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온뒤_beyond

박성철_신희원_손혜진_장동수_변득수展   2007_0817 ▶ 2007_0829 / 월요일 휴관

비온뒤_beyond_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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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817_금요일_06:00pm

잔치준비 / 조성지_김문정 관람시간 / 12:00pm~07: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아우재 서울 마포구 서교동 358-121번지 2층 Tel. 02_336_0320 www.aujae.net

小小한 너무도 私私로운 ● "언제 시간 봐서 식사라도 한번 하지요", "그럼, 나중에 술이라도." 딱히 날짜도 장소도 기약 없는 가벼운 헤어짐의 인사로, 스치듯 지나칠 무수한 인연의 꼬리에 살그머니 고리가 돋아난다. 그리고 마치 비온 뒤, 불어난 강물이 잦아들고, 어디에서 무엇을 하다 어떻게 여기에 흘러와 모였는지 알 수 없는 시간의 파편들 간의 낯선 만남은 강 둔치에서 선물 같은 재미를 만들어간다. 꼬리에 자취로 남았던 인연의 고리를 걸어본다.

박성철_핸드백_레진, 알루미늄_45×40×15cm_2007

실과 바늘이 구현하는 건축적 공간이 드러내는 비가시적 자력, 그리고... / 손톱으로 말하는 순수와 솔직함, 그리고... / 너무나도 스타일리쉬하고 리드미컬한 언어 속에 불쑥불쑥 들이 미는 알 수 없음, 그리고... / 해부학적으로 다루어진 신체들과 예술적으로 해부되고 접합된 신체, 그리고... / 흙과 불이라는 태생적 고민을 안은 예술적 고뇌의 결정적이지 않은 자취들과 그리고...

신희원_lifeless objects_ceramic, rein, wood_300×70×40cm_2007_부분
신희원_lifeless objects_ceramic, rein, wood_300×70×40cm_2007

우리의 '그리고(beyond)'는 결정된 것이라고는 유일하게 시간 뿐 인 '다음 달 언제'라는 약속과 그 약속의 이행으로 그 현존을 드러내왔다. 7737 마을버스, 아마도 마지막으로 발행된 舊 1000원 신권지폐, 병 문안을 가장한 밤 산행, 산중턱에서 한입 가득 오이 향, 어스름 시장 골목의 순댓국집, 촛불이 켜지자, 와인 바로 변신한 독신남의 자취방, 체류외국인의 옥탑 방에서 내려다 본 한여름 밤의 신촌, 개인전 뒤풀이, 그리고 뒤풀이 후의 투다리, 그리고 잠지잠지잠지....

손혜진_쏘다_자석, 바늘, 실, 아크릴_80×200×170cm_2007_부분
손혜진_쏘다_자석, 바늘, 실, 아크릴_80×200×170cm_2007_부분

비온 뒤 강 둔치에서 우리의 낯선 만남이 반복되는 동안, 아마도 1000명은 족히 넘는 인연들이 우리 곁을 스쳐 지났을 것이다. 그 중 일부는 가벼운 인사로 우리를 향해 살그머니 고리를 내밀며 헤어지기도 했고, 일부는 먼저 우리에게 인연의 고리를 내밀어 오기도 했으며, 또 일부는 우리와 인연의 고리를 맺고 우리에 관심을 가져주었으며, 우리 역시 그들과의 인연의 고리를 통해 또 다른 우리를 보기도 했다. 이번 홍대 앞, 홍대 앞의 가장 번화가, 그 번화가의 한 골목, 아우재에서의 만남은 시간도 장소도, 그리고 '정해지지 않았던' 우리마저도 미리 정해진 만남이라 낯설다. 그래서인지 이번 우리의 '그리고'가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다만 이번 비온 뒤, 그리고 지금처럼 소소하고 너무도 사사롭기를... ■ SONGE

장동수_Anatomys_디지털 프린트_29×21cm_2007
장동수_You and Me_디지털 프린트_266.2×100cm_2007

때지어 침 튀겨가며 떠들기_내러티브의 욕망 ● 함께 어울려 논지도 벌써 9개월이다. 연말의 술렁이는 분위기 속에서 아무런 연관도 없는 사람들 몇이 '곁다리'라는 시시한 역할로 만난다. 그들은 가벼운 인사말로 다음을 기약했고, 기적과 같이 그 '다음'은 지켜진다. 향기로운 꽃밭에 나비가 모여들듯(혹은 달콤한 끈끈이에 파리가 달라붙듯) 하나, 둘 죽이 맞는 사람들이 늘어간다. 예전의 곁다리들은 주인공이 되어 저마다의 이야기를 풀어놓느라 술병이 쌓이는 것도, 날이 밝아오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이야기를 하는 것은 기억하는 것이다. ● 이야기들이 모여 우리의 삶을 구성하고 의미와 기억을 창조한다. 현기증 날 정도의 속도로 서로에게 이끌려 이 창조 과정을 반복함에 따라 그들의 이야기는 더욱 흥미진진하고 견고해진다. 만족을 모르는 내러티브의 욕망은 더 대단한 이야깃거리를 찾게 되고, 결국 '비 온 뒤_beyond'라는 이야기판을 벌리게 된다.

두눈(변득수)_순수를 모읍니다!_손톱, 방자유기, 오브제_38.5×17×5cm_2007
두눈(변득수)_손톱 반추_단채널 DVD 영상설치_00:03:55_2007

이번 이야기판의 분위기는 대략 이러하다. 박성철은 우리가 당연한 듯 지각하는 선과 면, 평면과 입체를 모호하게 결합시키거나 흐트러뜨리며 전혀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낸다. 변득수는 '순수'와 관련한 사회적 메시지를 '손톱'이라는 오브제에 담아 날카롭고 예리한 질문을 던진다. 손혜진은 팽팽한 실에 매달려 공중에 떠있는 바늘과 자석 사이, 그 작은 틈에 존재하는 긴장감을 견고한 구조 안에서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 신희원은 신이 흙을 빚어 인류를 만든 지구 역사상 최초였을 위대한 창조 작업을 재해석하여, 그의 피조물에 흙과 불로 생명의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장동수는 인체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운 메디컬 스컵쳐(medical sculpture)로 그의 섬세함과 따뜻한 시선을 담아낸다. 부디 사방에서 튀기는 침 닦아낼 손수건 한 장 준비하고, 한창 흥이 난 술자리에 슬그머니 동석하는 편한 기분으로 그들, 아니 우리들의 이야기를 즐기길 바란다. ■ MOON

Vol.20070821b | 비온뒤_beyond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