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野)~후

조정 조각展   2007_0725 ▶ 2007_0731

조정_야(夜)~후_브론즈_48×11×35cm_2007

초대일시_2007_0725_수요일_05:00pm

큐브스페이스 서울 종로구 관훈동 37번지 수도약국 2층 Tel. 02_720_7910

우화로 구성한 내면의 조각언어 ● 늑대의 캐릭터와 주변의 상황들을 상징화키며 우화적인 내러티브로 구성하고 있는 조정의 조각들은 개인의 심리적인 지형을 그리고 있다. 「야후 3」에서 보듯이 버선을 오르기 위해 헐떡거리는 늑대의 얼굴 표정이라든가. 「야후 5」에서 여성을 상징하는 젖가슴에 올라 야후라고 외치는 장면이라든가. 또는「야후 4」에서 시간의 흐름을 상징하는 둥그런 달 위에 올라타 노를 저어 가는 늑대의 얼굴 표정은 우화적인 조각이라기보다는 익살스러움과 해학을 지닌 풍자적인 조각 언어로도 보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풍자 소설의 백미인『배비장전』에서 보듯이 풍자는 사회의 부조리나 사회의 불합리한 구조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허위적인 태도를 번뜩이는 재치로서 신랄하게 비판하는 데에 반해 조정의 조각들은『이솝우화』와 같이 자신의 감정을 늑대의 이미지로 차용하여 그 속에서 일어나는 해프닝들을 익살스럽게 표현하고, 「야후8」에서 보듯이 자신의 삶의 모습을 반성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화적인 조각이라고 할 수 있다.

조정_야(夜)~후_브론즈_48×11×35cm_2007
조정_야(夜)~후_브론즈_48×11×35cm_2007

교훈적인 내용을 지니고 있는 작업은「야후 6,7,8」의 비유적인 조형언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야후 6」에서 보듯이 성경 속에서 이브의 유혹으로 사과를 먹어 에덴동산에서 쫓겨나는 아담과 같이 꼬랑지만 남겨 놓고 사과에게 오히려 자기 자신이 전부 먹혀버린 늑대의 모습이라든가. 또는「야후 7」에서 보듯이 매니큐어로 칠해 놓은 잎이 무성한 나무를 뒤로 하고 가면을 머리위로 제쳐 놓고 깊은 생각에 잠겨있는 듯한 장면이라든가. 재판장에서 유죄의 판결을 받는 장면을 연상시키듯이 망치로 두들겨 맞아 산산조각이 난「야후 8」의 늑대의 얼굴 표정은 그의 과거의 행동들을 은유적으로 표현하여 반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과거의 기억은 그에게「야후 1,2,3」의 늑대의 캐릭터와 대비되는 버선의 작업에서 보듯이 어린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것은 그가 이야기했듯이 초등학교 시절을 보낸 장소가 남해의 진도이며, 그 지방의 여인들은 그 당시에도 전통적인 관습을 지켜 사시사철 언제나 버선을 싣고 다녔기 때문이다. 그가 어린 시절에부터 지닌 여성의 이미지는「야후 1,3」에서 보듯 자화상을 상징하는 늑대의 캐릭터를 어둡고 칙칙한 군청색으로 채색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버선의 색깔을 깊고 맑은 물의 빛깔과 같이 아쿠아마린의 색으로 채색하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조정_야(夜)~후_브론즈_48×11×35cm_2007
조정_야(夜)~후_브론즈_48×11×35cm_2007

즉 그가 바라보는 어린 시절의 여성의 이미지는「야후 2」에서 보듯이 프로이트가 이야기하듯이 야성적인 성적본능에 충실하고자 하는 늑대의 캐릭터와는 달리 버선의 모양과 색채의 조형을 볼 때 우리의 유교적인 전통을 이어받은 정숙하고 순수한 이미지로 그려내고 있다. 그러나 그런 여성의 이미지는「야후 6,7」을 볼 때 성경 속의 사과의 우화와 같이 남성을 유혹하여 파멸로 이끄는 이미지로 변모하고, 「야후 9」에서는 꼬랑지만 남고 가정집으로 변모한 모습에서 편안한 보금자리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조정_야(夜)~후_브론즈_48×11×35cm_2007
조정_야(夜)~후_브론즈_48×11×35cm_2007
조정_야(夜)~후_브론즈_48×11×35cm_2007

늑대의 캐릭터로 구성한 그의 우화는「야후 8」의 장면을 보면 라캉이 이야기한 남성 아이가 거세 콤플렉스라는 강박관념을 통해 「야후 9」의 장면에서 보이는 사회화의 과정으로 진입해 들어가는 과정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의 사회화의 과정은「야후 7」에서 보여 지듯이 삶의 경험을 통해 끊임없이 자각되는 자신의 내면의 이야기를 사색과 반성의 과정으로 그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자신의 심리적인 변화 과정을 늑대의 캐릭터를 통해 우스꽝스럽고 익살스럽게 표현하는 장면은 자신조차도 거리를 둠으로써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는 감성으로써 그것은 사회 현상을 냉철하게 들여다보고 그 구조를 해석해내며 반성해가는 풍자적인 모습으로써 나아갈 수 있는 여지를 주고 있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그러한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번 전시는 아마도 보는 이로 하여금 그러한 기대를 갖게 만드는 전시가 될 것이다. ■ 조관용

Vol.20070726d | 조정 조각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