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를 스치는 바람의 노래

故이동석展   2007_0727 ▶ 2007_0813 / 일요일 휴관

이동석_Sensuous and Ideal Garden 감각과 이상의 정원_Korean fabric, needlework_20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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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727_금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 목요일_10:00am~09:00pm / 일요일 휴관

세오갤러리 서울 서초구 서초1동 1666-12번지 꿈을 꾸는 세오빌딩 2층 Tel. 02_522_5618 www.seogallery.com

2007년 세오 세번째 영아티스트에 선정된 故이동석 작가의 전시를 개최합니다. ● 국제적으로 유망한 청년작가로 주목을 받기 시작할 무렵 교통사고로 아까운 생을 마감한 이동석 작가는 어린 시절 농촌에서 자연과 함께 자라 온몸으로 체험한 감각과 학부에서 익힌 회화적 감성, 대학원에서 전공한 조각에서의 공간감 그리고 젊은 작가로서 시대정신과 새로운 재료의 탐구로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작업을 제작하였습니다. 남성임에도 바느질과 실, 공단이란 재료를 사용해 세상의 만물의 원소를 만들고 조합하여 자연의 신비로운 풍경으로 표현하였던, 세상의 조화를 이미 깨달은 성숙한 작가였습니다. ■ 세오갤러리

이동석_Utopia=Image 유토피아=이미지_Korean fabric, needlework_2003
이동석_Sensuous and Ideal Garden 감각과 이상의 정원_Korean fabric, needlework_2006~7

故이동석 작가의 처음 인상은 건장한 체력에 비해 조용조용하게 말을 하며 수줍은 표정을 지닌 성실한 모습의 청년이라고 기억된다. 젊은 작가들의 전시를 많이 다루는 세오갤러리에 선배작가의 전시를 돕기 위해 왔고, 충북 대학원을 막 졸업하고 마침 서울에 와서 활동을 시작하려고 한다고 했다. 나는 마침 있는 세오갤러리의 영아티스트 공모전에 포트폴리오를 제출하라고 권유했다. 그는 독창적이면서 완성도 있는 작업과 수준 높은 자료로 첫 번째 우선순위로 선정되었다. 그 이 후 고양창작스튜디오에서 작업을 하며 버몬트 스튜디오 아티스트 레지던시를 기약하고 여러 전시에 참가할 계획을 가진 유망한 젊은 작가였고, 그로서 가장 의욕이 넘치는 희망찬 시기였다. 작가는 첫 번째 미팅에서 공단재질로 바느질해 만든 커다란 꽃과 뾰쪽한 가시모양의 작은 둥근 공간조형물을 가지고 와서 부드럽고 조용하면서도 에너지가 넘치는 태도로 설명하였고, 그 우람한 체격과 대조되어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이것이 이동석작가와의 짧은 만남이다. 한창 기대되는 젊은 작가의 죽음은 한동안 충격적이었다. 이번 세오갤러리에서의 전시는 이미 영 아티스트에 선정된 이동석작가와의 약속이며, 친구와 가족 등 고인을 사랑하는 많은 지인들이 도움을 통해 준비되어 작업의 결과물로, 보여주는 것뿐만 아니라 마음속 깊이 새겨놓는 귀한 기회가 되리라 여겨진다. 추후 장학재단으로 발전시키고 싶다는 작가동생분의 계획과 함께 앞으로도 좋은 작가로서 기억되길 기원한다.

이동석_Sensuous and Ideal Garden 감각과 이상의 정원_bamboo pole, wire, pear color fabric sewing. needlework_2005

뾰족하고 부드러운 사물들-존재의 숭고한 핵심 ● 두 손을 동그랗게 합쳐 모은 크기의 뾰쪽한 가시를 달고 있는 둥근 형태는 푸르고, 붉은 공단을 재료로 하나하나 손바느질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이 오브제는 수백 개의 집합된 형태로 갤러리 공간에 따라 움직임을 만들며 설치되어 있다. 우주의 별 무리 같기도 하고 현미경에서 들여다본 세포들 같기도 하다. 이 오브제는 하나하나 공간을 수놓기도 하면서 직렬로 혹은 수직으로 공간을 가로지른다. 부드러우면서도 공격적인 형태는 생명체의 기본단위처럼 하나로서도 힘을 가지고 여러 개로는 덩어리의 에너지로 증폭되면서 유기체가 된다. 딱딱하고 강한 바늘과 부드럽고 연한 실이라는 아주 부분 단위의 특성은 형태에까지 연결되고 공간에서도 같은 성질을 보여준다. 작가는 어린 시절 논에 서서 벼이삭 익어가는 소리를 음미하며, 느끼고 즐긴 경험으로 자연과 하나 되는 생명의 원동력을 깨달았다. 벼를 심고 가꾸고 추수하며 다시 심는 자연과 삶의 순환과정은 작가의 작업에 이미 선험적경험이 되어 작업에 고스란히 묻어나온다. 천을 자르고 바느질하여 하나의 사물을 만들고 또 그것이 수백 개로 만들어지기까지 작가의 노동은 농부의 그것과 같으리라. 씨를 뿌리고 추수를 하며 그것은 결국 밥이 되어 우리를 기름지게 하는 것의 은유적 표현이다. 뾰쪽하고 부드러운 사물은 하나의 씨, 하나의 별, 꽃송이로 모여 존재의 형태를 만들며 세상의 사물들을 묘사해 낸다. 이 사물들은 빛과 어두움, 고요함과 폭풍, 조용함과 굉음, 거대함과 자그마함, 무한함과 한정이라는 다양한 특성을 담고 있다.

이동석_Sensuous and Ideal Garden 감각과 이상의 정원_bamboo pole, wire, pear color fabric sewing. needlework_2005

커다란 식물-물성과 마음의 풍경화 ● 이동석은 커다란 식물을 공단으로 만들어 갤러리 공간에 진열하였다. 어느새 공간은 거대한 풀밭이 되어 사람이 직접 부딪히며 식물과 동일한 느낌이 되며 자연이 된다. 그가 논에 서서 벼를 가로지르는 바람의 노래를 듣는 감흥으로 마음대로 움직이는 식물의 줄기에서 음악의 운율을 듣게 된다. 또 그는 꽃잎 하나하나 살아 붙어 있는 듯 꼼꼼히 바느질해 꽃송이 하나를 거대한 개체로 만들었다. 우리가 옆에서 향기를 맡거나 꺾어 소유할 수 있는 꽃이 아니라 살아있는 듯 꽃잎 하나하나를 잘 살펴보면서 꽃을 통째로 이해하게 되는 동양적 정신의 산수화가 숨어 있다. 그는 꽃송이 개체의 부분을 확대하여 바느질과 공단이란 물성으로 조합하여 설치하였으나 꽃밭에서의 생생한 느낌과 경험한 정신이 없으면 만들어낼 수 없는 우주적 차원의 꽃을 탄생시킨 것이다.

이동석_the Season of Passion 열정의 계절_wire. needlework_2004

물성을 자신의 체험과 함께 온몸의 감각을 써서 느끼면서 다루어 정신세계를 이야기하는 산점투시(散点透視)와 풍경을 마음으로 음미해 가슴속에 쌓아 표현하는, 큰 것으로 작은 것을 살피는 동양적 방식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는 풍경화가 꽃 한 송이라는 개체에 들어있다. 멀리서 보면 그가 만든 꽃들로 갤러리전체는 하나의 정원이 되고, 가까이 가게 되면 실제의 물성으로 다가오게 한다. 그래서 이동석의 커다란 꽃은 마음으로 경험하여 표현하는 동양과 물성으로 재현함으로 정신으로 들어가는 서양의 방식 모두 사용하여 만든 풍경화라 표현한 것이다. 이동석은 이미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과 교류, 융화, 결합되었고 그 경험을 구현할 수 있는 매체를 찾아냈다. 어린 시절 자연과의 경험에서 이미 사물의 본질을 깨달아 남성작가로서는 특이하게 바느질과 공단이라는 소재를 찾아 그의 총체적 감각을 표현해 냈다. 여성적, 남성적, 문화적, 야생적, 가벼움과 무거움, 부드러움, 딱딱함, 거시적, 미시적, 유머와 진지함, 편안함, 긴장감이란 다양한 감각으로 이렇게 한 송이의 커다란 꽃이 탄생된 것이다. ■ 김미진

Vol.20070727a | 故 이동석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