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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816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브레인 팩토리 서울 종로구 통의동 1-6번지 Tel. 02_725_9520 www.brainfactory.org
김준현 작가를 처음 만난 것은 작년 겨울, 시끄럽고 어수선하지만 나름 트렌디하다는 뉴욕의 한 레스토랑에서였다. 겸손한 몸가짐의 목회자와 같은 외모에 어울리게, 그는 환경과 공공의 이익에 관련된 그의 생각을 피력하기 시작하였다. 한국의 어느 오염된 하천을 목격했던 이야기와 더불어 본인이 공부가 끝나면 모국으로 돌아가 반드시 그것을 복구하는데 힘쓰겠노라 하는, 여느 작가들에게서 들을 수 없는 범 국가적인 포부까지 사뭇 인상적이었다.
수십 년간 아티스트가 되기 위해 전통적인 트레이닝을 받고 서양화가의 길을 걸어온 김준현은 2006년 여름 다시 늦깎이 학생이 되었다. 그가 새롭게 시작한 공부는 조경(Landscape Architecture)-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하모니를 디자인하는 학문이다. 전공을 선회하기 직전까지 고민했던 그의 딜레마는 작가-관객간의 전통적인 소통방식이었다. 작가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결국엔 작품으로 표현되고 관객은 초대받은 제3자로 남을 수밖에 없는 맹목적인 작가지상주의를 타계시킬 방법을 찾는 것이 그에게는 해결해야 할 숙제였다. 그는 여태껏 손에 쥐고 있었던 붓을 놓고, 자연과 환경으로 관심을 돌리게 된다. 동어반복적인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에서 벗어나 타인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주제를 찾아 함께 이해하고, 함께 생각하는 교육적인 상호 소통방법을 선택함으로써 그간의 고민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게 된다. 이제 본격적으로 생태계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기 시작한지 1년 남짓 된 이 시점에서 열린 김준현의 이번 개인전은 앞으로도 그가 지속적으로 연구하게 될 작업의 기초단계로 이해될 수 있겠다.
굳이 서양미술사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환경에 대한 관심을 미술의 영역으로 유입시키게 것은 이미 역사가 꽤 되었다. 자연과 예술이 공존하는 생태예술(Eco-Art)이라 명명된 미술분야의 시초는 생태계에 대한 관찰과 사실에 근거한 데이터를 기본으로 출발한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번 전시는 작가가 거주하는 주변환경을 대상으로 순수한 관찰자의 입장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 결과물로 얻어낸 이미지를 소재로 하였다. 관찰지역은 산업화를 거친 도시하천의 식생과 배수구로서 캠브리지 일대에서 표본을 얻어내었다. 이것은 다음의 세가지 프로젝트로 정리된다.
첫 번째는 생태하천으로 지정된 찰스강 유역의 수위가 낮아졌을 때 하천 완곡부에 드러나는 각종 침전물과 부유물을 스케치하여 사진과 오버랩 시킨 뒤, 현장에서 얻어낸 침전물을 이용하여 완성한 실크스크린 작품이다. 찰스강은 생태하천으로 지정되어 있기는 하나 근 현대의 공업화 과정에서 배출된 오염토사들이 여전히 밑바닥에 쌓여있고, 수위 변화에 따라 그 모습이 드러나기도 한다는 점에서 서울의 한강과 비슷한 면이 있다. 두 번째는 같은 지대를 관찰하여 얻어낸 20가지 초목 류를 고화질로 스캔하여 프린트한 작품이다. 식물도감으로 대조해본 결과 상당수가 서울에서도 서식하는 종으로서, 산업과정을 거친 도시의 오염 정도에 따라 생존할 수 있는 식물군들은 비슷한 토양과 기후가 전제된 도시라면 서로 비슷하다는 결론을 얻어냈다 세 번째는 보스턴과 서울 일대의 맨홀 뚜껑을 탁본하여 컴퓨터 작업한 프로타쥬들이다. 산업사회를 거친 도시라면 어디에나 존재하는 배수구와 하수구의 고고학적 자료들을 모으는 프로젝트로 맨홀 뚜껑들이 철로 주조된 묵직한 조형물인데다가 도시마다 제각각 나름의 특색이 있어 기능과 디자인이 살아있는 도심의 예술품으로 은유적 시각을 부여하였다.
환경의 문제는 결코 배타적이어서는 안 되는 공공의 이익에 대한 문제이다. 이는 우리가 우리세대에 누리고, 고스란히 자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는 소중한 우리의 자산이다. 이것은 국가와 인종을 초월하여 현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당면한 중요한 이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오염실태나 복구 등 환경에 대한 인식과 교육이 일반인들에게는 충분치 않은 상태이다. 김준현이 환경에 대한 문제를 화두로 던지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망가진 자연을 되돌리거나 더 이상 망가지지 않도록 지키는 일은 누구 한 사람의 몫이 아니기 때문이다. 거시적인 지구 전체의 오염문제를 이미 산성면역이 되어버린 잡초들을 매개로 하여 미시적으로 관찰하는 그의 시각에서부터, 우리 모두가 같이 시작할 수 있기를 그는 기원하고 있는 것이다. ■ 오숙진
Vol.20070816d | 김준현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