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be

안희정 개인展   2007_0824 ▶ 2007_0906

안희정_white door_천에 디지털 프린트_가변크기_2007

초대일시_2007_0824_금요일_05:00pm

롯데갤러리 광주점 광주광역시 동구 대인동 7-12번지 광주은행 본점1층 Tel. 062_221_1808

문을 열고 들어가면 다른 문이,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또 다른 문이 있다. 끝없이 문과 문을 드나들며 공간의 안쪽과 바깥쪽에서 당신과 내가 소통한다. 본능처럼 입방체의 건축적 실용성은 도시의 외형을 구성하는 하나의 전형이 되었다. 블록 쌓기 놀이처럼 위로, 아래로, 체 면적을 넓혀가는 도시의 내력은 그것을 증명한다. 사람들은 그 입방체의 도시 네모의 방에서 문과 문으로 소통한다. 나의 3차원과 타인의 3차원을 드나들며 살아가는 것이다. 공간과 공간의 소통과 나와 타인의 소통의 기본형은 입방체에서 시작된다. 내부로 숨어버린 집의 주체는 큐브 안에서 고립된다. 관계에 차단막을 치고 나로부터 세상을 격리시키며 하나의 큐브 안으로 들어가지만 이미 타자화 된 "큐브릭"일 뿐이다. 큐브릭의 큐브세상이 하나하나 유닛을cube 만들어 증식하여 거대한 큐브가 된다. 또다시 거대한 소통이 만들어진다.

안희정_Skyscraper_천에 디지털 프린트_가변크기_2007
안희정_Skyscraper_천에 디지털 프린트_가변크기_2007
안희정_진짜 cube_천에 디지털 프린트_가변크기_2007

들끓는 도시. 오래된 집을 부수고 사람들은 똑같은 문과 창을 단 고층 건물을 짓는다. 집주인의 고유한 개성은 사라지고 남들과 똑같지 않으면 불안한 사람들의 논리가 저 획일한 아파트와 건물 속으로 스민다. 그러나 아직 유물처럼 남아있는, 개발과 변화의 바람에서 밀려나 있는, 어떤 "동네"에서는 아직 추억의 질감을 간직하고 있는 창과 문이 있다. 창과 문의 파사드에는 표정이 있다. 패쇄적이거나, 개방적인 성향. 화장하듯 장식하거나, 무심한 듯 관리되지 않는 표정. 각양각색의 얼굴들에서는 몰개성의 아파트에서는 볼 수 없는 표정들이 있다. 내부로 숨어버린 집의 주체는 표정만큼은 숨기지 못한다. 그리고 나는 그 내부의 삶을 응시하는 것이다. 당신의 유닛과 나의 유닛사이에서 각자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은 채로 저 뚫린 창으로 응시하는 것이다.

안희정_clouds cube_천에 디지털 프린트_가변크기_2007
안희정_Cube展_롯데갤러리 광주점_2007
안희정_Cube展_롯데갤러리 광주점_2007

미로처럼 얽힌 골목길의 창과 문에서 발견하는 차갑고, 혹은 뜨거운 추상들, 쇠락한 시간이 만든 벽에 그려진 회화, 본능처럼 생성된 창과 문의 아름다운 형식미. 그 많은 패턴과 질감들은 이내 내 파인더 안으로 들어왔다. ● 언뜻 큐브가 주는 단단함의 물성은 도시가 가진 건조함과 숨 막히는 합리성의 강요와 닮아있다. 아, 그러나 아직 삶은 그래도 말랑말랑 하지 않은가. 큐브릭들은 부드러운 피부와 유연한 척추와 두뇌를 가진 사람들이다. 나의 작은 바늘이 뚫고 들어가 나오고도 남을 얇은 섬유질의 경계처럼 유연한 큐브 안에서 사실은, 아주 당신과의 소통을 원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 안희정

Vol.20070827b | 안희정 개인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