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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807_화요일_05:00pm
김상균_김연희_김영훈_방인희_홍정표_황인선
주최_충무아트홀
충무갤러리 서울 중구 흥인동 131번지 충무아트홀 Tel. 02_2230_6629 www.cmah.or.kr
미술, 이탈을 꿈꾸다... ● 충무갤러리기획『이탈(離脫)-경계 넘나들기』전은 '간접성'과 '복수성'을 이용한 다양한 작품들로 구성된 전시이다. 현대미술은 복수예술이 가능한 간접성 때문에 일품예술이란 아우라를 벗어날 수 있었다. 또한 직접 그려 표현한다는 기본골격에서 벗어난 작가들은 매체의 다양화를 통해 범위를 확산시켜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어떤 범위나 대열 따위에서 떨어져 나간다'는 이탈의 의미처럼 이번 전시작들은 실험판화와 캐스팅기법을 넘나들며 그리지 않고 '떠내는' 작업으로 전통미술의 경로를 이탈한다. 하나의 건축물을 만들듯 골조를 만들고 시멘트를 부어 형태를 떠내어 완성하는 김상균은 현대의 회색도시를 대변하며 자신만의 인공정원을 만든다. 간접성과 복수성을 내재한 대표적 장르인 판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김영훈은 같은 인물의 반복적 나열을 통해 자신 안에 내재된 또 다른 나를 찾아 나간다. 김영훈이 인물표현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했다면, 황인선의 정체성 찾기는 밥과 김치 캐스팅작품을 통해 이루어진다. 언어를 뛰어 넘을 수 있는 음식문화의 의미를 해학적으로 되새겨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음식처럼 일상적 소재를 극대화 한 방인희는 옷을 소재로 한다. 작가의 옷들은 올이 풀리고, 닳고, 얼룩져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특히 천을 직접 찍어내는 콜라그래피 기법으로 촉각을 자극하는 독특한 작업을 완성한다. 예술은 어디에나 존재한다고 말하는 홍정표는 익숙한 소재를 실리콘과 레진으로 직접 떠내는 작업을 보여주며, 마지막으로 김연희는 한지로 캐스팅한 물고기 떼를 천장에 매달아 바다 속을 유영하듯, 하늘을 날듯 이중적 공간상상이 가능하도록 표현하고 있다.
김상균 - 인공낙원. 그 기묘한 공간 ● 작가는 실제 건축물 신축현장에서 사용하는 거푸집 제작방식을 취하고 있다. 기둥, 바닥, 벽 등 시멘트를 부어 만들 모양의 틀(거푸집)을 짠 후, 시멘트를 부어 넣고 굳은 뒤 틀을 떼어낸다. 이렇게 떼어낸 여러 개의 축소된 건축형태는 본래의 용도를 상실한 채 재조합의 방법에 따라 새로운 형태와 의미를 부여 받게 된다. 작가 역시 간접성(틀)을 이용한 복수 형태를 통해 자신의 '인공낙원'을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아무런 걱정이나 부족함이 없이 살 수 있는 즐거운 곳'을 낙원(樂園)이라 말한다. 그러나 작가가 만든 인공낙원은 획일화 된 건축물들로 가득한 현대의 회색도시를 의미한다. 어느 때부터인지 우리주변은 초록의 자연보다는 인위적이고 중성적인 회색의 풍경이 감싸고 있고 이런 건조한 환경에 익숙해져 있다. 우리는 화려한 간판과 조명으로 치장한 건축물이 가득한 도시를 역설적이게도 무채색으로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눈에 보여 지는 현상에 대한 표현이기보다는 심리적인 상태, 즉 작가가 작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인공낙원인 것이다.
김영훈 -Tell me the truth ● 예술가들은 창작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기본적인 욕망을 갖고 있다. 이는 비단 예술가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와의 인적?물적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 번 쯤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한다. 자신이 과연 누군가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된 작가의 작업은, 하나의 세포가 여러 개로 분열하듯 인물의 반복적 배열을 통해 자신 안에 내재된 또 다른 나를 찾아 나간다. 판화는 이러한 표현에 가장 적합한 장르이다. 직접 그리지 않고 판을 이용해 떠내기 때문에 같은 이미지를 반복할 수 있는 것이다. 얼굴과 손의 표정 외에 극단적으로 단순화 된 인물은 온 몸에 검은 옷을 두르고, 때로는 영혼을 교감하듯 서로를 바라보며, 때로는 샴쌍둥이처럼 둘이 한 몸을 하고, 때로는 여러 명이 무리지어 한 곳을 응시한다. 이러한 인체 작업을 통해 외부세계와 내부세계의 경계에서 불안하게 존재하는 작가의 정체성의 근원적 실마리를 찾고자 하는 것이다."나는 나의 영혼에게 결코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있다. 그 물음에는 삶과 죽음이 있고, 우주의 시작과 끝이 있고, 그 너머 있는 미지 세계에 대한 문제들로 가득 차있다."
방인희- 시간을 기록한 옷 ● "당신은 어떤 방법으로 시간을 기록해 둡니까?" 이에 대한 대답은 각자의 생활과 사고방식에 따라 다를 것이다. 작가가 선택한 방법은 실제로 작가가 착용했던 스웨터, 스커트, 재킷과 같이 옷을 통한 기록이다. 새 옷이 주는 낯설음과는 달리 체형에 맞게 형태를 잡아가며 늘어난 스웨터의 포근한 안정감, 여러 번 세탁으로 탈색된 청재킷의 자연스러움, 얼룩진 흰 스커트 등 옷은 시간을 품기에 충분한 대상이다. 타임캡슐처럼 어느 날 옷장 깊숙이 나프탈렌 냄새와 함께 두 손에 쥐어진 옷은 지난 추억도 함께 떠올리도록 하는 대상인 것이다. 이러한 표현을 위해 작가는 판화기법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 실물크기에 가깝게 디지털프린트로 옷의 형태를 출력하고, 그 위에 옷을 직접 찍는 콜라그래피 기법으로 질감을 표현하여 촉각적인 표현을 극대화하고 있다. 사회적 신분을 파악할 수 있는 옷은 기호로써 작용하지만, 삶의 흔적을 담고 있는 작가의 판화작품은 작가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또 다른 분신인 것이다.
황인선 - 밥상위의 연금술 ● 작가는 한국의 대표적인 음식인 김치와 주식인 밥을 캐스팅기법으로 표현한다. 여러 개의 김치와 쌀알 가득한 밥그릇을 한지로 캐스팅한 작품들은 '김치행진'과 '하루 또 하루'라는 재미있는 제목을 달고 바닥에 나열되고, 벽에 붙여지고, 천장에 매달려 설치된다. 또한 누룽지를 연상시키는 밥풀로 직접 떠낸 한 쌍의 찻잔은 '대화'라는 제목처럼 서로 바라보고 있다. 이처럼 작가는 밥과 김치라는 일상적 소재의 극대화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주식의 의미를 해학적으로 되돌아볼 수 있게 한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작가는 '식생활과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음식은 문화교류를 위한 가장 쉬운 방식으로, 한국의 대표적인 음식인 밥과 김치를 주제로 한 작품으로 민족성과 작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것이다. 즉 우리의 밥상에 올라오는 가장 기본적인 음식인 밥과 김치라는 상징적인 오브제의 직접적으로 표현은 소외되어 있던 일상과 예술을 적극적으로 결합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캐스팅기법으로 기본형을 만들고 염색과 바느질 그리고 판화기법(목판과 석판)을 통해 시각과 미각뿐만이 아니라 촉각까지 자극하고 있다.
홍정표 - 난해한 현대미술 떠내기 ● 일상에 근접하고자하는 현대미술의 적극성은 아이러니하게도 지나친 개념화로 인해 해석이 불가능한 작품을 양산하고 있다. 이에 반기를 든 작가는 조형적인 미(美)를 추구하는 미술의 본질에 충실하고자한다. 개념화된 소재보다는 익숙한 음악의 친근함처럼 일상적 소재를 통해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가고자 하는 것이다. 실제 고등어와 오징어를 실리콘으로 떠서 틀을 만들고 이 형틀에 투명 레진resin을 부어 모형을 떠내고 채색을 통해 완성한다. 이처럼 고등어와 오징어, 도넛, 아이스크림과 같은 소재를 다룬 "art actually"는 영화 "love actually"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제목으로 "사랑은 어디에나 존재한다"라는 말처럼 "예술은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작가에게 있어 작업은 자기충족의 수단이 아니라 대중과 호흡하고 일상과 관계를 맺는 미적 매개물인 것이다.
김연희 - 날개를 단 물고기 ● "나는 내가 공중에 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갑자기 어디선가 한 무리의 물고기 떼가 소리도 없이 나타났다. 물고기 떼는 나를 향해 똑바로 날아와 내 가슴을 관통해 지나갔다. 내가 잠에서 깼을 때에는 시간을 알 수 없는 시간이었다. 삶은 비워지고 채워지고 끝없이 지속되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물고기는 여러 상징 문양의 중요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불교에서는 물고기가 맑은 연못 속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며 노는 모습을 일체의 제약으로부터 벗어난 해탈의 경지를 상징한다. 작가 역시 닥종이와 송진을 사용하여 떠내진 물고기를 여러 마리 떼를 지어 천장에 매달아 설치한다. 물고기는 물에 살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것처럼 작가에 손끝에서 새로운 생명을 부여 받은 물고기들은 물과 뭍의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날개를 달고 있는 것이다. ■ 오성희
Vol.20070807c | 이탈(離脫)-경계 넘나들기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