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길의 사과의 공간

전원길 개인展   2007_0721 ▶ 2007_0816

전원길_사과의 공간 2007_석고, 사과_9×9×22cm_2007. 6.20-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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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721_토요일_05:00pm

대안미술공간 소나무 릴레이展 '자연으로 말 걸다'_no.2 전원길

대안미술공간 소나무 경기도 안성시 미양면 계륵리 232-8번지 Tel. 031_673_0904 www.sonahmoo.com

사과를 반으로 갈라 유리판위에 엎어 놓고 석고를 부은 다음 석고와 사과 사이에 생기는 공간과 색채의 변화 그리고 사과의 형태가 변해가는 과정을 작품 속에 담아내는 이번 작업은 1989년경 처음 시도 했었다. 그 이후에도 여러 차례 만들었으나 공식적인 전시를 통하여 발표 된 적은 없었다.

2001년 11월 안성 작업실을 마련한 후 사과나무를 심었다. 네 그루 중 한 그루는 집 가까이에 심었는데 나무에 달린 희뽀스름한 푸른 사과를 보는 즐거움이 크다. 올해 본격적으로 사과가 달리기 시작하면서 이 작업을 다시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겨우 사과 모양을 갖추었을 때 시작하였는데 이제는 제법 어린아이 주먹만 한 사과를 볼 수 있다. 이 작업이 가져다 주는 묘미는 촉촉한 속살 맛이 살아있는 사과의 단면이 석고 속에서 완전한 평면으로 다가 올 때, 그리고 몇 일 지나 석고와 사과 사이에 자란 손톱만큼 틈이 벌어져 빛이 스며드는 공간이 생겨나는 것을 보는 것이다.

전원길_사과의 공간 부분
전원길_호박 잎_호박 잎, 연필_2006

이번에 제작되는 사과 작업은 열매의 크기의 변화가 시간에 따라 기록되어 결국 공간으로 남을 것이다. 자연물의 자람과 그 변화을 작업 속에 직접 담아내는 이 작업은 호박잎 작업*의 연작으로도 생각될 수 있겠다. 생생한 자연물의 형태와 색채가 변해가는 것을 작품 속에서 지속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자연물을 이용한 작업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업을 통해 자연물인 사과는 간단한 방법을 통해 나의 작품 안으로 들어와 일정기간 작품으로 존재하며 건조와 부패의 과정을 통해서도 그 생생하고 풍부한 자연성을 보여준다. 자연을 담아내는 석고 공간은 인위와 무위가 동시에 작용하는 곳이다. 사과는 석고 속에 자기 공간을 만들고 그 속에서 변해가는 작은 자연계를 형성한다. 세월 따라 변화무쌍한 공간을 만들어내는 대자연계의 일단이 여기에 있다.

전원길_전시장 전경_2007

이번 사과 작업은 전시장에서 관람자들과 함께 직접 작업을 해 볼 생각이다. 나는 석고의 표면과 나란한 사과의 단면의 모양을 그들과 함께 보면서 만물이 가지고 있는 그 고유한 형태의 아름다움과, 공간의 형태를 풍부하게 만들어 내는 시간에 대해서 함께 느껴 보고 싶다.

전원길_2007년 사과 작업으로 부터
전원길_2007년 사과 작업으로 부터
전원길_2007년 사과 작업으로 부터

우리들의 몸도 사과처럼 쪼그라들어 결국 현실 너머로 사라져간다는 자연계의 일반적인 질서와, 함께 살았던 사람들의 마음속에 그 어떤 공간을 더불어 남기게 되는 인간이라는 특별한 존재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고 싶다. ■ 전원길

Vol.20070723f | 전원길 개인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