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요정 두 번째 이야기

신선미 개인展   2007_0829 ▶ 2007_0916

신선미_당신이 잠든사이2_장지에 채색_62×92.5cm×2_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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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829_수요일_06:00pm

갤러리 우림 / 2007_0829 ▶ 2007_0904 서울 종로구 관훈동 30-27번지 Tel. 02_733_3738 www.artwoolim.com

창갤러리 / 2007_0906 ▶ 2007_0916 울산시 남구 신정2동 647-1번지 미도빌딩 1층 Tel. 052_266_7688

개미요정의 외출, 바리와 고양이를 만나다 ● 소설가 황석영의 신작 장편소설 『바리데기』. 최근 김훈의 『남한산성』에 이어 가장 큰 화제를 뿌리고 있는 베스트셀러 중 하나다. 특히 유수의 많은 일간지 전면에 지면광고까지 실리는 바람에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그 『바리데기』 소설을 기억해낼 때 여느 이미지 광고가 거의 그렇듯, 내용보다는 여린 소녀의 전신 초상화가 먼저 떠오른다는 것이다. 그 여인이 바로 '구박덩이로 버려진 딸이 서천을 다녀오면서 천신만고 끝에 얻은 생명수로 부친을 살려낸다는 설화 속 인물'인 바리(데기)이다. 역시 같은 이미지가 소설책의 표지를 장식하고 있다. 순결한 눈매에 간난을 겪어 슬픔이 배어 있는 너무나 매력적인 '바리'의 초상화가 바로 신선미 작가가 그린 것이다. ● 신선미 작가의 작품을 처음 본 것은 작년 중순, 유망작가들을 초대해 부스개인전을 열어주는 아트서울 아트페어 작가심의과정이었다. 지원한 작가의 포트폴리오 중에 유독 신선미 작가의 작품이 눈길을 끌었던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제대로 된 전통 채색화의 제작과정을 아는 이라면 단번에 쉽지 않은 그림임을 알아볼 정도로 굉장한 공력이 느껴졌다. 대략의 공정은 이렇다. '스케치→아교반수→장지에 스케치 베껴내기→먹선→담묵으로 양감 표현→반복된 중첩채색'. 하지만 단순히 잊혀져가는 전통 채색기법을 현대적으로 재현했다는 점만이 전부는 아니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이룬 감칠맛 넘치는 이야기 그리고 무릎을 치게 하는 해학미' 등이 신선미 작품만이 가진 결정적 요소이다.

신선미_아찔한 외출_장지에 채색_30×147.5×3cm_2007
신선미_증발_장지에 채색_50×50cm_2007

"전체적인 '한복시리즈' 테두리 안에서 현재의 그림 속에 과거의 그림을 보면서 전과 후의 상황을 재미나게 풀어가는 방식의 '그림 속 그림이야기', 그리고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한 동화적 감성을 담은 '개미요정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이야기는 하나의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으며 앞으로 이 개미요정들이 또 어떠한 장소와 때를 만나 무슨 얘깃거리를 풀어갈지 기대해 주세요." ● 작가 신선미 작품의 변화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무척 흥미롭다. 전체적으론 액자소설식 형식이다. 제각각 독립성을 띠면서도 한데 모으면 큰 줄거리로 모아진다. 요즘은 개미요정과 고양이의 숨바꼭질 혹은 둘의 팽팽한 신경전을 재치 있게 풀어내고 있다. 그의 그림에선 서로가 주인공이다. 실타래처럼 얽인 화면 속 주인공의 표정은 그 사연만큼 다양하고, 주변의 재미난 상황설정은 더없이 친숙하면서도 편안하다. 채색화면서도 공필화 못지않은 정밀한 선묘와 겹겹이 중첩됐으면서도 투명한 색감은 신선미 작품의 또 다른 힘이 된다. ● "평범한 구상화에 있어 새로운 재미를 더하는 얘깃거리를 위해선 무엇보다 주변에 대한 관심과 나눔이 필요하죠. 내 삶의 테두리 안에서든 밖에서든 일어나는 일들을 구석구석 들여다보고, 이러한 일들을 그림형식의 이야기로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면서 즐거움을 찾습니다."

신선미_후_장지에 채색_58×34cm_2007
신선미_지금은 부재중_장지에 채색_30×44cm_2007

언행일치(言行一致). 신선미 작가의 좌우명이다. 한 작가로서 사회인으로서 많은 이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데는 남다른 처세술이나 생활신조가 필요하다. 지극히 수줍음을 많이 타고 내성적인 작가는 대신 '풋풋한 장난기'로 가득한 그림으로 정갈한 웃음을 전한다. 이번 전시에 출품되는 작품의 면면은 「당신이 잠든 사이Ⅱ」, 「바리」, 「아찔한 외출Ⅰ·Ⅱ·Ⅲ」, 「증발Ⅰ·Ⅱ」, 「지금은 부재중」, 「후(後)」 등 10여 점이다. 『바리데기』의 표지화인 「바리」를 제외한 다른 작품들은 '한복시리즈'와 '요정시리즈'로 이전 작품들의 연장선이다. 그리고 이번 전시에서 눈여겨 볼 점은 고양이의 역할이다. 지난 1~2회 개인전은 여인과 개미요정이 엮어낸 일상사였다. 물론 여인은 요정의 모습을 보지 못할뿐더러 존재를 알지도 못한 듯이 각각의 삶에 충실하며 공존한다. 요약하면 그림을 그리거나 뜨개질을 하다 여인이 잠든 사이 꼬마요정들이 하나둘 그 주변으로 외출을 나왔다가 겪는 해프닝을 보여준다. 벼루에 빠진 모습이나 복주머니 속의 구슬을 탐내는 요정의 모습은 영락없이 호기심어린 사춘기 소녀와 닮았다. 아직 때 묻지 않은 맑은 영혼의 성체들이다. 그런데 이들의 요행(僥倖)을 유심히 지켜보는 이가 있는데, 바로 여인과 함께 사는 고양이다. 고양이는 갑작스런 불청객의 방문을 잔뜩 경계하면서도 같이 놀아주길 청한다. 하지만 요정의 입장에선 고양이가 더없이 부담스러운 모양이다. ● 이번 전시는 바로 개미요정과 고양이의 본격적인 라운딩을 보여준다. 쫓고 쫓기는 톰과 제리 처럼 이들도 여인의 일상을 맴돌며 영역다툼의 치열한 신경전을 펼친다. 화병 뒤에서 개미요정을 노려본다거나, 고무신 가마에 올라타고 나들이 나선 요정의 뒤를 쫓는 고양이의 모습에선 정겨우면서도 폭소를 자아낸다. 이외에도 책 더미를 힘겹게 올라 몰래 주스를 마신다든지, 벼루에 떨어지는 요정의 모습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잔재미를 선사한다.

신선미_증발2_장지에 채색_38.5×50cm_2007
신선미_진퇴양난_장지에 채색_30×130cm×2_2007

"'신선미'라는 이름처럼 그림으로 관객에게 신선(新鮮)한 감흥을 불러일으켜 따뜻한 웃음과 감동을 주는 작가로 비춰지길 바랍니다. 평범한 삶이지만 그림을 통한 노력의 결실로 작은 기적을 맛보며 살아가는 과정이 곧 행복한 삶의 큰 힘이겠죠." ● 신선미 작가의 상상 속 에피소드는 어떻게 시작됐을까? 이번 전시에서 그 해답을 만날 수 있다. 작품 「당신이 잠든 사이Ⅱ」가 주인공. 그림은 고이 잠든 한 여인의 두 모습을 보여준다. 포근한 쿠션에 기대어 단잠을 청하고 있는 여인의 가슴 위에 각각 『개미요정 이야기』와 『고양이 길들이기』라는 책이 안겨 있다. 우리가 보고 있는 작품들은 적어도 이 두 책에서 나온 것이다. 어느덧 작품에 익숙해진 우리는 실제 여인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인지, 여인이 읽고 있는 책 속 이야기가 구연(口演)된 것인지 혼돈될 정도의 데자뷰(deja vu)를 경험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당신이 잠든 사이Ⅱ」야말로 신선미 작가의 작품세계를 함축하고 있는 대표작이라 여겨진다. ● 작가라면 누구나 자유로운 상상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작가가 그 상상의 세계를 실감나게 현실에 구현해낼 수는 없을 것이다. 이번 작품들이 비록 신선미 작가의 붓끝에서 태어난 개미요정들의 좌충우돌 유쾌한 개인 에피소드로 보일수도 있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모든 장면 장면이 우리 가슴 속에 잠들었던 순수한 세상을 구현한 것은 아닐까 싶다. ■ 김윤섭

Vol.20070829b | 신선미 개인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