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베개 travels pillowed

최수진 드로잉展   2007_0725 ▶ 2007_0824

최수진_여행의 베개-움직이는 드로잉展_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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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725_수요일_06:00pm

최수진 홈페이지_soo-jin.com

갤러리 tsesay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4번지 Tel. 02_545_3281

보드라운 양말 한 짝이 여행을 한다. 선인장과의 입맞춤으로 분홍의 방에 들어가 푸른 물에 몸을 적시고 빨간 햇빛의 옥상에서 물을 말리는 주인공 양말. 커피를 마시면 코에 커피색을 묻히는 이 귀여운 양말은, 여행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을 닮고 또 서로 도와주고 희생하고 침해받고 조심하는 작용을 주고 받으며 자아의 여행을 한다. 빨간 선인장은 양말의 소중한 동행으로서 다양하게 변신하며 양말의 기쁨, 슬픔, 두려움과 용기의 여정을 함께 해준다. 레일 위를 달려 초원도 사막도 언덕도 되는 길. 꼬마 파라솔 달린 스케이트가 되어 하늘얼음을 탈 때 양말은 어느새 한 조각 구름의 몸이 되고, 접시 위에 놓여 무서운 포크가 달려들 때는 털뭉치가 되어 선인장 상자 속으로 도망을 친다. 숨어 있던 서랍은 수트케이스가 되어 다시 기차를 쫓아가고, 노란 차창 속의 붉은 선인장은 고개를 내밀어 수트케이스를 바라본다. 눈물도 같고 비도 같은 푸른 물이 차오른 양말을 위해 선인장은 돛단배가 되어주고, 또 공처럼 동글동글 말려 온 양말을 탁구채가 되어 통통 튀겨준다. 그러면 양말은 포로록 부풀어 올라 털실에 탁구채를 달고 신나게 바다 위를 난다. 여행을 하며 어느새 선인장의 집이 될 만큼 크고 튼튼해진 양말은 올을 풀어 필라멘트를 만들어 선인장을 전구로 만들어주고... 드디어 양말의 초록실이 선인장을 초록으로 물들인다. 다시 돌아온 분홍의 방, 둥근 의자 속 캔디가 열리자, 가장 맑은 푸른 색이 흘러나온다.

최수진_여행의 베개_애니메이션_00:06:19_2007

최수진의 『움직이는 드로잉- 여행의 베개』는 마음의 표정들을 따라가는 시적인 애니메이션이다. 자아와 애착의 정서를 사물로 의인화해 순간순간 비유의 흐름 속에 색깔, 형태, 감촉을 '움직여' 감으로써 시적이고도 철학적인 울림 깊은 이야기를 그려낸다. 여기서 애니메이션은 단순한 매체의 형태가 아니라, 정서의 '여행', 그 ?움직임'의 과정을 드러내기 위해 자연스레 생겨난 표현 양식이다. "떠오르는 다음 장면을 잊어버릴까봐 계속해서 다음 장면들을 그려나가게 된다"는 작가의 말대로, 정지된 이미지-장면들이 수없이 계속해서 이어져 '움직이는 그림'-애니메이션이 생겨난다. 『여행의 베개』에서 양말, 선인장을 비롯한 등장물체들은 그렇게 한 가지 색깔과 형태에 고정돼 있지 않고 정서와 환경에 따라 그때그때 다른 색으로, 다른 물체로, 다음 장면으로 '움직여' 가면서, 삶이라는 여행에서 겪는 정서의 순간순간을 포착한다.

최수진_여행의 베개_애니메이션_00:06:19_2007
최수진_여행의 베개_디지털 이미지_2007

비유의 동력으로 움직이는 이미지 여행이라는 점에서 『여행의 베개』는 한 편의 시와 같다. 이때 색깔은 시에 있어 운율의 역할을 한다. 푸른 색이 나타나면 그 각운을 받아 푸른 바다가 나오고, 선인장의 붉은 색은 후렴구처럼 마디마디 등장해 노래를 이어간다. 전혀 다른 장면으로 이어지곤 하는 꿈의 이미지들도 닮았고, 또한 원초적인 어린 아이의 그림과도 같다. 왜 선인장이 빨간 색일까? 왜 양말이 갑자기 스케이트를 탈까? 직설적인 논리로는 발화될 수 없는, 정서의 미묘한 행간들이 어린아이의 그림에서와 같이 형상화된다. 수수께끼에 대한 힌트로 작가는 이렇게 적어준다. "양말 → 부드럽고 약한 것. 선인장 → 까칠한데 사실은 보살피는 즐거움으로 사는 거". 『여행의 베개』는 부드럽고 약한 것, 까칠한데 사실은 보살피는 즐거움으로 사는 것에 관한 마음의 다큐멘터리다. 움직이는 그림기차를 타고 끝없이 '다음 장면들'을 향해 여행할 때, 최수진의 『여행의 베개』는 어느새 우리 마음이 좋은 꿈을 꾸게 해 주는 여행의 베개, 그렇게 마음을 '움직이는 드로잉'이 되어 우리 앞에 있다. ■ 눈양

Vol.20070726e | 최수진 드로잉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