묵히 내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 윤재승
Vol.20070829c | 윤재승 조각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