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속의 풍경

정수영 회화 연장展   2007_0718 ▶ 2007_0806

정수영_기억속의 풍경_종이에 먹, 회반죽, 콘테_90×72cm_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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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720_금요일_05:00pm

관훈갤러리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5번지 Tel. 02_733_6469 www.kwanhoongallery.com

기억의 숲 The Memory of a Forest ● 현대 도시는 밀집된 아파트 단지와 고층건물로 가득하여 하나의 거대한 숲을 이루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콘크리트와 철근으로 이루어진 인공 조형물 속에서 살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이제 인공의 숲 안에는 전원에 대한 향유의 충족을 위해 약간의 자연의 숲이 조성되어 있을 뿐이다. 이러한 사실이 서글픔이 되기도 하나 그 미비함보다는 위안이 됨은 다행이다. ● 과연 인간에게 숲이란 어떤 의미일까? 숲은 인간에서 산소를 공급하고 그늘을 제공하며 심리적인 안정을 주기도 한다. 이와 같이 자연과의 유기적 관계에 대한 애착은 우리로 하여금 이곳을 끊임없이 찾을 수밖에 없게 한다. 따라서 인간에게 숲이란 광대한 의미로 자연 본연의 모습이라 이해할 수 있다. ● 정수영은 우리와 가장 가까운 곳으로의 자연, 즉 숲을 소재로 선택하였다. 그는 인물, 나무, 돌, 바람, 구름 등과 같은 자연의 질서와 자연의 모습에 관심을 두었다. 그럼, 작가에게 자연이란 무엇인가? 작가가 다루고 있는 숲의 의미와 형태는 무엇인가? 그것은 작가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자연, 그리고 사물의 본질이다. ● 이와 같은 시각은 일찍이 북송 시대의 소식(蘇軾, 1036-1101/東坡)의 회화사상까지 거슬러 올라 갈 수 있다. "내가 일찍이 그림을 논해 보니 사람이나 동물(날짐승), 궁궐과 가옥, 기물은 다 언제나 상형(常形, 일정한 형상)이 있고 산과 돌, 대나무와 나무, 물결, 안개와 구름은 비록 상형은 없어도 상리(常理, 일정한 원리)는 있다. 상형을 잃고 있어도 사람들은 다 아는 바이다. 상리가 부당하면 그림에 밝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림을 알지 못한 사람이다."

정수영_기억속의 풍경_종이에 먹, 회반죽, 콘테_72×90cm_2007
정수영_기억속의 풍경_종이에 먹, 회반죽, 콘테_90×72cm_2007
정수영_기억속의 풍경_종이에 먹, 회반죽, 콘테_173×226.5cm_2007
정수영_기억속의 풍경_종이에 먹, 회반죽, 콘테_130×97cm_2007

정수영의 작업에는 상리(常理)가 있다. 이 상리는 작품을 볼 때 단순히 상형(常形)이라는 형태적 측면의 집중이 아닌, 표현대상의 상리(常理), 즉 내적인 규율과 관계된 예술의 본질적 측면에 중점을 두는 것이다. 작가는 사물을 통해 내면의 본질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그에게는 형태라는 것이 의미가 없다. ● 처음 정수영의 작품을 보았을 때, 전경에 작게 배치된 인물, 중경의 구름 그리고 원경을 가득 메운 우뚝 솟은 산들로 마치 중국의 산수화를 보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작품 속의 구성요소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시각의 한계에서 벗어나 대상의 근원을 찾아 사물을 표현하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그에게는 대상의 사실성이나 시·공간성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단지 돌, 산, 나무 등 자연의 형태만을 차용했을 뿐이다. 각 요소들은 작가의 기억으로 재구성되어 그 구성물들로 숲을 이룬다. 작가는 사실주의의 형태보다는 이상주의적인 상리(常理)의 형태나 상외(象外, 마음이 형태를 초월하여 밖에서 형성하는 외형)의 형태를 더 중요시하였다. ● 정수영은 자신이 생각하는 기억의 숲을 "항상 알 수 없는 형상과 이미지로 가득 채워져 있어 쉽게 노출되지 않는 미지의 대상이며 잊혀진 수많은 기억들을 생생하게 끄집어내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가진다."라고 말한다. ● 이처럼 작가는 이 세상의 모든 관념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관념적인 형태와 관념적인 색채들로부터의 탈출을 위해......

정수영_기억속의 풍경_종이에 먹, 회반죽, 콘테_90×72cm_2007
정수영_기억속의 풍경_종이에 먹, 회반죽, 콘테_72×90cm_2007
정수영_기억속의 풍경_종이에 먹, 회반죽, 콘테_72×90cm_2007
정수영_기억속의 풍경_종이에 먹, 회반죽, 콘테_72×90cm_2007
정수영_기억속의 풍경_종이에 먹, 회반죽, 콘테_130×190cm_2007

정수영은 '콩테와 호분'을 주재료로 사용하였다. 이로써 단순한 색채로 대상의 본질을 간략한 필치로 나타낼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정신성의 함축된 표현에 있어서 작가에게 적합하기 때문이다. 진하지만 부드러운 효과를 내는 콩테. 짧은 터치로 이루어진 우뚝 솟은 기암괴석, 선과 면으로만 존재하는 인물들, 안개 속에 있는 것 같은 구름들은 상상과 기억의 장소로 작가가 만들어 낸 기억의 숲에 놓여있게 되었다. ● 단순한 선과 면으로만 그리던 작가는 이제 새로운 시도를 한다. 작가에게 있어 색채는 사물을 보다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고 생각하여 색채의 사용을 자제하여 왔다. 그러나 근래에 무지개 색채의 사용과 함께 시작된 변화는 이번 작품을 통해 나뭇잎과 잘려진 하늘에 새로운 색채를 첨가해 보았다. 작가는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색채를 사용하는데, 이는 작가만이 기억하고 있는 자신만의 나뭇잎과 하늘을 형상화하려는 작은 출발이다. 정수영은 점차 색채의 새로운 변화를 모색한다. 이러한 시도는 작가가 그동안 작업을 통하여 고민해 오던 것으로 그에게 있어 새로운 도전의 의미가 된다. ● 정수영은 사물에서 오는 형태의 중요성보다는 기억의 뉴런(neuron)을 통한 사건의 주관적인 이해에 초점을 두고 있다. 작가는 인물에 익명성을 부여하였으며, 시공간의 초월성, 그리고 사물의 정형성을 파괴하여 인상이나 이미지를 중심으로 단순하게 변형된 형상으로 재창조함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내면적인 시각을 눈뜨게 한다. ■ 최은하

Vol.20070803d | 정수영 회화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