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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터치아트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1652-235번지 예술마을 헤이리 ㈜터치아트 Tel. 031_949_9437 www.gallerytouchart.com
TransJAPAN ● 우연은 아닐 것이다. 콜럼비아 대학교에서 2 주간 진행된 중국현대미술강연에서 ICP (International Center of Photography) 수석 큐레이터 크리스토퍼 필립스는 일본 이라는 단어를 적어도 열 번은 언급했다. 중국현대 미술을 뉴욕 및 유럽에 알리는데 기여한 그가 다음 행선지로 일본을 지목한 것이다. 뉴욕 첼시의 로버트 밀러 갤러리와 798 아방 갤러리 역시 일본 전시를 준비 중이고, 다카시 무라카미의 게이사이 페어가 뉴욕까지 진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대만의 유력 미술잡지와 화상 역시 일본현대미술을 재조명 한다. 2007년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세계의 시선이 일본으로 향하고 있다. ● 일본이 돌아왔다. 그러나 오타쿠, 망가로 대표되었던 다카시 무라카미와 요시토모 나라의 일본적인 색깔을 벗은 새로운 얼굴이다. 과장된 만화적 캐릭터와 화려한 장식 등 전형적인 일본 스타일을 대신해 보다 개인적인 스토리와 조형언어가 두드러졌다. MoMA PS1과 ICP, ISE 파운데이션, 로버트 밀러 갤러리 등 뉴욕의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만나는 일본 현대 미술 전시는 그런 면에서 변화하고 있는 일본, 아니 어쩌면 그 동안 눈 여겨 보지 않았던 일본의 모습에 가깝다. 전시 TransJAPAN은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있는 신코 오쿠하라(회화), 나나 야마모토(사진), 가와베 미사키(회화), 카츠히로 사이키(사진) 등 일본의 신예 작가 4人의 한국 데뷔전이다.
신코 오쿠하라의 그림은 도발적이다. 주저함이 없는 과감한 색상과 현실 속 공간과 인물을 작가의 머리 속에서 재구성한 생경함이다. 공간의 깊이를 버리고 일본 목판화와 임파의 장식적이고 평면적인 화면을 선택하였다. 그 결과 주제와 배경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색상만이 도드라져 화려함이 배가 되었다. 반 고호의 해바라기를 연상케 하는 도발적인 색으로 결합시킨 이국적인 인물과 배경은 오려 붙인 콜라주처럼 이질적이다. 이 같은 인물과 배경의 이질적인 불협화음 속에서 작가는 문화의 충돌을 읽어 낸다. 그러나 이질적인 요소를 이용해 단순히 하나의 조화된 결합을 시도한다거나 서로 평행하게 나열하여 다층적인 해석을 유도하지는 않는다. 대신 도발적인 색상과 깊이를 지워버린 공간 속에서 새로운 길을 발견하길 원한다. 여기서 작가는 자신만의 네러티브를 완성한다.
나나 야모모토의 사진은 초현실적이다. 순백의 풍경 사진에 등장하는 인물은 실제 공간에 발을 디디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금방이라도 증발해 버리는 신기루처럼 공간 속에 언제라도 사라질 것 같다. 화면을 가득 메우고 있는 눈보라는 역으로 완전한 빈 공간을 연출한다. 소리도 없고 공기의 흐름도 느껴지지 않는 공허함 속에 희미하게 잡힌 인물들의 움직임 역시 눈 풍경 속에 녹아 들었다. 나나는 인물들로 가득한 풍경 속에서 빈 공간을 찾아낸다. 그의 카메라 앵글은 분명 모순어법에 기초하고 있다. 그러나 공간을 재구성하는 이 같은 역설적 방법론은 관객들로 하여금 실제공간과 사진공간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점을 갖게 한다. 나나의 사진은 공간이란 본질적으로 투명함과 불투명함, 가득참과 부족함, 운동과 고요함을 동시에 담아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 미사키 가와베의 할머니 얼굴 초상은 치밀하게 계산된 수학적 구조물과 같다. 샴푸 케이스, 포크, 빈 깡통 등 일상의 오브제들이 결합되어 눈, 코를 시작으로 나이든 할머니의 모습을 만들어 낸다. 어릴 적 함께 지내던 할머니의 기억을 일상의 오브제로 파편화한 미사키의 연필 그림은 그런 면에서 초월적인 성격을 지닌다. 현재의 대상을 통해 과거의 기억을 발견하는 그의 작품은 부분의 집합 이상을 보여주고 있다. 지극히 이성적인 계산을 통해 감성적인 이미지를 이끌어 낸 것이다. 우연의 효과처럼 떨어뜨린 커피자국 역시 기묘하게 인물의 그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화면에 유일한 색을 부여하고 있는 배경색깔 역시 빛 바랜 기억처럼 파스텔 톤으로 변색되었다. 그러나 순수한 색상의 투명함을 잃지 않은 채 연필 드로잉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다.
공간과 시간의 관계에 대한 문제는 많은 작가들의 공통된 관심사이다. 그러나 카즈히로 사이키의 공간과 시간에 대한 해석은 흔치 않은 담화를 던져놓고 있다. 그의 색다른 공간 개념은 이미 MoMA PS1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통해 뉴욕에 더 알려져 있다. 사이키는 사진을 이용해 건축적인 구조물을 만들어 내며 사진을 바라보는 관객의 고정된 시점을 흔들어 놓는다. 사각형과 입방체 안에서 새로운 차원의 공간을 불러낸다. 그래서 작품의 물리적인 형상과 사이즈가 중요하다. 그러나 마그리트의 초현실적 그림처럼 사이키의 조각적 사진 속 이미지는 중력에서 자유로운 채, 제한된 물리적 구조물의 한계를 초월한다. ● 여기 소개된 작가들은 흔히 이야기하는 일본 스타일에 도전하고 있다. 일본 현대 미술에서 일본적인 스타일이 중요한 역할을 해온 것이 사실이지만 역으로 그 일본스러움을 만들어 내기 위해 지나치게 한쪽 방향으로 흘러온 것이 사실이다. 작가들은 이제 왜, 어떻게 일본현대미술이 보다 개방적이고, 실험적으로 다변화 되어야 하는지 알고 있다. 여기 모인 작가들이 하나의 그룹을 형성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들이 함께 모여 현재 바뀌고 있는 흐름을 반영하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위험하겠지만 미술은 달라야 한다는 생각에 모두들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 이대형
Vol.20070717d | Trans JAPAN展