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FECTIONATE THINGS

박동윤展 / PARKDONGYOON / 朴東潤 / painting   2007_0822 ▶ 2007_0828

박동윤_AFFECTIONATE THINGS_한지, 유채_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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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822_수요일_06:00pm

인사아트센터 2층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 Tel. 02_736_1020 www.ganaartgallery.com

사각의 결정체 :『AFFECTIONATE THINGS, 애정이 깃든 사물들』 ● 박동윤의 근작「애정이 깃든 사물들(Affectionate Things)」은 회화와 캐스팅 기법의 릴리프 작업으로 추상표현 양식을 보여준다. 평면 구조에 나타난 사각의 형태는 사물의 추상화로 보이며, 제목만큼이나 정감이 가는 결정체들이다. 작가는 잊어버린 사물들을 마음으로 그리며, 기억의 과거를 현재의 자아로 확인하고 있다. 최근 이러한 변화는 현실과 과거의 집착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내면세계의 표현이다. ● 1980년대 중반부터 그는 아쿠아틴트(Aquatint) 기법의 판화작업으로 애정이 깃든 우리의 전통적 사물들을 표현했다. 당시 소재의 섬세한 묘사는 한국미의 현대적 표현으로 주목되기도 한다. 판화작품에서 그는 우리의 전통 문양과 활이나 과녁, 그리고 해와 달 등 자연 풍경까지 사실적으로 재현하면서 한국 현대 판화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초기 그의 판화는 전통적 사물의 재현뿐만 아니라 한국인의 정서를 보여주기도 하였다. 어머니의 정화수 그릇이나 창호지, 문틀에 비친 그림자 등에서 사물의 전통적 재현만이 아닌 정신적 내용을 형상화하였다. 특히 활과 과녁이나 태극 문양 등 배경과 이미지는 한국인의 정체성을 담는 호소력 있는 리얼리티로 강한 인상을 나타낸다. 모티브의 전통성과 우리의 정신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현실적 리얼리티 작업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오늘날 추상표현 작업 이전에 작가는 먼저 사물의 완벽한 재현에 관심을 두었다. 사물의 극사실 묘사로 대상은 살아있는 것 같은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사물의 겉모습에서 그는 명암과 그림자 효과로 애정이 깃든 사물들을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게 만든다. 사물의 입체감과 섬세함은 원색과 조화를 이루며 고풍스러움을 자랑한다. 배경의 색채와 같이 명암이나 그림자는 정감 있는 표정으로 개개의 사물들에게 애정을 느낄 수 있다. 세월의 흐름을 형상에 담아내면서 작가는 친근감을 전달하고 있다. 정다움과 애정을 느끼게 하는 사물의 묘사를 통해 내적인 면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세계보다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이게 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진다. 살며시 다가서는 발자국 소리처럼 사각의 추상 형태 속에 숨겨진 것은 인간의 내면이며, 소근 거리는 소리로 관객에게 접근하고 있다.

박동윤_AFFECTIONATE THINGS_한지, 유채_2007

2000년대 이후 박동윤의 추상표현 양식으로 제작된「애정이 깃든 사물들」연작은 초기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탄생한다. 전통의 현대적 표현으로 우리의 정신적 문양을 그리며, 구상이 아닌 추상이라는 시각언어로 자아를 모색하고 있다. 추상표현은 양식적인 면뿐만 아니라 재료와 기법 등에서 커다란 변화를 보여 준다. 판화가 아닌 캔버스에 한지와 오일 칼라의 회화와 릴리프 작품으로의 변신이며, 사물의 리얼리티에서의 탈피이다. 결과적으로 근작「애정이 깃든 사물들」은 사각의 결정체들로 표현되거나 만들어 지며, 사물의 사실적 묘사로 정감을 표시하는 과거의 판화와 다른 정신적 현상을 다루게 된다. 이제 작가는 판화 작업보다 캔버스에 한지를 붙이고 그 위에 오일 칼라를 사용하여 사각을 표현하거나 캐스팅 기법으로 사각을 만든다. 이것이 사각의 결정체로 2000년 초부터 등장한다. 초기 구상 판화와 달리 사각의 추상 작품은 1960년대 색면추상을 연상시킨다. 색면추상의 압도감은 사각에서 나온다. 그 역시 화면 전체에 올 오버 페인팅처럼 사각들로 채우며, 반복을 통해 개체의 주관적 입장을 강조한다. 그의 초기 추상화는 작고 큰 사각들이 규칙적으로, 또는 불규칙적으로 화면을 구성한다. 구성된 사각은 나름대로의 질서와 균형의 미를 보여준다. 동시에 개개의 사각은 명도와 색채를 달리하면서 마치 과거의 사실적 그림처럼 개성이 있는 사물들의 결정체임을 확인하게 된다. 사각의 기억 속에서 자아의 존재를 확인하고 더 나아가 사각의 질서와 균형을 통해 살아있음을 생각하게 하는 사각은 그의 근작에서 가장 중요한 조형언어로 바뀐다. 사각의 결정체는 한지와 유화로 표현하거나 한지를 캐스팅하여 부조처럼 만들어 진다. 그러나 여기서 사각은 구체적 사물을 상징하거나 의미하지는 않는다. 사각의 반복과 구성은 사물의 근원과 정신적 탐구로 추상표현 양식으로 보일 뿐이다. 단지 사각은 무표정이 아닌 애정이 깃든 기억의 흔적처럼 감정을 전달해 준다. 개체의 독립과 결합 등으로 사각은 정감이 살아나는 자아의 표현이며, 또는 군집의 사물 가운데 하나로 느낌을 준다. 사각은 평면에 멈춰 있으나 유기체처럼 살아 움직이는 느낌을 준다. 사각이 스스로 변하는 것은 감정의 변화 때문이다. 사각은 우리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애정이 깃든 사물인 동시에 사유의 공간에 존재하는 결정체이며, 자아로 확인된다. ● 사각의 형태가 결정체로 기억되고 사유의 공간에서 이성적 자아로 확인된다면, 사각의 색채는 이성보다 감성의 자아로 인식된다. 사각의 색채는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거나 어둠 속에 사라지는 감상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화면은 다양한 크기와 다채로운 색채로 정감 있는 사각의 추상표현으로 따듯한 느낌을 준다. 사각의 색면은 황토색이나 무채색으로 단색조 추상과 같은 구조를 갖거나, 빨강과 노랑, 파랑 등 원색의 색채로 감정을 직접적으로 전달한다. 작가는 흰색과 검정 등 무채색의 사각과 원색의 다양한 구성으로 사각의 색채에 어느 하나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자아의 고립이나 고독함만이 아닌 생동감 넘치는 자아의 표현까지 색채는 폭 넓게 활용되고 있다. 한편 사각의 색채는 기존의 물감을 이용하지 않고 녹차 가루와 치자 물감, 먹물 등 자연 염료를 이용하여 순수 색채로 만들어진다. 이러한 사각의 색채는 물리적 질감보다 내부에 숨겨진 비 물질의 정신성, 즉 자아의 확인과 정체성 문제와 연결된다. 구체적으로 물질의 표면에서 사각의 색채는 여러 층을 만들어 나간다. 겹쳐지는 색의 층은 혼란스러움과는 거리가 멀다. 질서와 비례, 구성의 조화 등 완벽한 구성을 꿈꾸는 듯하다. 사물의 재현이 아닌 색채를 통한 사각의 형성은 애정이 깃든 사물의 리얼리즘과 전혀 다른 초자연적 화면의 질서와 조화를 보여주는 추상회화로 거듭난다.

박동윤_AFFECTIONATE THINGS_한지, 유채_2007

사각의 색채가 감정의 깊이를 추구하였다며, 이를 받쳐주는 사각의 표면은 독특한 질감으로 재료의 특성을 나타낸다. 그가 사용하고 있는 재료는 시각적이며, 동시에 촉각적이다. 최근「애정이 깃든 사물들」연작을 제작하면서 작가는 캔버스 위를 한지를 바르고, 오일로 그리거나 더 나아가 한지를 캐스팅하여 조각과 같은 부조작품을 만든다. 한지를 겹쳐 만든 평면의 회화와 릴리프 작품의 표면은 부드럽고, 어떠한 색채라도 흡수하여 깊이의 공간을 만들고 있다. 특히 사각의 질감은 과거 기하학적 추상과 달리 촉각적 공간으로 주목된다. 작가 노트에서 자신의 작업에 가장 중요한 부분은 한지로 만드는 사각의 질감이라고 한다. 한지의 질감은 그 부드러움과 우연에 의한 표면층이 형성되어 자연스런 색채와 함께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또한 조각적 작업으로 한지를 이용한 사각의 캐스팅 작업은 질감의 효과를 극대화한다. 작가의 개성이 돋보이는 표면의 질감효과는 독자적 조형언어로 평가받는다. 사각의 질감을 통한 사물의 접근이나 자아의 확인 작업은 결국 물질의 특성을 표면에서 어떻게 살리느냐가 관건이다. 사각의 질감은 그 효과로 인해 사유의 공간으로 깊이가 확고해지고, 더 나아가 자아의 정체성 탐구에 한걸음 앞서 나가게 된다. ● 사각이 겹치는 표면은 공간을 형성하면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시간을 이야기한다. 시간은 전통적 사물에 얽힌 기억의 흔적이었다. 그러나 추상표현에서 사각의 시간은 물리적 시간과 다른 시간이 등장한다. 과거와 현재, 미래, 혹은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시간은 초자연적으로 등장한다. 반복된 행위의 흔적과 기억에 의해 기록되는 사각의 시간에 자아의 정체성을 담고자 한다. 사각의 시간은 비어있는 공간이다. 사각은 서로 연결되어 공간의 넓이와 깊이를 만든다. 그 깊이에서 시간이 드러난다. 초기 작업은 사물의 이미지가 과거를 의미하였다. 즉, 민화에 등장하는 식물의 문양이나 항아리, 고가구들은 이미 골동품으로 시간의 유물로 해석된다. 상형문자와 고가구는「애정이 깃든 사물」로 시간의 흔적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의 말처럼 지난 유물을 통해 작가는 "지독한 고독함과 특별한 고고함"을 표현하고자 하였으며, 이것이 최근 사각의 시간에 담고자 노력하였다고 말한다.

박동윤_AFFECTIONATE THINGS_한지, 유채_2007

추상표현 양식으로「애정이 깃든 사물」은 사물이 아니다. 자아의 절대적 표현으로 추상성이 사물과 거리를 둔다. 구체적 사물의 이미지가 사라지고 남는 것은 사각뿐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제거된 사각은 비어있지 않다. 형상에서 벗어난 기하학적 형태로 사각은 애정이 깃든 사물의 추상적 표현으로 심리적 고백처럼 느껴진다. 작가는 사각을 통해 사물의 외적 형태보다 더 중요한 보이지 않는 세계로 들어가고자 한다. 더 나아가 작가는 사각 그 자체로 만족하지 않고 감정을 삽입시킨다.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감정을 사각 속에 담고자 한다. 과거 극사실로 사물을 묘사하였던 방법과 전혀 다른 추상의 시각 언어로 사각에 감정을 불어 넣는다. 감정, 역시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나 무표정에서 벗어난 사각의 깊이에 결정체의 신비를 발견한다. 또한 신비와 연결된 사각은 리얼리티로 해석해 본다. 구체적 사물의 이미지에서 벗어난 사각이 감정과 촉각의 실재로 현재를 확인하게 하면서 사물의 진실이라는 사실성을 표현하게 된다. 추상표현의 사각은 눈에 보이는 재현만이 아닌 사물의 본질탐구도 리얼리티임을 생각하는 것이다. ● 결과적으로 판화에서 회화로 변신을 통한 추상표현의 박동윤 작업은 자연과의 대화이며, 끝없는 자신의 정체성 모색이다. 그가 2000년대 이후 찾아낸 것은 외적인 형상이 아닌 사각을 통한 추상표현이다. 더욱이 그의 작업은 기하학적 형태의 사각을 한지라는 독특한 물질의 매개로 표현하면서 주목받는다. 사각의 구성과 색채, 그리고 촉각적 질감과 깊이에 의한 시간성 개념이나 색면의 감정 이입 등이 사각의 결정체를 통해 얻어지는 것이다. 사각은 애정이 깃든 사물을 다시 읽게 하며, 더 나아가 추상이라는 절대적 조형언어를 생각하게 한다. 특히 한지는 재료 이상의 역할로 정신을 담는 물질, 즉 정신적 매개물로 인식된다. 사각을 만드는 용기로 한지는 시간의 개입과 행위의 흔적, 그리고 촉각적 특성을 강조하면서 작품을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 박동윤의 근작은 사각을 통해 미를 위한 미의 순수 조형과 개념을 드러낸다. 단순한 사각 형태와 색채의 은은함으로 추상회화의 신비로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신비는 실재하는 대상에서 벗어나 마음을 그리기 때문이다. 특히 사각이 주는 미묘한 변화들은 애정이 깃든 사물로 보이는 동시에 내면의 세계를 담는 자아의 결정체로 보인다. 하나하나 빛을 발하는 개체로 사각은 무한 공간감과 영원의 시간을 전하면서 절대적 세계를 이끈다. 애정이 깃든 추상적 사물로 사각은 겉으로 드러난 형식보다 내면에 호소하고 있다. 물질 이전에 정신적 표현으로 사각은 순수의 형태와 색채를 가지며, 자아를 형성하듯 사유의 공간 속에서 생성한다. 그의 사각은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를 연결시키는 결정적 고리가 되고 있다. 이처럼 그의 예술세계에 열쇠가 되고 있는 사각은 자아의 정체성과 자연의 근원을 담는 결정체로 우리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있다. ■ 유재길

Vol.20070822c | 박동윤展 / PARKDONGYOON / 朴東潤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