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움

나광호 개인展   2007_0719 ▶ 2007_0817

나광호_묶기-넓히기_캔버스, 종이에 혼합재료_242.3×324cm_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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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719_목요일_04:00pm

2007 유엠갤러리 젊은작가 공모선정展

 유엠갤러리 2007_0719 ▶ 2007_0730 무심갤러리 2007_0803 ▶ 2007_0817

유엠갤러리 서울 강남구 신사동 542-4번지 세비앙빌딩 B1 Tel. 02_515_3970 www.umgallery.co.kr

무심갤러리 충북 청주시 흥덕구 사창동 253-5번지 Tel. 043_268_0070 www.moosimgallery.co.kr

필요의 '채움' ● 나광호는 자신의 기억에 남아 있는 사연들은 물론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작은 사물에 이르기 까지, 저마다 의미를 가지고 있어서 현재 자신의 사유체계에 일정한 지분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 한다. 이러한 점에서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기호와 이미지는 수다스러울 만큼 다양하고 자유롭다. 그는 작업과정을 사유의 연장으로 인식하고 있어서 이미지의 차용과 지우기를 반복하며 진행한다. 도입되는 이미지나 기호는 구체적이거나 그렇지 않은 아이콘들, 인간의 불완전함을 반영하는 형상, 구체적인 기능이 있는 도구나 사물의 형상, 상품화 되어 소비되는 이미지나 로고 등이다. 이러한 이미지는 자신을 상징하기도 하고 주변의 반영이기도 하다. 그는 이를 지워내고 덮어버리고 다시 차용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불완전성을 드러내고, 삶의 다양한 형식과 모습을 의미하는 또 다른 주변이미지를 차용하여 관계의 장을 넓혀간다. 작업이 진행되면서 독립적이나 완전하지는 못한 각각의 지체들은 일정한 틀이 없는 느슨한 조합을 이루게 되고 상보적인 자율적 에너지가 화면을 지배하게 된다. 나광호의 작품은 이미지 개체가 의미로서는 존중되지만 합체되어 가는 과정이 더욱 중요하고 상호관계가 형성되는 결과를 지향한다. 그의 그림에서는 낮은 가치의 기호들도 선명한 자기 몫을 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상호작용에 의한 조합의 연금술을 보여준다.

나광호_채움-공급_종이에 혼합재료_162×130.3cm_2007

작품은 개인의 철학과 정서, 관심 등의 비물질적 동기에 작가의 물리적 노력을 결합한 방식으로 존재한다. 작품제작 과정에서는 매우 복잡한 심리, 환경, 시간, 물질 등이 개입되지만 결국 물리적 현실로 형성되고 존재하게 된다. 그러므로 완성된 작품은 작가를 떠나 독립된 인격체로 자리매김 되고, 분석되고 소통되며 소비되는 것이다. 나광호의 작품에서 이미지의 구현은 전반적으로 직접적인 그리기보다 판화적인 간접적인 방식이 근간을 이루고 있다. 그가 적용한 판화적인 방식은 제판과정에서 시간성이 개입되고 각 도판의 이미지를 비교연상하며 작업을 진행하기에 태생적으로 분석적 일수 밖에 없다. 그는 삶의 궤적을 반영한 서로 다른 기호나 이미지는 각각은 작아 보일지라도, 작품 안에서 모이고 관계 맺게 되면 연합된 조합으로의 풍부한 가치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러한 가능성은 판화적인 독특한 제작과정을 활용하여 계획, 출력, 분석, 설치의 과정을 진행하면서 가시화 된다.

나광호_채움-조화_PET에 실크스크린, 스텐실, 아크릴채색_100×60cm _2006

나광호가 배열한 이미지를 따라 읽다보면 정서적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된다. 그의 이미지 수다는 스스로의 독백이라기보다는 타자에 대한 관심이며 설득력 있는 고백이기 때문이다. 작업과정에서 그는 작가의 주관적 체험을 의미하는 이미지에 머물지 않고, 타인에 의해 만들어 지고 소통되는 이미지를 차용하거나 주변의 관심을 끄는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여서 관계의 폭을 넓히고 있다. 그는 자신이 관계 속에서 성장한다고 믿기에 동료작가의 작품평가에 우호적일뿐 아니라 관객의 참여나 반응을 세심하게 고려하여 작업한다. 그는 작품의 완성의 목표를 제작과정을 모두 진행하였음에 두지 않고, 관객의 참여에 의한 상호작용과 소통에 무게를 두고 있다.

나광호_채움_종이에 혼합재료_196×132.3cm_2006
나광호_modesty_종이에 혼합재료_145.5×112cm_2007

나광호의 작품에서는 이미지나 기호가 서로 독립적이면서 소외되지는 않는 관계로 자리 잡는다. 이는 독자성을 가질 만큼의 공간을 설정하면서 서로가 관계성을 갖도록 배열하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에서 숨을 틔워주는 공간은 그리지 않은 여백과는 개념상 차이가 있다. 나광호의 경우 이미지와 관계하는 적극적 의미의 공간으로 의도되어서 마치 글쓰기의 텍스트와 줄, 칸의 경우처럼 서로 보완적인 관계로 보여 진다. 실제로 텍스트를 차용한 '묶기-넓히기'등의 작품에서는 글의 바탕인 검정색 면이 사유의 공간으로 보이도록 설정한 것으로 물리적 면적보다 더욱 넓고 깊어 보인다. 사물이미지를 기호처럼 사용한 '채움-공급'에서는 포지티브와 네거티브의 주종관계가 모호하다. 그의 그림에서 기호화된 이미지들은 공간과 마주하여 읽혀지고, 화면의 여백은 이미지와 관계하며 살아 있는 공간으로 거듭난다. '채움-조화'에서는 이미지와 공간과의 관계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나도록 의도되어 있다. 나광호는 여기에서 PET재질의 투명화면을 여러 겹으로 설치하고, 조명을 더하여 도상의 그림자가 벽면에 드러나게 함으로써 선명한 상호작용을 나타내고 있다. 서로 다른 화면이 함께 공존 할 수 있는 방법을 투명한 재질을 이용함과 빛과 그림자를 통하여 하나가 되게 하는 방식으로 시도하고 있다. 이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은 전시 환경의 개입이다. 전시장소의 공간으로의 기능과 조명등의 성능까지 고스란히 작품에 개입되어 상호작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전시되는 PET재질의 작품은 투명성과 조명효과, 이미지의 그림자 효과로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작품을 만져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거나 설치작품과 어우러져 촬영을 하고 싶게 되는데, 이 또한 작가가 의도한 상호작용을 통한 소통의 과정으로 의도하고 있는 것이다.

나광호_채움展_유엠갤러리_2007
나광호_채움展_유엠갤러리_2007

나광호는 기호화된 이미지를 '채움'으로 공간과의 의미와 관계를 설정하고, 조합의 방식에서 공통된 속성을 드러냄으로 이미지와 공간이 서로 종속적이지 않은 상보적 차원의 조합임을 입증하고자 한다. 그는 사람과의 관계는 물론 사물, 시간, 기억 등 모든 주변의 존재가 서로의 필요를 채워주는 공동체관계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이러한 태도는 삶의 철학이기도하고 학습기에서부터 견지해 온 작업의 목적이기도 하다. 서로의 '필요를 채움'으로 상보적 공동체를 이루는 그가 꿈꾸는 세계가 그의 작품에 그리고 그의 인생에 이루어 나가기를 바란다. 올 한 해에만 무심갤러리, 유엠갤러리, 갤러리NV 등에서 작가공모에 당선되어 세 차례 개인전을 개최하는 열정이 놀랍다. 이제 앞으로는 그가 일구어 가는 행보 자체가 또 다른 경험의 장이 되고, 더욱 표현의 지평이 넓혀질 터, 나광호의 다음 작품, 다음 전시가 기대된다. ■ 조명식

Vol.20070720c | 나광호 개인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