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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720_금요일_05:00pm
성남아트센터 미술관 별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757번지 Tel. 031_783_8000 / Fax. 031_709_6021 www.snart.or.kr
사물의 모양 "The shape of things" ● 사물을 통한 본질의 개념을 끈질기게 탐구해온 작가 이상용이 이번에 보여주는 작품역시 근간의 주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두 번의 개인전에서 작가는 사물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속성을 시각적 접근을 통하여 물질과 질료의 본질을 간접적으로 체험 할 수 있는 실험을 한 바 있다. 색채와 형태의 병치를 통한 혼란을 유도함으로써 사물 본래의 존재성을 교란시키는 형식으로 본질에 대한 물음을 던졌던 듯싶다.
사물의 모양 "The shape of things" 이라 명명된 일련의 작업들인데, 실제 존재하는 사물의 내면에 숨어있는 실체들을 찾는 끝없는 여정인 것이다. 작가가 지금까지의 작업에서 본질로의 끝없는 여행을 추구 했었다면, 이번에 보여주는 작업에서는 존재의 부재를 향한 새로운 모색과 실험이다. ● 이상용은 이번 작업에서 크게 '작업실 구상도' 기억의 흔적' 시작의 점' 으로 구분 할 수 있는 작품을 선보인다. 지난 개인전에서는 전시장 전체를 색체와 사물로 착시적인 효과를 유도하여 관객으로 하여금 시각적인 혼란을 주었다면 이번에는 평면과 입체를 통해서 관객에게 본질의 물음을 하게 될 것이다.
작가의 작품에는 무수히 많은 반원구가 화면을 가득 메우고 있다. 왜 그토록 많은 구毬에 작가는 매료 되었을까? 사물이 가지고 있는 최소 단위의 형태를 구毬로 본 작가는 사물과 구의 병치를 통하여 시각적 체험과 동시에 사물의 형태를 극대화 시키는 효과를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사물이 극대화 될수록 존재는 스스로 그 모습을 잃어가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20세기 중엽 에드워드 로렌츠는 작은 구조가 전체구조와 유사한 형태로 끝없이 되풀이 된다는 프렉탈 Fractal 패턴을 발견 하게 된다. 우연한 발견이었는데 이 구조가 가지는 신기한 효과로 인해서 바하와 비틀스의 유사 패턴을 연관 짓기도 한다. 이상용의 반복되어지는 반원구의 패턴 또한 프렉탈의 시스템을 답습한다. 전체 원의 배열 속에는 조그마한 유사 반원구의 형태가 반복되어 있다는 이론이다. 반복이 반복을 잉태하는 것이다.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철저한 프렉탈 패턴 속에서 작가는 사물의 부재를 선언 하고 있는 것이다.
첫 번째 작업 '작업실 구상도'시리즈는 더욱 흥미로운데 평면의 화면은 색채와 구조물에 의해 면 분할이 되어 있거나 입체구조물이 어색하게 붙어 있다. 작가가 꿈꾸는 이상적인 작업실의 모양을 통하여 대상과 본질의 간격을 더욱 벌려 놓고 있는 듯 보인다. 아래의 인용문은 대상과 본질의 관계를 설명하기에 적합해 보인다. -생략- ● 그것은 나의 전문 분야이다. 창이 열둘 있는 집, 다면체로 깍은 면이 동쪽으로 나있고 목판 따위를 받치는 장치가 따로 설치되어 있고, 오전 내내 침실을 향해 햇볕이 비추는 결코 상류층에 분류되지 않는 그러한 집. 나의 기억으로는 요 며칠 동안 나의 전문 분야-이를테면 장사 따위-외에는 생각해 본 기억이 나지 않는다. -중략- ● 오전의 태양에 그을린 선인장의 그림자가 그리는 아름다움은 어떻게 표현 할 수 있단 말인가? 가끔 아주 가끔 내 집사의 게으름으로 인해 선인장에 둥근 깍지 진디과의 곤충들이 생기기라도 하는 날엔 거의 하루를 망치는 날도 있는 것이다. -생략-
'기억의 흔적' 은 인체의 모티프를 이용하여 작업한 몇 안 되는 작품이다. 아담과 이브를 연상시키기도 하는 이 작품에서 작가는 일상적인 기억의 파편들을 재현함으로써 과거와 현재를 연결시킨다. 작가는 매개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게 되는 것이다. 대상은 지지체의 부재를 인식하며, 본질은 재현에 대해 무관심해져 있다. ● '시작의 점'에서 작가는 더욱 정제된 조형 언어로 사물의 본질에 접근하는 듯 보인다. 사물의 본질을 탐구한다는 것은 우주를 이해하게 되는 것이며 궁극에는 사람의 이해에 도달 하게 되는 것이다. 작가의 작품이 지극히 개인적인 사유에서 출발 한다고 하는 것이 소위 모더니즘일진데, 모더니즘이 개인적인 것은 아닐 것이다. 이상용은 모더니스트이다. 기억과 흔적, 사물, 본질, 등에 대해 고민하고 작업 하는 순수모더니스트이다. 작업행위는 어떠한 개념과 관념에 우선되어져야 한다. ● 이번 성남 아트센터의 전시를 통해 이상용의 오랜 고민이 미학적 형식으로 완성될 것을 기대 한다. 진정한 완성은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때에만 그 빛이 발 한다는 진리를 굳게 믿으며, 앞으로의 활동을 기대해 본다. ■ 이종호
Vol.20070720b | 이상용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