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적 구조-기억의 변조

신진호 회화展   2007_0718 ▶ 2007_0724

신진호_유기적 구조-기억의 변조_합성지에 아크릴채색_73×91cm_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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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721_토요일_06:00pm

스페이스 아침 서울 종로구 화동 138-7번지 Tel. 02_723_1002 mooze.co.kr

블랙인간의 일상적 사건 ● 인간의 신체는 변화무쌍한 환경적 요소들안에서 각자 적절한 면역체계를 생성시켜 강한 적응력으로 삼아 삶을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 시대의 빠른 흐름은 인간의 신체적인 리듬감을 급변하게 만들어 감정적 체계에 다양한 변화에 영향을 주기에 이른다. 이러한 지각적 감각계에 의해 움직이는 감성적 표출은 회화의 표출방법에서 인간 자체 즉 자신의 신체를 보고 표현해내는 과정에서 솔직하게 숨김없이 드러나게 된다. 자신의 모델로 삼는 경우 기초적인 행동양식들에 의해 비추어 그려지게 되는 반면, 타자가 모델인 경우 직간접적인 심리적인 요인으로 인한 미묘한 감정의 이입으로 인물형상 표현에 있어 반사적 투영에 의한 구조적인 결합을 도달하게 된다. 이 결합은 표출방식으로 곧바로 이어져 겉으로 같아 보이지만 결코 동일시되지 않은 인물이 등장하게 된다. 현실세계의 다양한 무리 속에서 관계가 맺어지고 끊어지는 인간의 관계는 이제 자신과 살아남기 위한 본능에 준하는 반사적인 발현으로 탈바꿈되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간의 자아중심론의 자기방어기제는 혼자만의 독립된 자아세계로 빠져들게 하고 결국 사회적으로 고립된 계곡으로 흘려가게 마련이다. 인간에게서 고립이 던져주는 불안한 불꽃의 씨앗은 정신이 모여져 있는 장작더미로 던져지게 되고 불붙은 인간적인 마음상태는 흔적도 없이 타게 되어 먼지와 재만 존재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현대사회가 수많은 자아 중심적인 수로에 나뉘어 흘려가서 스스로 자아 분열되는 불안한 심리적 구조적 측면을 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신진호_유기적 구조-기억의 변조_합성지에 아크릴채색_117×91cm_2007

신진호는 이러한 사회에 만연된 "인간의 주관적 자아중심론"의 화두를 신체의 보편적인 구조적 모티브를 현실과 이상이 혼재한 "블랙인간의 실체론"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가 제시하고 있는 '블랙인간'은 현실의 외형적인 신체보다는 감성적 내면적인 신체구조를 격렬하게 밖으로 끄집어내어 응집시킨 고집스럽고도 괴팍한 캐릭터로 무장하고 있다. 블랙인간은 이제 화면 곳곳에 등장하여 인물과 인물간의 사건을 풀어가는 중심체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로 인하여 인간이 지니고 있는 유기적 관계를 심도 있게 다루고자 하는 것이다. '과거는 이전의 현재와 함께 존립하고 있고, 새로운 현재도 현재적 현재와 함께 존립한다.' 그의 작업노트의 일부분을 발췌한 것으로 인간의 존재적 혼재성에 대한 언급을 하고 있다. 이로 미루어 짐작해 보면 그의 유기적인 관계는 신체구조를 이루고 있는 모든 개체들 사이사이에서 한데 버무리지고 있는 관계와 관계 간의 구조적 연속성을 말하고 있다. 이는 모든 통속적 의미의 관계 구조성을 블랙인간으로 통칭시키고 하나의 유기적 관계구조로 통합시켜 설득시키기 위한 복합적 시스템으로 연결되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의 블랙인간의 캐릭터는 타자와 자신의 경계선상에서의 관계를 넘나드는 투명한 육체이며, 동시에 정신적인 통로로 이용되어지고 있는 것이다.

신진호_유기적 구조-기억의 변조_합성지에 아크릴채색_100×250cm_2007
신진호_유기적 구조-기억의 변조_합성지에 아크릴채색_100×150cm_2007

"중립적 블랙인간의 삶"은 일상적인 이야기를 그대로 담아내어 그려지고 있다. 먼저의 블랙인간을 면면히 살펴보면 그들의 몸은 하나같이 블랙의 매우 거친 표피로 감싸고 있다. 블랙의 색채성과 신체의 구조성은 매우 밀접하고도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블랙이 지니고 있는 실체는 강렬하게 주변을 흡수하여 소멸시켜버리는 힘과 함께 반면, 연이어 발생하는 소생성의 순기능 원리가 잠재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반되는 원리의 중심점을 블랙으로 보고 사회에 표출되어져 있는 현실 속 현상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도 동시에 강력한 미지의 힘으로 잠식시켜 버린다. 모든 것을 삼키고 있는 블랙은 그에게 있어 새로운 인식구조의 재발견으로 화재를 이끌어가고, 화면구성을 하는데 중요한 요인으로 이어지고 있다. 즉 현실의 사실적 경험에 입각한 사건들은 이제 감성이 이입되어 재편집된 그만의 세계 속 연상이미지 삶으로 변모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블랙은 자신 삶의 이중적인 부분을 중립적 위치로 옮겨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색상과 함께 신체의 구조적 표현부분을 메워가고 있는 필치의 거친 운용은 보다 솔직한 인간의 심리의 면모를 드러내는 장치로 활용되고 있다.

신진호_유기적 구조-기억의 변조_합성지에 아크릴채색_100×150cm_2007

특정한 몸통부분의 과도한 살점의 과장성은 인간의 유기적 신체에 대한 관계를 사회적인 인간관계간의 유기적 구조로 대입시키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인 심리적인 변화를 인체 구조적 측면에서 뼈와 근육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어 융화시키면서 연결성의 의미를 주지시키고 있다. 이러한 삶에 대한 인간의 현실적 관계성에 대한 명제는 2005년 전작 "유기적 구조"에서 부터 시작되어진다고 볼 수 있다. 인물에 부분적으로 옷을 입히고 갈비뼈와 근육의 실체적인 살점을 거침없이 소화하여 표현하고 있었다. 단순히 현실세계에서 인물이 울부짖고 있거나 무거운 건물에 눌려 신음하고 있는 모습의 일상사건을 가벼운 이미지로 재구성하고 있는 반면, 이번 신작에서는 블랙인간이라 지칭할 수 있을 만큼 더욱 파격적인 인물묘사로 강력하고도 비약적으로 발전된 이미지로 구체화시키고 있다. 무채색의 블랙을 핵심의 주로 삼아 의상을 배제하고, 인물 중심으로 화면을 모아주고 있으며, 과장법에 기반을 둔 신체의 불균형은 삶의 사건을 뇌리에 남도록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가상 인물을 만들어냈다. 두 번째로 과장된 신체의 형태성을 주시해 보면 그의 블랙인간은 모든 범우주적 원리 범주 내에서 자유로운 형상을 구현해내어 유유히 등장시키고 있다.

신진호_유기적 구조-기억의 변조_합성지에 아크릴채색_64×84cm_2007

머리를 맞대고 있는 극적인 장면에서 그들은 서로 유기적 융화를 시도하기 위해 흡수하려는 상황적인 전개와 공중으로 부유하는 듯 발짓과 손짓들의 움직임들은 지각적인 인식에 적용받지 않는 자유로운 서사적 사건과정에 펼쳐지는 과장된 상징법이 여기에 해당한다. 또한 몸을 칼로 세 번의 난도질하여 잘려나가는 듯 어긋난 모습은 유기체가 자체적인 세포분열을 일으켜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낼 것만 같은 괴상한 상상력을 함께 공존시키고 있다. 이러한 자유분방한 블랙인간의 유연한 변형질의 신체는 모든 삶 속에서 특수적 자아중심체를 무너뜨리고 서로 공존할 수 있는 결합적 관계의 유지를 강조하려는 그만의 감성적 표출방법이다. 블랙인간은 블랙성과 인체의 과장성 그리고 경험의 상상성이 결합된 실체가 허상으로 보이는 반이상적인 인물로 태어나게 된 것이다. 사례로 현실세계의 공원에 누워있는 군상의 모습들을 보고 투영된 동일한 여러 블랙인간(중립적 블랙성+신체의 과장성+경험의 상상성)들은 이들의 행동양상을 빗대어 서로 결합하거나 흡수하려는 행동양상으로 대치시켰다. 또한 아이들이 엉켜 노는 모습을 관찰한 결과 서로 하나가 되길 원하는 몸부림으로 스스로를 소멸시켜 하나가 되려는 강렬한 행동들로 결부시켰다. 이 두 가지의 사례 속 공통점은 실체(블랙인간)에 대한 허상(경험적 지각)과 실상(정신적 감수성)을 중첩(기억의 구조적 결합에 의한 분석적 사고)시키는 방법으로 유기적 관계구조를 더욱 견고히 하는 실체적인 작용을 하고 있다. 그 외 건물이나 자연물들은 이미지적인 형상의 골격만 난무한 선면들은 극도로 민감한 심리상태의 제재로 인한 극히 제한적으로 구성되어져 있다. 블랙인간의 삶의 실체에 구현에 따른 부수적인 이러한 요소들은 현실공간계의 지각적 감각을 와해시키려는 요인의 하나로 화면의 긴장감 조장과 함께 이원적인 공간개념을 유입하고 있다. 반이상적인 인물과 건물들은 서로 각자가 실체적인 사건의 중심에 서있지만 그 실체는 유기적 관계구조성을 부각시킨 심리적 극한 상황에 몰리게 유도하여 허와 실이 중복된 주체적 인간세계를 구성해내고 있는 것이다.

신진호_유기적 구조-기억의 변조_합성지에 아크릴채색_80×117cm_2007

"블랙인간의 진보적인 원형적 퇴보"는 가장 원초적 회귀 원칙에 도달하게 됨을 의미하는 것이다. 작금에 와서는 인간의 신체는 여러 기술의 진보에 의해 아름다움에 향한 욕망의 추구로 매우 극으로 치닫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욕망의 결과는 인물을 표현함에 있어서도 수많은 규칙에 의해 완전한 신체 구조에 입각하여 보편적인 미에 도달하게 된다. 하지만 블랙인간은 이에 반하여 모든 규칙성을 스스로 창출해내어 조합시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블랙인간의 신체적 조건은 시대가 바라는 진일보된 황금비율이 아닌 역설적으로 퇴화하는 성향의 퇴보적 신체구조를 노골적으로 적용시키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인간의 욕구적 이미지만을 분출하기 위한 진보적인 길을 추구하는 형국이 아닌 자신의 껍질에 가려진 심연 속삶의 유기적 구조관계성을 적극적으로 이끌어내고자 신체를 의도적으로 왜곡된 퇴보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블랙인간의 퇴화적인 신체적 구조는 모든 상황적 측면을 이어받을 수 있는 동일성을 갖는 형태미와 각기 다른 공간을 연결할 수 있는 유기적 물성의 성격으로 크게 유추해 볼 수가 있다. 인간의 내부 관계에서의 동등한 상황을 연출하기 위한 동일한 조건에 의한 상황의 전개는 인간의 자체적인 존엄성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유기적 물성의 특수성은 태초에 신체의 발생의 기원에 해당하는 조건으로 신체적 물성을 원초적으로 보는 것과 같은 발상이다. 이와 같은 두 가지의 특수적인 조건들은 블랙인간의 외형적인 모습이 진보된 개념을 내재하고 회귀를 촉구하는 원형적인 퇴보를 지향하고 있다.

신진호_유기적 구조-기억의 변조_합성지에 아크릴채색_160×234cm_2007

블랙인간의 과장된 몸통 근육부분들의 제외한 머리, 손, 발은 아주 왜소함은 인간중심적인 본연 자체에 관한 관심 토로로 순수한 대상을 탐색하고자 적용되어지는 그만의 유기적 조건들이다. 그러므로 순수함의 본색을 블랙인간으로 동격화함으로써 단순한 외형적 퇴화가 아닌 순수의 실체성의 진화로 볼 수 있다. 인간의 실체성을 블랙과 기괴한 과장성 그리고 상상력으로 무장한 신체의 결합은 시대적으로 다양한 정서적 반향을 불러 올 것이다. 이제 블랙인간은 사회와 인간이 합일된 통합체로 이들의 괴팍한 섬세한 움직임 하나하나가 어떠한 취향으로 급선회 할 것인가에 기대해보면서, 보다 차별화된 감정이입이 내재된 인간미를 가진 블랙인간의 심연의 캐릭터를 기다려본다. ■ 조동석

Vol.20070718c | 신진호 회화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