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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822_수요일_06:00pm
조주현_정승운_강홍구_홍명섭_임동식_박기원_이우연_백기은_한상혁_이호신_이일훈_김형관_이정_김윤호_그리고 시사문제 관련 자료 몇 가지, 경매 도록, 또 겸재 · 공재 등 과거 거장의 작품 복제본 몇 점 등등
갤러리 눈 창덕궁점 서울 종로구 와룡동 5-14번지 Tel. 02_747_7277 www.110011.co.kr
전시를 위한 화두 ● "거울 들판 // 저편에서 누가 부른다 // 누구요? // 거울 속으로 새 신 신고 들어간다 / 거울 속에서 헌 신 신고 나온다 // 누구요! // 저편에서 누가 묻는다 // 거울 들판" (허수경의 시, 「거울 들판」 전문)
이 전시 "이상한 나침반"은 어디서 부대끼고 있는가? ● 요 몇 년 사이에 "옛 예술가들의 작품과 모종의 연관을 맺고 있"(온고이지신, 2006, 대전시립미술관 기획전 서문)는 작품들과 더불어 제작된 기획전이 많아졌다. REMAKING KOREA(스페이스*C, 2005), 세화견문록―전통과 현대를 잇는 현대미술가 16인의 시각(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2005), 온고이지신(대전시립미술관, 2006), 등등. 그리고 하산하라(대전 비비스페이스, 2006), 차도살인지계(카이스갤러리, 2006), 아직도 한국화인가, 비로소 한국화인가(대전 이안갤러리, 2007)도?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이런 기획이 과거 예술의 이미지, 모티프, 매체, 방법론 같은 걸 바탕으로 삼고 변용하거나 '새 길'을 찾아나선 와중에 유독 '눈에 띄는 것(the visual elements/dimension)'에 유의하는 데서 멈칫하고 있지 않은가 묻게 되는데. 그러니까 마음 차분히 가라앉히고 좀더 관조적인 매너를 갖추고서, 전통 문화예술에 감추어져있거나 드러나있는 이념과 장치, 수사학, 미의식 들을 담담하게 음미하거나 뒤집어보는, 그런 자세는 엿보기 힘들다는 것. 특히 그 몸 씀씀이, 마음 씀씀이에 대해서는 더더욱.
위 전시들이 적어도 선언의 차원에서는 통시적으로 전통과 현대의 문제에, 공시적으로는 동시대적 감수성에 관여하여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려 하므로 흥미롭지만, 자칫 이른바 전통이라는 이데올로기적 명목에 사로잡혀 있다가는 지금 이 자리에서 처참하게 연명하는 나 자신의 호흡을 까먹어버릴 공산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전통이라든지 자기동일성 혹은 자기정체성 같은 이슈를 그 자체로서 전시에서 대상화한다는 건 아무래도 김 빠지는 일인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이 "이상한 나침반"은 지금까지 다른 사람들이 그런 문제를 다루어온 자취를 짚어보면서 거기에 매우 육감(肉感, 六感)적인 일종의 '각주(脚注)'이다. 그렇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 이 기획은 '여기가 어딘고?', '내가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 거지?' 같은 질문처럼, 내내 창호지에 구멍 하나 뚫고 바깥 내다보다 문득 시선을 휘-익 나 자신에게 되먹이는 그런 순간처럼, 어떤 전통(?)들에게 돌려드리는 하나의 '방작(倣作)'이라 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과거 언어의 어휘나 매체보다는 그것에서 파생하는 살기와 철학하기의 스타일, 상상력, 변통능력 등이 문제될 것이다. 문제는 바로 이 순간이다. 나를 나답게, 혹은 나답지 않게 하는 순간순간의 그 실(實)다움, 또한 그 허(虛)다움을 쩌릿하게 나의 육감으로 겪고자 하는 것.
전시 연출 ● 대체로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인가' 하는 물음과 같이 자신이나 대상의 이름씨(정체)를 묻고 따지고 비평하는 투로 이룩되는 작품보다는, 이승 이쪽저쪽을 떠돌다가 어느 순간 멈칫하고서 '내가 대체 어디서 왔고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 혹은 '내가 어떤 인연의 네트웍에 가담하여 호흡한다고 했을 때, 나와 더불어 숨을 나누어 가지는 연고(緣故)들과는 어떻게 교유(交遊)하는가,' '나는 어떻게 나타나고 어떻게 스러지는가' 하는 물음들처럼 생성소멸의 꼬락서니를 더듬고 그 안에서 웃고 울고 엎어지고 자빠지고 허우적거리고 하는 투로 그러다가 마치 무명초의 천연덕스러움에서 보는 듯이 그 실(實)다움과 허(虛)다움의 관능적인 내통으로서 소리 없이 생기는 몸짓. 그즈음 잠시 작품의 탈을 얻어가지는 그런 거시기. 그래서 아무래도 전시장은 떠들썩하기 어려울 터이고, 서로 색다른 표정을 가진 작품과 사물, 자료 들이 얽혀 얼마간 상호 어색해할지도 모르고, 헙? 곁눈질에, 꿔다논 보릿자루모냥 웅크리거나, 어느 한미한 구석에서 더부살이하거나 빌어먹거나, 빨아들이거나 토해버리거나, 어디서 누군가는 아악! 비명 내지르거나, 또 어디서 누군가는 지그시 눈 감고서 저 남루한 목숨의 세계를 묵상하거나, 그렇게 접혔다 펴졌다, 내었다 들였다, 마치 나비의 짓처럼. 아무튼 기획자는 전시장에서 음악 연주의 휴지부에서 새어나오는 숨소리 듣기를 큰 꿈으로서 바라고 있거나, 연주 도중 청중의 기침소리도 딱 좋다고 여긴다. 그런 것. 또, 느닷없이 터져버리는 아기 울음소리. 그리고 이런 속삭임― "근데요, 저..., 지금... 어디 계세요?" ■ 김학량
Vol.20070823c | 이상한 나침반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