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way

송미영 사진展   2007_0801 ▶ 2007_0810

송미영_Subway_디지털 프린트_2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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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801_수요일_06:00pm

갤러리 카페 브레송 서울 중구 충무로2가 고려빌딩 B1 Tel. 02_2269_2613~4 cafe.daum.net/gallerybresson

복잡한 도심 아래 그물망처럼 얽혀져 있는 지하철 안에서 현대인들은 인생의 몇 분의 일 정도를 흘려보내고 있다. 지하철역은 무수한 얼굴들이 흘러들어가는 블랙홀이다. 군중 속에서 유령처럼 나타나는 이 얼굴들/ 까맣게 젖은 나뭇가지위의 꽃잎들, 이 군중의 얼굴들에서 어떤 얼굴은 홀연히 꽃잎처럼 우리 망막에 날아와 맺힌다. 시인 장석주는 풍경의 탄생에서 이 얼굴들을 우리 시대의 실존의 기표들로 보고 있다. 삶의 고단함이 단단히 묻어 있는 중년의 얼굴, 먼 산 보듯이 시선을 추켜올린 나이든 얼굴, 표정 없이 묵묵히 앉아 있는 얼굴 등 도시인의 자화상이 그대로 보여지는 곳이 지하철 안이다.

송미영_Subway_디지털 프린트_2005~7
송미영_Subway_디지털 프린트_2005~7
송미영_Subway_디지털 프린트_2005~7

송미영의 지하철 사진 속의 얼굴들은 삶의 활기와 생기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심지어 사랑하는 연인들의 포옹마저도 순간의 불안감이 감돈다. 그녀에게 있어 지하철은 소외감과 외로움으로 봉인된 작은 세계이며, 침묵과 절망감으로 단절된 지하 세계이다. 타자와의 공간 구분이 없는 지하철에서는 자신만의 공간이 극도로 축소된다. 타자와 나의 공간이 서로 공유될수록 보이지 않는 경계와 벽이 더욱 높게 쌓이는 곳이다. 저마다의 핸드폰으로 문자 메시지 보내기에 열중하는 것도 보이지 않는 경계 너머 누군가와 소통하려는 몸짓이다. 지하철의 블록화된 공간에서는 누군가와 항시 접속을 원하고 따라서 단절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을 더욱 느끼게 된다. 소통할수록 소외되어버리는 것이다. 거미줄같이 둘러쳐진 이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지하 공간 속에서 익명의 도시인들은 이름 모를 무력감을 저마다의 가슴에 쓸어안고서 묵묵히 달려가고 있다. 서로에게 말을 거는 것 자체가 금기시 되어 있는 갇힌 공간에서 송미영은 이 주체할 수 없고 규정짓기 힘든, 심지어 인식조차도 하지 못하는 무력감의 극단을 읽어내려고 한다. 작가는 무력감의 극단을 다음과 같이 진단한다. 즉 일상이라는 의식의 영역이 무의식의 세계로 서서히 함몰되어가는 형태로 파악하면서, 무의식으로 흘러 들어가는 듯한 이?거대한 도시 속에서의 정신적인 방황, 그 속에서 무언(無言)으로 보여지고, 느껴지는 것들에 의한 알 수없는 힘, 내 마음 속에 잔재하는 무력감을 지하철에서 찾아내려고 한다. 도시인의 유전자 속에 녹아 들어있는 일상의 무력감을 지하 세계의 인간들에서 찾아내고 있다.

송미영_Subway_디지털 프린트_2005~7
송미영_Subway_디지털 프린트_2005~7
송미영_Subway_디지털 프린트_2005~7
송미영_Subway_디지털 프린트_2005~7

Subway의 사진들은 하프 카메라의 듀얼 프레임을 딥틱(diptych) 혹은 트립틱(triptych) 형식으로 재배열하고 있다. 통상 이런 형식을 사용할 때는 사물이나 현상들 사이의 형태적 유사성이나 동질성을 염두에 두고 촬영하고 결합시켜 사물들 사이에 존재하는 혼란스러움에 질서를 부여한다. 때로는 변형시켜 본래의 의미를 해체하기도 한다. 한 컷 프레임 속에 담을 수 있는 질량을 넘어서는 이러한 방법론적 접근은 사물들은 완전한 한 덩어리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한 파편들도 아니라고 하는 들뢰즈의 해석을 따르고 있다. 세로 프레임들의 열병(arrangement)은 사진 속 인물과 사물들은 촬영 당시의 쪼개진 시간의 선분 위에서 독립되어 있는 현상들이 아니라 시간의 연속성 위에서 상호 작용하도록 영향을 미치고 있다. 프레임과 프레임 사이에서 이미지의 삼투압 작용이 일어나듯이 강렬한 효과를 생산해 내고 있다. 송미영은 지하철 공간 속의 일상들을 일정 단위로 분할하여 자르고 붙이는 분절을 통해 우리의 삶에 마디를 만들어 낸다. 이러한 마디들의 형성과 변환을 통해 도시인의 절망과 소외 그리고 무기력한 일상의 구조와 의미 등을 자신의 사진문법으로 해석하고 있다. 즉 사람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단절과 참을 수없는 무기력을 연속적으로 배열시켜 강조하거나 이질적인 장면들, 예컨대 광고 속의 얼굴 등과의 결합을 통해 확산시키고 있다. ■ 김남진

Vol.20070802b | 송미영 사진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