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7_0815_수요일_06:00pm
갤러리 자인제노 서울 종로구 삼청동 109-1번지 Tel. 02_735_5751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음식을 먹는다. 또 어떤 사람들은 먹는 행위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도 하고,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하고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 음식이란 사람들을 모아 새로운 관계를 맺는 수단이 되기도 하며 행복이나 슬픔, 위로나 만족 등등의 여러 감정적 기능을 함축하고 있다. 먹기위해 사느냐 살기위해 먹느냐는 말은 우스개 소리가 아니라 시대의 화두이다. 오늘날 음식은 일용할 양식이 아니라 지나치게 흔해 빠진 것이 되어버렸지만 사실 사람이란 자기 혼자만의 힘으로는 음식이 가지는 고귀한 가치의 백분의 일도 만들어낼 수도 없다.
거식증에 걸린 사람은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사람 중 하나이다. 먹는 즐거움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먹는 즐거움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때로 먹는 행위가 귀찮은 나머지 음식을 알약으로 만들어 섭취하고 싶다고들 한다. ● 작가 유영은은 이러한 음식의 감정들을 포착하여 작업을 한다. 개인적인 경험이나 느낌들에서 출발하지만 이것은 곧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로 나아가고 누구나 한번은 느꼈을 법한 음식에 관한 추억이나 기억들을 담아내고자 한다. 음식이란 소재는 하나의 아이콘이 될 수도 있고, 생존수단 그 이상의 의미로서, 작가와 세상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단편들이 응축된 ,마치 한 장의 사진처럼 추억이 담긴 하나의 매개체가 될 수있다.
창작의 단계에서 어떤 기억과 공간과 사람들(가족, 사랑하는 사람이나 친구들, 작가가 인연을 맺고있는 모든 사람들)을 떠올려 되새기게 되며, 그렇게 이루어진 작업의 바탕 위에 그 모든 것들과 함께 했던 음식이 온전한 형태 혹은 과장된 형태로 나타나면서 비로소 그 기억은 추억으로 완성된다. ● 힘든 일이 있거나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어떤 것이 필요할 때 직접 하는 베이킹 역시 작업의 소스이다. 요리를 한다는 특히 향긋하고 섬세한 파티스리 작업은 만드는 자체에 감정이 승화되는 무한한 매력이 있다. 재료를 섞고 반죽하며 굽는 그 시간동안 마음속에 쌓였던 응어리와 힘들었던 시간들을 삭이기도 하고 전달할 사람들을 생각하며 행복해지기도 한다. 또 직접 구운 빵과 과자를 건네받으며 놀라워하고 웃는 그들을 보며 잠시나마 행복을 전달할 수 있음에 뿌듯하다. 그런 감정들 역시 작가의 중요한 작업 요소가 된다.
싱싱하고 원초적인 음식의 재료들을 조리하는 "요리", 요리된 음식자체를 예술로 볼수 있다는 관점에서 캔버스와 물감으로 하나의 세계를 창조해내고 사람들과 나누는 소중한 커뮤니케이션에 이르기까지 요리와 미술의 과정은 무척 닮아있는 것이다. ●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가족들과 함께 기쁠 때, 우울할 때, 힘들었을 때 혹은 즐거웠을 때 나누었던 식탁을 떠올려보자. 식구는 한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평소에는 잊고 살고 있지만 지구상의 한가지 음식만 골라도 그것과 관련된 수많은 추억을 갖고 있다. 유영은의 그림들은 그것들을 추억할 수 있는 달콤한, 맛있는 시간을 떠오르는 심상을 제공한다.
아크릴, 페인팅 마카와 여러가지 미디엄으로 이루어진 캔버스위에 공간과 느낌, 사람들과의 관계, 여러 감정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마음을 정화하는 가운데 그려지며, 그렇게 그려진 바탕들은 음식들이 올라가면서 때로는 덮여 사라지고 때로는 투명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음식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던 태초의 상태에서, 마술처럼 음식이 나타나 모호하던 화면에 의미를 부여한다. 그러나 여기서 보여지는 음식들은 현재 우리가 마주하고 있지 않은 "기억"속의 음식이기 때문에 다소 공허한 느낌을 준다. 자칫하면 인간을 비만으로 만드는 엄청난 칼로리를 담은 작은 음식들이 그 자체가 텅 비어있는 듯한 느낌은 다소 아이러니하다. 지나가버린 기억, 사실인지 과장인지 알 수 없는 추억, 음식을 먹고 버리며 지내왔던 수많은 시간들은 이미 지나가 버려 절대로 잡을 수 없는 저쪽으로 성큼성큼 가고 있다.
내가 처음 그의 그림을 보고 떠오른 것은 '그림의 떡'이라는 말이었다. 음식이란 몸으로 들어가면 에너지가 되는 실존 그자체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음식이 '그려진' 그림은 아밀라아제의 생성을 촉진시킬 뿐 절대로 잡을 수 없는 저 먼 곳에 있다. 음식이라는 실제와 우리가 음식을 가지고 떠올리는 심상, 기억 그리고 음식이 재현된 화폭 이 세 가지에 대한 고전적인 담론을 제기한다. 그리고 회화가 주는 순작용들은 과연 실존하는 것인가 하는 원론적인 질문을 떠올리게 된다. 현실과 회화와의 괴리감이 더 와 닿는 그의 달콤한 그림들은 삶을 맛보는 행위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때로는 달콤하고, 쓰디쓰고 밋밋하며 시큼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한번 맛보면 다시금 입에 대게 되는 맛있는 삶의 단편들을 즐기게 되는 것이다. ■ 손비나
Vol.20070816a | 유영은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