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Mr. Monster

나태규 회화展   2007_0823 ▶ 2007_0905

나태규_'오늘은 거시기 하다.'에 관한 독백_천에 안료_161×130cm_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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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823_목요일_06:00pm

문화일보 갤러리 2007 전시공모 당선전

문화일보 갤러리 서울 중구 충정로 1가 68번지 Tel. 02_3701_5760 gallery.munhwa.co.kr

괴물_monster의 타이틀매치에 앞서 ● 인류에게 괴물_monster는 부정적이거나 투쟁의 존재로 인식된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니체의 말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괴한 모양새를 가졌거나 그에 버금가는 힘, 감각, 정신의 기괴함을 지닌 생물체를 의미하는 괴물은 엄청난 파괴력과 흡입력으로 인해 음습한 매력을 획득한다. 아름다운 여인들이 황소로 변한 제우스를 흠모했던 것처럼 괴물에 대한 인류의 이율배반적 감정의 층위는 자고로 면면히 이어져왔다. 제3자이자 공포의 존재였던 괴물의 실존은 시대가 변하면서 '공포'의 담론과 시대정서의 변태과정에 따라 보다 폭넓은 의미를 획득하며 개인의 삶과 밀착된다.

나태규_March_천에 안료_194×130cm_2007

작가 나태규는 주관적 '나'와 객관적 '사물' 사이의 거리가 소멸된 상태로의 몰입과 예술적 감흥을 바로 '괴물_monster'라고 명명한다. 이렇게 폭력적 어감의 애칭(?)을 붙인 것은 수많은 예술가들이 사로잡혔던, 작가 자신을 송두리째 바꿔버리거나 재차 그것이고 싶은 몰입의 중독성, 강제성 혹은 파괴성 등등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나태규에게 괴물은 공포나 두려움의 존재 이상을 의미하며, 사물이 보이지 않는 힘의 존재를 한순간에 잡아낼 수 있는, 자신의 가장 이상적 상태이자 염원하는, 그렇지만 늘상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더욱 간절한 상태를 의미한다. 따라서 그는 자신 어딘가에 숨쉬고 있을 괴물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며, 괴물이 작가의 인식에 들어온 순간을 표현한다.

나태규_책상 위의 샌드백_천에 안료_200×150cm_2007
나태규_질투는 나의 힘_천에 안료_200×150cm_2007

그는 카본블랙이라는 안료를 사용한다. 강렬한 먹색이 사물의 골선을 따라 뿌림과 번짐을 반복하며 인물들의 초상, 자화상, 그리고 주변 사물들의 형태를 이룬다. 주변 사물은 매우 개인적이어서 가득 쌓인 담배꽁초나, 뻰찌, 망치 등의 도구부터 OMR카드, 삼겹살구이, 화분까지 다양하다. 그의 초기작들은 보다 구체적이었다. 비교적 초기 작품에 속하는「Move」는 샤워실을 나서는 한 인물을 등장 시킨다. 그러나 거기에는 인물이 있는 것이 아니라 움직임만 있을 뿐이다. 인물은 생략되었으되 물을 뚝뚝 떨어뜨리고 있는 필선을 통해 '움직임' 자체가 강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표현한 것은 '움직임'이 아니라 '움직임을 이끌어내는 보이지 않는 힘', 바로 '괴물_monster'인 것이다.「오늘은 거시기하다_에 관한 독백」을 시작으로 이번 전시에 등장하는 작품들은 보다 단순화되고 생략된다. 동시에 작가의 시선으로 걸러진 사물들은 더욱 강력한 기운_힘을 받는다. 본질에 도달하기 위한 정신적 노력, 그리고 몰입과 몰두의 시선은 25년을 같이 살아온 자신 속의 괴물을 이끌어 낸다. 또한 강한 냄새를 내뿜는 매직(「매직 시리즈1,2,3」)에게서, 시청과 이순신 장군 도상, 인수봉에서(「March1,2」,「April」), 한땀 한땀 치열하게 그어내린 OMR카드(「역전의 용사」)에게서 각각 도출된다. 나태규의 형상들은 '보이지 않는 힘을 어떻게 보이게 할 것인가'하는 회화의 화두에 대한 가장 일차적인 해답들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들뢰즈 식으로 표현한다면, 나태규의 형상들이 일그러지고, 흩뿌려진 것은 사물의 움직임에서 온 것이 아니라, 움직이지 않는 사물 위에 행사되는 압력, 팽창력, 수축력, 평탄하게 누르는 힘으로부터 나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힘(괴물)을 표현하기 위해 간간히 검은 색만큼 강한 원색(「빨간마술」,「파란마술」)을 병치시킴으로써 보다 강렬한 효과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나태규_도구_천에 안료_73×60.5cm_2007

일상의 몬스터를 표현하고자하는 작가의 의지는 위에서 언급한 형식적인 장치들에 서사(이야기)를 가미하면서 작가가 표현코자 하는 내용적인 측면들과 정확하게 대응시킨다. 각 작품마다 작가의 감정이입의 내러티브들이 포함되며, 그 내러티브가 추정되는 제목을 제시함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심증을 구체화시키도록 한다. 이는 그의 현 상황을 매우 구체적으로 암시하는 기형도의 텍스트 시리즈(「질투는 나의 힘」,「겨울판화/삼촌의 죽음」,「정거장에서의 충고」에서 극에 이른다. 그의 추상에 서사와 텍스트가 존재하는 것이 어찌보면 투박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이 괴물을 통해 본 '자존'에 있기에 이러한 장치들은 매우 절박하고 절실해 보인다.

나태규_역전의 용사_천에 안료_200×450cm_2007

작가는 'For Mr. Monster'라는 연서를 띄웠다. 빨간 매직의 강렬한 냄새를 포착해 낸 기민함은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보이도록 하는 시도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한다. 거대한 화면에 강한 골선으로 들어찬 사물을 보면서 화면 안에서 펼쳐지는 괴물_Monster의 세계와 화면 바깥에서 전개되는 일상성 사이에서 관객들은 팽팽한 긴장감이 맴도는 것 같은 까닭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 성윤진

Vol.20070826a | 나태규 회화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