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루

김민정_김연_류신정_이화전_최승준展   2007_0719 ▶ 2007_0829

워터-루_갤러리 잔다리_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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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719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9:30pm

갤러리 잔다리 서울 마포구 서교동 370-12번지 Tel. 02_323_4155 www.zandari.com

물, 만나다! ● 똑! 똑! 똑! 풀잎 끝에 맺혀있던 이슬방울이 화단에 고인 자그마한 물 옹당이에 떨어진다. 물수제비가 호수 위를 담방담방 뛰어가고, 유유히 흐르던 냇물이 여울목에서 물보라를 만들어낸다. 급작스레 쏟아져 내리는 소나기가 나뭇잎에 떨어지고 온 숲을 두드리고 온 세상을 적신다. 폭포를 이루는 물줄기는 절벽 아래로 거침없이 떨어져 내려 굽이굽이 골짜기를 따라 흐르고, 바다로 달려 해안가 바위에 부서지며 파도 소리를 만들어낸다. ● 똑! 똑! 똑! 수도꼭지 끝에 맺혀있던 물방울이 욕조에 담긴 물 위로 떨어진다. 공원의 잔디밭에는 스프링쿨러가 물을 흩뿌리고 광장의 바닥 분수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에 아이들은 옷 젖는 줄을 모르고 물놀이가 한창이다. 뜨겁게 내리쬐는 도로의 열기를 식혀주는 살수차의 물줄기, 세차장에서 들려 오는 물세례 소리가 귀를 시원하게 하고, 지리하게 계속되는 장맛비는 후두두둑 우산 위로 떨어지고 창문을 때리고 까만 아스팔트를 윤기 나게 적셔놓는다. ● 찌는 듯한 무더위로 지쳐가는 여름, 이렇게 떨어지고 흐르는 소리만으로도 시원한 물방울, 물줄기들이 갤러리로 향해 방향을 잡았다. 여름 하면 떠오르는 바닷가, 계곡, 수영장에서의 물놀이와 긴 장마철 그칠 줄 모르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비는 모두 물이다. ● 갤러리가 물을 만났다! 본 전시는 공간으로 흘러 들어온 물이 물방울과 물줄기가 되어 전시장 이곳 저곳을 유영하며 흩어졌다 모이기를 반복해 비를 내리고 물세례를 퍼붓고 연못이 되고 바다를 만들어 관람객을 맞이하며 물놀이를 권한다.

김연_하늘에 잠기다_스테인리스 스틸_240×180×26cm_2006
김연_빛으로의 여행-07_스테인리스 스틸_230×52×45cm_2006
김민정_물로 그린 벽_단채널 비디오_DVD영상 벽면 설치_350×70cm_2007
김민정_윈도우 퍼포먼스_혼합재료_180×125cm_2007

워터-루(樓) 8경 _ 워터-루에 펼쳐진 5작가의 8개의 풍경 ● 따가운 햇살과 찌는 듯한 무더위에 지친 나그네가 「워터-루」라 적힌 현판을 단 누각(樓閣)앞에서 잠시 발길을 멈춘다. 팔짝 지붕 아래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나그네를 자연스레 워터-루로 유혹한다. 누각의 돌계단에 올라선 나그네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떨어지는 시원한 물소리(김민정)를 따라 8개의 기둥 사이로 보이는 워터-루 8경에 빠져든다. 바람 한 점 없이 답답한 기운을 떨쳐내고자 손을 내밀면 눈 앞에 푸른 물이 넘실대는 풍경이 펼쳐지고 물결이 일고 파문을 그린다. 다가가 손을 뻗으면 원하는 곳에 물이 솟아나고 물결이 일고 그 곳이 바로 샘이 되고 강이 된다(최승준). 워터-루의 제1경은 이렇게 내가 만드는 물과 파문으로 시작된다. 벽에서 벽으로 번져가는 푸른 물결에서 워터-루 내부로 떨어진 물방울들은 흩어졌다 모이기를 반복한다. 한데 모여 커다란 꼬리를 그리며 공간을 가로지르는 물방울이 되었다가는 이내 흩어져 커다란 그림자를 그리며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생명력 넘치는 날렵한 물방울들로 변신한다(류신정). 마치 누각 아래 연못 속을 유영하는 늘씬한 잉어가 물 밖으로 힘껏 내쳐 오르며 흩트린 물방울들이 그리는 한 폭의 그림과 같다. 물방울들이 구성해낸 수면의 그림자들은 바람 없는 잔잔한 강물을 만들고 햇빛에 굴절된 파란 수면은 수 천 수 만개의 빛의 파편들로 부서져 하늘로 오르는 눈 부시고 반짝이는 영상을 만들어낸다(김연). 투명한 수면은 나와 맞닿아 나를 담아내고 하늘과 마주하곤 하늘을 그려낸다. 두 손에 담으면 작은 나만의 연못이 되고 배에 담으면 어느새 물은 한 척의 배가 된다. 초록 빛 바다를 담은 꼬마 배 한 척이 하늘과 구름을 담아낸 물과 함께 하고 물에 잠긴 작은 배는 파란 하늘을 날고 하늘에 스민다(김연). 모였다 흩어지기를 반복하며 다양한 수면 위의 풍경을 엮어낸 크고 작은 물방울들이 이번엔 위에서 쏟아져 내린다. 워터-루 지붕에서부터 바닥으로 떨어지는 물줄기는 누각에 앉아 쉬는 나그네에게 시원한 물로 그린 발을 쳐준다(김민정).

류신정_생명력_나무, 합성수지_가변설치_2007
류신정_생명력_나무, 합성수지_가변설치_2007_부분
이화전_나의 연못-붉은 물고기_비단에 채색 안료_가변설치_각 20×20cm_2007
이화전_나의 연못_비단에 채색 안료_가변설치_각 20×20cm_2007

워터-루의 지붕 아래서 피하는 여름 소나기는 그 소리만으로도 가슴 속 시원해지고, 내리는 빗줄기 너머로 보이는 아스라한 풍경들(최승준)은 물안개가 만들어낸 눈 앞에 펼쳐진 또 하나의 환상 속의 풍경이다. 위에서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가 발끝으로 밀려들어와 무릎까지 차오른다. 자그마한 물고기떼가 나그네를 항해 모여들고 두 손으로 떠낸 물 속에 빠알간 작은 물고기가 손 안의 작은 연못의 물살을 가르며 노닌다(이화전). 나그네도 어느새 물고기와 친구가 되어 물 속을 헤엄친다. 촤~악! 갑작스런 물사례(김민정)에 정신이 번쩍 들고 감았던 두 눈을 뜬다. 함께 노닐던 물고기떼는 간 곳이 없다. 손 안에 빨간 물고기는 어디로 간 걸까? 시원스레 무릎을 적시던, 여기저기 파문을 일으키던 물놀이는? 더위를 피해 머물렀던 누각에서의 잠깐의 오수에서 깨어난 나그네는 손끝에 남아있는 생생한 물놀이가 꿈인 듯 하다. 더위를 피해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던 나그네는 그만 물이 만들어낸 시원한 워터-루의 풍경 속에서 길을 잃고 정신을 잃었나 보다. 이것은 꿈이었을까? 싶어질 때쯤, 또 다시 저 아래서 떨어지는 시원한 물소리가 들려온다.

최승준_비 오는 날 개미들은 어디로 갈까?_인터랙티브 인스톨레이션_2007
최승준_파문을 일으키다_인터랙티브 인스톨레이션_2007

더운 여름, 답답한 도심 속 전시장에 작가들의 손으로 빚어낸 물로 만들어진 8개의 풍경이 펼쳐진다. 나타났다가는 사라지고 잡힐 듯 잡히지 않으며 관람자의 시각과 청각을 사로잡는 작가들이 만들어 놓은 8쪽 물의 풍경인 워터-루 8경은 마치 신기루와 같다. 예로부터 루(樓, 누각樓閣)는 시인과 묵객들이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풍류를 즐기며 문장을 나누던 공간이다. 신기-樓 같은, 물 위에 있는 듯, 물 속에 있는 듯 한 작품들로 만들어진 공간 워터-루가 첫 번째 섬돌에 발을 디딘 관람객에게 마루에 올라 앉아 워터-루 8경에 취해 시 한 수 읊고, 연못을 가르는 물고기 한 마리 한 붓에 그려보며 옛 묵객의 기분에 취해 보기를 청한다. ■ 송희정

Vol.20070805a | 워터-루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